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빗속 행진…“尹, 이태원특별법 거부 말라”

‧유가족 측 “정부와 여당은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고려 말아야” ‧유가족 협의회 특별법 공포에 종교계 도움 요청

2024-01-18     고영미 기자
17일 눈과 비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서도 영정 들고 행진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눈발과 빗방울이 쏟아지는 17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영정을 들고 침묵행진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들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출발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침묵 행진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의 행진은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대회가 열렸던 지난해 2월4일, 유가족들이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한 이후로 두 번째다.

유가족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여당에 특별법을 신속히 공포해달라고 호소했다.

행진을 앞둔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주 안으로 정부로 이송될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공표하면 된다”며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법을 어떤 이유로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이상 정부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은 부디 잘못된 판단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유가족들과 함께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도 행진 대열에 함께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남병 상임대표는 “내 가족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가족의 외침을 어떻게 정쟁이라 표현할 수 있냐”며 “거대한 세력을 이길 수 있을지 두렵지만 지치지 않고 가족들과 연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후 온전한 애도가 실현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고(故) 이승현씨의 어머니인 염미숙씨는 “참사가 발생한 지 1년2개월, 광장에 분향소를 세우고 거리에 나선지 1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유가족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많은 시민들을 만나 특별법 제정 지지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정부로 이송되지만 여당과 정부는 ‘총선용 정쟁 악법이다’라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우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故)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승환씨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다시 한 번 호소한다. 가장 아프고 억울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히 공표하고 법에 따라 설립되는 조사기구에 적극 협조해 진실을 찾아 떠나는 유가족들과 나란히 서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과 NCCK 김종생 총무의 면담 [사진=NCCK 제공]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종교계 지도자와 잇따라 만나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지지를 요청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16일 천주교 수원 교구청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면담하며 특별법의 조속한 공포와 특별조사위원회의 빠른 출범 의견을 전했다.

이 주교는 "현장에서 아이들의 고통은 컸겠지만, 지금은 하느님 곁에서 지상에 있는 우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17일 오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를 면담해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조속히 공포될 수 있도록 교계의 도움을 당부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 "특별법을 통해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온 159명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 종교계가 끝까지 관심 갖고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김 총무는 "유가족들이 참으로 눈물겨운 여정을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면목이 없다"며 "특별법이 조속히 공포될 수 있도록 이웃 종단과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