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김건희 외국행' '외신 명품백 보도'.. 살아있는 '김건희 리스크', 윤-한 봉합된 갈등 재점화되나

윤-한 갈등 사흘만에 봉합 국면.. 韓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 김건희 여사측 "몰카 공작 가해자 사과 먼저".. 친윤계, 일제히 사과불가론 펼쳐 "김 여사 입장 표명해야" 69%.. 외신 "김건희 디올백 스캔들, 한국 여당 뒤흔들어" 국힘, '김건희 리스크' 여진.. 여론 지지 업은 한동훈 선택은?

2024-01-24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4.10총선 80여일을 앞두고 폭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사흘 만에 가까스로 수습되며 '봉합'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갈등의 뇌관이 된 '김건희 명품백'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주요 외신들이 관련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며 김 여사가 관저를 떠나 사저로 가거나 '외국행'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동훈 위원장은 '90도  인사'로 정면충돌을 직전에 멈췄지만 "자신의 입장은 지난번 말한 그대로다"고 '김 여사 사과' 입장을 재차 밝혔다. 

비록 미봉책의 '서천 봉합' 모양을 만들었지만 아직 '김건희 리스크'는 살아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거론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명품백 수수 사과'만으로도 여권내 권력 갈등은 위험수위를 오가고 있다.

'살아있는 김건희 리스크'에 한동훈 위원장이 우호적인 여론과 당내 목소리에 힘입어 윤 대통령에 다시 맞서게 되어 '제2의 갈등'으로 재점화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게다가 또하나의 갈등의 축인 '사천 논란'의 尹-韓 공천 갈등이 '김건희 리스크'와 맞물린다면 여권 대폭발이 예고되고 있다.

윤-한 갈등 사흘만에 봉합 국면.. 韓 "대통령님에 깊은 존중과 신뢰" "김 여사 사과 입장 그대로"

김경율 비대위원장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은 지난 23일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앞서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과,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 논란 등으로 충돌이 발생했다.

김 비대위원은 한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문제 삼으며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했다. 그는 "디올백은 심각한 사건"이라며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여기에 한동훈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마포을에 전략공천할 것처럼 밀어준데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급기야 지난 21일 한 위원장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한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이를 거절했으며 사퇴요구 다음날인 22일에도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22대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당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띄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전날(23일) 폭설에 서천시장 피해 현장에서 '90도 깍듯이' 인사를 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만나 1시간30분간 동행하며 갈등을 털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 리스크 관련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폭설이 내리는 23일 서천시장 화재 피해 현장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90도 깍듯 인사'를 하며 윤-한 정면충돌 직전에 멈춰세우고 갈등 봉합의 모양을 갖추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사과' 입장은 '그대로'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측 "몰카 공작 가해자 사과 먼저".. 친윤계, 일제히 사과불가론 펼쳐

한 위원장의 '사과' 입장이 분명하지만, 김건희 여사측에서는 "몰카 공작 가해자의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내자 여당인 국민의힘과 친윤계 인사들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정치 공작', '몰카 피해자'라며 적극 엄호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지난 22일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여권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인지를 모른 채 함부로 공간을 내줘 음모에 빠진 것은 부주의했다고 지적할 수 있다"면서도 "몰래카메라의 불법성과 특정 세력의 청부를 받은 선물 공작에 대한 가해자들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지, 피해자인 김 여사에게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소통하고 있다는 다른 인사도 "최 목사는 김 여사의 선친과 인연이 있다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며 "미리 물품을 구입하고 구입 과정을 사전에 녹화하는 등 치밀한 기획 아래 불법 촬영한 게 이 사건의 본질인데, 그들에게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인지 이후 친윤계 인사들은 사과불가론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몰카 공작"이라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인재영입위원회 환영식을 마친 뒤 김 여사 리스크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 "이 사건의 실체는 몰카를 갖고 들어가서 불순한 목적으로 공작을 하려다 실패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순한 목적을 가진 분이 몰래카메라를 갖고 불법 목적으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된다"며 "사안 그대로를 봐야지, 정치 진영에 따라 무조건 옳거나 나쁘다고 볼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이 사건(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의 본질 자체는 분명히 정치 공작이고, 불법 촬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 진영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명품백 사건은 우리가 조금 더 편견을 빼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분명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사진=WSJ 홈페이지 갈무리]

"김 여사 입장 표명해야" 69%.. 외신 "김건희 디올백 스캔들, 한국 여당 뒤흔들어"

하지만, 국내 여론은 김 여사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외신들도 김 여사의 명품 수수를 다루면서 일이 더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본다'는 응답이 69%로 집계됐다. '필요하지 않다'는 24%에 그쳤다.

전 연령층에서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이 더 많았다. 40대에서 85%로 가장 많았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70세 이상에서도 54%로 나타났다. 대구·경북(59%)과 부산·울산·경남(59%), 보수층(56%)에서도 과반이 넘었다.

외신들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디올백 스캔들로 인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윤석열 정부·여당이 혼란에 빠졌다"면서 "오는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되찾으려는 시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의 정치평론가를 인용해 "이는 정치적 폭탄"이라면서 "김건희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김 여사가 과거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으며, 야당에서 이에 관한 특검법이 추진됐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또 2021년엔 박사 학위와 관련해 허위 및 표절 논란으로 김 여사가 공개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전날 '2200달러(약 300만원)짜리 디올 핸드백,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목사가 몰래 촬영한 영상에 김건희 여사가 이를 받는 모습이 담겨 여당 측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논란의 배경과 상황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 문제가 4월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가방 논란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속에 지지율이 하락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정치적 문제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인도 영문 신문이자 세계 최대 영문 일간지인 타임스오브인디아도 지난 20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된 한국의 영부인'이라는 제목으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힘, '김건희 리스크' 여진.. 여론 지지 업은 한동훈 선택은?

이처럼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관저를 떠나 사저로 가거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명품 백 수수 의혹'과 관련 "국민이 보시기에 안 좋았다면 '제가 잘못했다'고 말씀하고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며 "김 여사가 직접 나오실 필요는 없고, 마음을 실은 사과문 하나 내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께서는 거기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장관도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민주당의 갈라치기 선동 드라이브에 끌려갈 이유는 없지만 풀긴 풀어야 한다"며 "(당정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급적 빨리"라며 강조했다.

비윤계로 꼽히는 김웅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력자가 불공정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분노를 느낄 때는 불쌍하게 보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납작 엎드려야 된다"며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센 방법을 택하셔야 된다. 예를 들면 사저로 가는 것이나 아니면 그것보다 더 해서 잠시 외국에 있겠다랄지 그 정도 하고 나오면 사실 이 국면이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 사과'와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두고 윤-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웅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른바 '윤한 화해' 국면에 대해 "오월동주"라고 평가하며 "(한 위원장은)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당정 간의 수평적 관계,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나 이런 것들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은 부족한 것이고, 대통령 입장은 (한 위원장을) 쫓아내고 싶었지만 병력도 실탄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하게나마 한 위원장이 조금 그래도 이득을 얻었다. 왜냐하면 버텨냈다라는 걸 가져왔으니까"라고 평가하면서 "공천 문제를 두고서도 계속 봉합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다고 본다"며 두 사람 간 갈등 장기화를 예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라디오에 출연해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이제 쟁점이 좁혀져 김경율 비대위원을 가지고 줄다리기 하는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 김 비대위원을 괴롭히기 위한 2차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 지형은 한동훈 위원장에게 유리하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를 굳힌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 보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는 41.8%('매우 잘하고 있다' 30.2%, '대체로 잘하고 있다' 11.6%), 부정평가는 48.8%('매우 잘못하고 있다' 38.3%,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10.4%)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는 긍정평가가 35.7%('매우 잘하고 있다' 19.2%, '대체로 잘하고 있다' 16.5%), 부정평가는 60.6%('매우 잘못하고 있다' 50.6%,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10.0%)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가 한 비대위원장보다 6.1%포인트 낮고, 부정평가는 11.8%포인트 높았다. 특히 '매우 잘하고 있다'는 절대 긍정평가에서 윤 대통령은 19.2%에 그친 것과 달리 한 비대위원장은 30.2%로 격차가 더욱 컸고, '매우 잘 못하고 있다'는 절대 부정평가에서도 윤 대통령은 50.6%였으나, 한 비대위원장은 38.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