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룰 ‘중진 불만’… 한동훈 ‘중진 달래기’ 나서

내부 불만 없다는 수습에도 “다선을 ‘악(惡)으로 규정해선 안 돼” 검핵관 공천 동의 못해…민주당이야말로 이 대표의 사당(私黨) 공천 당정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 보여

2024-01-18     고영미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선‧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4‧5선 중진 의원들과 만나 16일에 발표된 ‘시스템 공천’의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중진 달래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중진들에게 최대 35%의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후 당내 불만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룰’ 따를 뿐 Vs ‘다선’ 몰아내선 안 돼..."공천반발 중진 불만? 그런 말 한 사람 없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는 1시간30분쯤 진행됐으며 참석 의원은 김영선·서병수·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등 5선 의원과 김영선·권성동·권영세·김학용·박진·윤상현·이명수·홍문표 4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오찬회에서는 공천 룰에 대한 실제 반발이나 항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당에서 시스템 공천을 어떤 취지에서 처음으로 실시하게 됐는지 설명했다”며 “대부분 그 취지에 대해 굉장히 잘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페널티 적용에 대해 중진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는 한 위원장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오찬에 참여한 윤상현(4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 역시 중진 의원의 희생이나 공천 규정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선수가 룰을 탓할 수 있겠냐”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찬에서 '1년 전에 공천 지표를 미리 발표하고 그에 따라 시스템 공천심사를 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 지료가 세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돼 있다”고 답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진들이 노골적인 공천 반발은 없었다 하더라고 '비판적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분위기 수습에도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이대로라면 당직자나 좋은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은 공천받고, 험지에 있는 현역 의원은 공천 받기 어렵다”며 “다선이라는 이유로 ‘악’으로 규정하고 몰아내는 것은 옳지 않으며 지역주민에게도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전날(16일) '시스템 공천' 첫 도입을 강조하며,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위 10% 초과 30% 이하의 경우 경선득표율에서 20%의 페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다.

여기에 특히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추가로 15%의 페널티를 받는다. 즉, 해당 의원이 하위 30%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게 되면 최대 35%까지 페널티를 부여받는 경선득표율이 조정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공천룰로 '중진 대폭 물갈이' 의도라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날 모인 중진들은 대부분 동일지역구 3선이상 중진 의원들이고 대부분 영남 중진들이다. 

공관위의 현역 의원 평가에는 당무감사 결과(30%), 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결과(40%), 당 기여도(20%), 면접(10%)이 포함되며, 이를 종합해 '교체지수'를 산출하게 된다. 이중 당 기여도와 면접 30%는 '주관적 평가' 일 수 있어 '현역 물갈이' 공천이라는 공정성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이기는 공천…예외 없어” "물갈이 표현 좋지 않다"

'비윤'인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수도권 출마 기회를 주자'는 김무성 전 대표의 제안에 한 위원장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공천 룰’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이기는 공천, 룰에 맞는 공천을 할 것이며 예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스템 공천룰'에 따라 철저히 예외없는 공천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현역 물갈이론’에 대해서 한 위원장은 “물갈이라는 표현은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며 “누구를 내보내느냐를 정하는게 공천이 아니고, 누가 (후보로)나가는지를 정하는 게 공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지역에서 이길 수 있는 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또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깜짝 발표’에 대해 지역 인사들이 반발한다는 지적에 “어떤 누구를 특정하게 보내겠다고 결정했다는 취지가 아니며 공관위에서 밝힌 룰에 따라 할 것”이라 답했다.

이어 “마포을은 대단히 어려운 지역”이라며 “정청래 같은 분이 계속 당선될 수 밖에 없을 정도다. 굉장히 공을 들여 모셔 온, 양지로 갈 수 있는 김경율 회계사 같은 분이 자처해서 상징성 있게 싸워보겠다는 건 지지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검핵관(검찰 핵심 관계자) 공천?…전혀 아니다

한 위원장은 야권에서 이번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검핵관(검찰 핵심 관계자)공천’을 위한 '공천학살'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왜 그런 논리로 이어지나.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를 보면 다 이재명 대표 관련자들 아닌가. 거기야말로 이 대표의 '사당(私黨) 공천'을 위한 공관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렇지 않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오찬에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참석 의원들인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당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당정 관계에 대해 “대통령실도 협조할 것”이라며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