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역구에 '친명계' 러시.. '친명' 이수진‧양이원영, '비명' 윤영찬‧양기대 지역구 자객출마
친명 '자객공천' '자객출마'... 비명계 반발 당 분열 위태 현근택, 성희롱 논란일자 불출마 선언.. 탈당 예정이던 윤영찬은 잔류로 급선회 이수진, 불출마 다음 날 윤영찬 지역구 전격 출마 선언.. 윤영찬 겨냥 "민주당 정체성 없어" 윤영찬,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인연 강조하며 "자랑스런 민주당원" 반박 양이원영, 양기대 겨냥 "사적 권력만 축적"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비명계 의원을 겨냥한 친명계 인사들의 '자객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성남시 중원구)의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던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으로 낙마하자 현근택 대신 이번에는 '불출마' 선언까지 했던 이수진(비례) 의원이 하루만에 성남 중원구에 전격 출마를 선언했으며, 친명계 양이원영(비례)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잇따른 친명계 비례 의원들의 출마 선언으로 '자객 출마', '자객 공천' 우려가 커지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우리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근택, 성희롱 논란일자 불출마 선언.. 탈당 예정이던 윤영찬은 잔류로 급선회
앞서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준비 중이던 현근택 부원장은 성희롱 논란으로 지난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말 성남 소재 한 호프집에서 이석주 성남중원 예비후보와 그의 수행비서인 A씨에게 "너희 부부냐" "감기도 같이 걸렸잖아"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 이후 이석주 예비후보가 현 부원장과의 합의문을 공개하며 피해자인 A씨의 신상이 공개돼 2차 가해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에 현 부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애초 '이낙연계'였던 윤 의원은 지난 10일 '원칙과 상식' 4인 동반 탈당 예정이었으나 기자회견 10분 전 갑자기 잔류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전날인 9일 현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윤 의원이 공천 기대감에 잔류를 선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잔류 이유가 무엇이든 현 부원장의 불출마로 윤영찬 의원의 공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지난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영찬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와 가상대결에서 큰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데다 유력한 경쟁자가 이탈했으니 윤 의원이 공천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친명계 이수진(비례) 의원이 윤 의원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성남 중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수진, 불출마 다음 날 윤영찬 지역구 출마 선언.. 윤영찬 겨냥 "민주당 정체성 없어"
이수진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 중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이자 차기 대선 승리의 발판이다. 이 성남을 지키는 것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것이다"라며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이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준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자신은 민주당 정체성을 갖고 국민의힘에 맞설 진짜 친명계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성남시중원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다.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다"라며 윤영찬 의원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곳을 최근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 의원이 성남중원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의원이 전날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포기한지 하루 만에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많이 놀라실 줄로 안다"라며 "미리 찾아뵙고 직접 이해를 구하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윤영찬,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인연 강조하며 "자랑스런 민주당원" 반박
그러자 윤 의원은 곧장 응수에 나섰다.
윤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선거 8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갑자기 지역을 바꿔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선사후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1년 가까이 뼈를 묻을 각오로 뛰어왔던 서대문갑 지역이 전략공천지역구로 분류되면서 이수진 의원께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배신과 분열', '정체성조차 의심' 등의 표현을 쓴 출마의 변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1994년 김대중 총재님의 전담 기자로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재창출을 곁에서 지켜봤고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해 온 자랑스런 민주당원"이라며 "이 의원께서는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아시고, 얼마나 함께 하셨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성남 중원에는 저 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여러 예비후보들도 계신다"며 "80일 앞두고 갑자기 내려오시면서 오직 자신만이 진짜 민주당 후보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무례하며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이석주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위원도 이수진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이 상임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 의원은 중원구에 출마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1조 6000억원 환매 중단으로 온 나라가 난리났던 라임사태에 연관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 받고 있는 사람이 무슨 자다가 홍두깨 마냥 뜬금없이 중원구 출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총선이 무슨 장난이냐. 본인 동네인 서대문에서도 안 되는 걸 강고한 윤영찬의 장벽을 무슨 수로 넘어서느냐"라며 "굳이 오신다니 말리진 않겠지만, 중원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듯 해서 걱정"이라고 냉소했다.
양이원영, 양기대 겨냥 "사적 권력만 축적"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또 다른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비례대표)은 23일 비명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양 의원을 향해 "사적 권력만 축적해 온 토호 정치인"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광명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양 의원을 겨냥해 "기존의 지역 정치인은 시민들의 역량과 의지를 방치해왔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시대적 소명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외면한 채 지역에서 사적 권력만 축적해 왔다"고 비난했다.
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 지방선거에서 제왕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학살을 자행하며 시민의 대의자가 아닌 사적 관계자만을 챙긴 전형적인 토호정치인"이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광명의 정치수준을 땅바닥까지 떨어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는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고 했다.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유세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았다.
이어 "왜 자신있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행동에 대해 밝히지 못하냐"며 "22대 국회에서도 자기 자리만 생각하는 정치인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남아 있다면 개혁정당인 민주당은 시대정신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이 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선수 교체가 필요한 때"라며 "숨어있는 지역 토호가 아니라 궂은 비를 마다하지 않고 시민들과 호흡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차기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자제를 당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 후보자분들은 자신의 장점과 좋은 정책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하기보다는 공정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23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공관위원장으로서 우리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