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불공정 전략공천' 논란...이재명-정청래 지역구에 원희룡-김경율 '자객공천'
'이재명 저격수' 원희룡 '계양을' 이재명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마포을' 정청래 맞수 원희룡, 이재명 겨냥 "온몸으로 돌덩이 치우겠다" 출마선언.. "한 위원장과 사전 협의" 김경율 "한 위원장과 여러 이야기 오가.. 술잔 식기 전에 돌아올 것" 전략공천 시사에 공관위 공천 룰 발표 무색.. 韓 "전략공천 아냐" 한동훈 "공천은 내가 해".. 박지원 "공관위가 공천 들러리용인가" 이준석 "당헌 당규 위반"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의원 지역구에 각각 '이재명 저격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국 흑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날 인천시당 신년회에서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계양을에 원희룡 전 장관이 '출마한다'고 공개적으로 소개한데 이어 17일에는 서울시당 신년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마포을 출마한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한 위원장이 '전략공천'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 핵심 정청래 의원'에 대한 '자객공천'으로 '반명전선'을 강고히 해 상대적 열세인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16일 국민의힘 공관위 첫 회의에서 공천룰을 처음 발표하는 날, 예비후보 출마가 공천룰에 입각한 공천심사 없이 한 위원장이 독단적인 전략공천을 시사하고 나서 불공정 공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원희룡, 이재명 겨냥 "온몸으로 돌덩이 치우겠다" 출마선언.. "한 위원장과 사전 협의"
16일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는 한동훈 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하며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선언했다.
원 전 장관은 "우리 인천시가 꽉 막혀있다"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 돌덩이가 누군지 아시냐"고 하자 참석자들은 '이재명'이라고 외쳤다.
이어 "이곳 계양은 수준이 높은 곳으로 젊음이 넘치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며 전국 어디에도 보기 힘든 지역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수준 높은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민들이 살고 계신 곳을 험지라고 부르면 안 된다. 제가 온몸으로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 도전지라고 불러달라"며 "저와 우리가 도전하는 곳은 곧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이 인천 계양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원 전 장관과 악수하고 손을 함께 높이 들어 격려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 있고 1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우리 국민의힘에는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이라면 호남, 영남, 서울, 인천이든 충청이든 어디든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은 인사 많다. 그중 한 분이 여기 계시다"며 원희룡 전 장관을 소개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를 인천으로 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회를 자기가 살기 위한 방탄막이로 만들고 있는 야당의 책임자가 발을 디딘 곳이라면, 우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길을 막는 돌덩이이기 때문에 그것을 치우러 어디든 가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과 사전에 협의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 취임할 때 무엇이든 돕겠다고 통화한 적이 있다"며 "오늘은 대외행사로 처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제 전화를 해서 제 뜻을 이야기하고 격려하는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현재보다 30석 플러스 알파를 가져와야 한다"며 "한 위원장의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는 건 제가 할 일"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개딸민주주의 이재명사당 바로잡을 사람" 김경율 "한 위원장과 여러 이야기 오가.. 술잔 식기 전에 돌아올 것"
한동훈 위원장은 17일에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출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며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개딸 민주주의,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개인 사당화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의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청래 의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수많은 자질 논란과 부적절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마포을은 민주당이 유리한 곳이니 어차피 정청래가 될 것'이라고 자조 섞인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않다"며 "이번 4월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김경율 비대위원이 나서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김경율 회계사는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웠다"면서 "부조리가 있는 곳,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곳에는 늘 김경율이 있었는데 마포에서 정청래와 맞붙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을 마포을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 공천 시스템은 어제 발표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는 "김 위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고 저희 당은 그런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께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다"면서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친다"고 설명했다.
회계사 출신인 김 위원은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진보 진영 인사였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조국흑서'를 공동으로 집필하는 등 민주당 비판에 앞장서다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했다.
김경율 위원은 "한동훈 위원장과 어젯밤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며 마포을 출마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은 "양지만 찾아다니면 너무 욕먹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리 당과 한 위원장이 저에게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준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면서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 시사에 공관위 공천룰 발표 무색.. 韓 "전략공천 아냐"
한 위원장이 연일 전략공천 의사를 내비치면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천룰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16일 '시스템 공천'을 포함한 22대 총선 공천룰을 발표했다.
이날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질서 있는 세대교체가 가능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며 이번 공천 룰의 목적이 '정치신인 문턱 낮추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등에서 당원 20%, 일반국민 80% 비중으로 경선을 치른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에서는 최초로 시스템 공천도 도입된다.
정 위원장은 "정량평가, 즉 경쟁력·도덕성·당무감사 기준 비중을 강화해 경쟁력과 도덕성 중심 후보를 공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실을 밝히자 마포을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성동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위원장은 이날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김경율 비대위원을 전략공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김 비대위원 본인이 출사표를 던졌고, 우리 당은 그런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해 국민들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당 대표가 직접 공개 지지 의사를 표해 불공정 경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공천은 시스템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는 선거가 의미가 있느냐.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했지만 계속 지면 의미가 없다"며 "이겨서 우리 당의 철학과 공약을 지역에 실천해서 지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공정을 해했다고 말하는 것은 전후 상황과 이 지역 상황, 저분의 영입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은 민주당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데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며 "이런 의미 있고 참신한 인물을 상징적인 곳에 나가게 해서 거기서 승리하는 것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공천은 내가 해".. 박지원 "공관위가 공천 들러리용?" 이준석 "당헌 당규 위반"
불공정 공천 우려는 지난 11일 한 위원장의 발언에서부터 불거졌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친윤' 핵심이자 인재영입위원장인 이 의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윤심' 개입 의혹이 일자, "지금 당을 이끄는 것은 나다"라며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고, 공천은 공관위원장과 내가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한 비대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비대위는 왜 존재하고 공관위는 공천 들러리용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독단 결정은 민주정당이 아님을 한 비대위원장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며 "한 비대위원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비대위는 왜 존재하고 공관위는 공천 들러리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명령을 이철규 공관위원이 아니라, 비대위원장 라인이 과거 검찰에서 손발을 맞춘 대로 명령과 복종의 방식으로 비대위와 공관위가 한다면, 비대위도 공관위도 성공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날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을 한다고 얘기하면 큰일 난다"며 "그건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공관위원회에 이철규 의원이 들어가고 인재영입위원장을 한다는 것은 턴키 방식(turnkey·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방식)으로 공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