[이슈] 여야, 선거제 논의 공전.. 국힘 "병립형으로 위성정당 방지", 민주 "병립형→ 준연동형 비례연합정당"으로 선회?
민주, 지도부는 병립형에 무게.. 이탄희 등 의원 상당수는 연동형 고수, '준연동형' 유지 움직임 유시민, 김부겸 등 '준연동형 유지' 촉구...'자매정당' 방식 다양한 세력과 연대 필요 용혜인,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제안.. 이재명, 범진보 진영 통합 리더 효과 국힘 "연동형은 실패한 정치 실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병립형이 대안" 제3지대 신당, 병립형·비례연합정당 싸잡아 비판.. "비례연합정당, 선거제도 해킹"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여야가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병립형과 연동형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병립형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군소정당들은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며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월 첫 본회의에 선거제 개편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1월 중에는 논의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 지도부는 병립형 무게.. 의원 상당수는 연동형 주장, '준연동형 유지'로 선회 조짐
병립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현재 정치지형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대부분 차지하게 된다.
비례대표에 당 대표의 측근을 공천할 여지가 커 사당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 소수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들의 민의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총선에 등장한 것이 '연동형 비례제'였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즉, 거대 양당이 군소정당에 의석수를 할애하는 것이다. 여야는 47석의 비례의석을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며 지난 선거법 개정에서 이른바 '캡(의석수 상한선)'을 씌워 준연동형 제도를 만들었다.
거대 양당으로 의석수가 편중되는 현상을 막고 소수정당의 원내 입성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 채택됐지만 국민의힘이 위장탈당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자 민주당도 원외 인사를 일부 포함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연동형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이에 여당은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총선 이전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라이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하면서 병립형 회귀가 기정사실화 되기도 했지만 연동형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위성정당방지법을 발의하고 연동형만은 지켜달라'며 의원 집단서명과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절반 가까운 수의 의원들이 연동형 유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14일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5명은 "위성정당 창당 방지 선언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당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만일 '병립형'을 지도부가 밀어부친다면 이들의 '탈당명분'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또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13일 초선임에도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현재의 '준연동형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하며 지도부를 재차 압박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칼럼을 통해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도입한 것은 잘한 일이며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며 "현행 연동형 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만든 독일을 거론하며 "독일만큼 합리적이고 정교한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는 없다. 우리 국회도 4년 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으로 독일식 제도를 일부 받아들였다"며 "나는 독일식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북돋우는 ‘좋은 선거제도’이고, 독일식 제도를 부분 도입한 현행 선거법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면서 '준연동형 유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김부겸 전 총리도 12월20일 이재명 대표와 회동에서 "민주당이 단순히 민주당만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범민주, 범진보 세력 전체를 아울러야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면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는 다양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니 기본적 취지는 지켜주는 것이 좋다"며 현재의 '준연동형' 유지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당안팎의 '준연동형 유지' 여론이 거세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병립형'에서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준연동형 적용 비율을 현재(47석 중 30석)보다 줄이는 방안도 등장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 김영배 의원은 언론과 통화에서 "이대로 연동형으로 가느냐, 병립형으로 회귀하느냐, 제3의 타협안으로 가느냐의 문제"라며 "제3의 타협안은 비례대표 47석 중 병립 24석, 연동 23석(현행 병립 17, 연동 30석)으로 하자는 건데, 일정한 타협책을 가지고 위성정당 난립을 방지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16일 "민주당 안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제안은 민주당의 안이 아니라 정개특위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협의할 수 있는 안이라고 해 양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용혜인,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제안.. 이재명, 범진보 진영 통합 리더 효과
최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를 비롯한 군소 정당들이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면서 민주당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등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는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연합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정당을 말한다. 민주당은 지역구에 집중하고 비례대표는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워 '윤석열 정권 심판' 여론을 모으자는 취지다.
용혜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는 연합 정치의 승리였고, 담대한 연합은 곧 커다란 승리로 이어졌다"며 "윤석열 정권의 퇴행에 맞서 22대 총선에서 구체적 개혁 과제를 국민께 약속하는 '반윤 개혁 최대연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성정당 제도를 방지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가 받는다는 게 아니라 논의를 해볼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최대 격전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일대일 구도를 만들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며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지지했다.
비례연합정당은 실제 민주당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준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유시민 이사장은 해당 칼럼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손잡고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추게 할 정당들 중에서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는 정당에 투표하라고 호소하면 된다"라며 "이 정당(들)과는 합당하지 않으며, 자매정당으로 원내에서 협력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민주당이 직접 만드는 위성정당이 아닌 준연동형으로 '협력 연대형 자매정당',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비례연합정당'으로 '통합'의 메시지를 낼 수 있고, 범진보 진영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의당도 비례연합정당에 조건부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과 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준연동형 유지는 당연히 어떤 연대·연합의 필요조건"이라며 "당 차원에서 어떤 제안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17일 당무에 복귀한 만큼 이달 중 최종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6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2월 1일 본회의에 선거제 법안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본회의에 올리려면 그 전에는 민주당 안을 확정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국힘 "연동형은 실패한 정치 실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병립형이 대안"
국민의힘은 병립형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을 막을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다 오히려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연동형 비례제는 일정 수의 지역구를 확보한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양당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비례투표를 해도 모두 사표가 되어버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병립형을 제안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민주당에 비례대표제 관련 입장을 표명을 요구하면서 병립형 회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비대위에서 "우리 당의 비례대표 제도에 관한 입장은 4년전(병립형)과 똑같다"며 "민주당은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지난 21대 총선을 실패한 정치 실험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에 병립형을 제안했다.
윤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복원을 주장한다"며 "그 선출방식이 국민께서 이해하기 쉽고 정당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경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준연동형 비례제는 국민 눈 가리고 자기들끼리 의석 나눠먹기 하겠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건 자기들끼리 의석을 나눠먹겠다면서 국민은 의원을 어떻게 뽑는지 몰라도 된다는 안하무인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야합을 통해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어떻게 하면 상대 의석을 한석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할지, 어떻게 하면 자기 진영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을지 계산하는 선거제는 이미 그 의도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제3지대 신당, 병립형·비례연합정당 싸잡아 비판.. "비례연합정당, 선거제도 해킹"
제3지대 신당은 여당의 병립형 회귀 방침, 야당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역구 당선이 쉽지 않은 제3지대 신당은 연동형을 유지하면서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야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석 미래대연합(가칭) 수석대변인은 전날 확대운영위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양당 기득권 정치를 가장 완강하게 유지시키는 기제가 현행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비례제였다고 생각한다"며 "4년 전에 선거제 개혁을 해서 연동형 비례제가 됐는데 위성정당으로 개혁 취지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 선거제 어떻게 할 거냐고 공세적으로 물으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선거제로,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반복했다"며 "그건 정치개혁이 아니고 퇴행"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 것이란 전망에 대해 "결국, 어떻게 만들어져도 위성정당"이라며 "대체 민주당 입장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본소득당 등이 범야권에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준연동형 선거제도 해킹"이라고 비판하며 "그 누구의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가짜 제3지대'와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