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교육부‧국힘, 늘봄학교 전면확대‧무상화 추진...‘총선용이냐’ 교사 등 현장 반발 거세
정부‧여당 “양육 부담 감소” VS 교사·학부모·돌봄사 “현실성 없다” “교육 부담 덜어”…“부모 퇴근 시간 앞당겨야” 찬반 엇갈려 ‘업무 부담 과중 우려’…교원단체 “현실성 있는 대책 세워야” 총선 앞두고 ‘무리한 시행’이라는 우려도 제기 지자체 돌봄교사 고용안정도 불안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교육부가 올해 9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하교를 2시간 늦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규 수업 이후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모든 학교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도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시리즈 2탄'을 통해 ‘늘봄학교’의 단계적 전면 무상화와 월 100만원 바우처 지급 공약을 발표했다.
한편 교육부의 늘봄 정책 계획에 현장 교사, 학부모, 돌봄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계획은 거창하나 ‘현장을 모르는 현실성 없는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교육부, 늘봄학교 9월부터 모든 학교 도입
24일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2000개교 이상 학교에 확대하고 2학기에 모든 학교에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전국에 6175개교였다.
늘봄학교는 2004년 도입한 초등돌봄교실과 2006년 시작한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모델이다. 초등돌봄교실의 경우 그간 오후 5시까지만 운영되는 곳이 많아 맞벌이 부부 등의 불만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서 최장 저녁 8시까지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도입키로 하고 현재 시범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000개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2학기 때는 전체 6175곳의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한다. 다만 늘봄학교 이용 규모는 단계적 확대 절차를 밟는다.
우선 올해는 초1 학생 중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게 한 뒤 내년에는 이를 ‘초 1~2학년’으로,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한다.
참고로 늘봄학교 시범 사업 첫 해였던 지난해 초등 1학년의 참여율은 방과후 70.8%, 돌봄은 34.5% 수준이었다. 전체 초등학생으로 넓히면 방과후 50.3%, 돌봄 11.5%인데 이를 2026년까지 100%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에 따라 현직 교사들이 추가 업무를 떠맡아야 한다는 교직사회의 비판을 고려한 대책도 발표했다.
학교에는 기존의 교무실·행정실 외에도 ‘늘봄지원실’이 신설된다.
늘봄학교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이 학내에 따로 설치되는 것으로 돌봄 업무 부담을 우려,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반발해 온 교사들을 고려한 조치다.
학교별 늘봄지원실에는 ▲늘봄지원실장 ▲늘봄실무직원 ▲늘봄전담사 ▲늘봄프로그램 강사 등이 배치된다. 기존 돌봄전담사는 모두 ‘늘봄전담사’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올해 1학기 말까지는 학교별로 늘봄지원실이 설치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새로운 비교과 교사인 늘봄교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공무원인 늘봄지원실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이를 폐기했다. 공무원은 지방직이나 교사 자격이 있는 전문직, 일반직 여부는 미정이다.
국민의힘, 놀봄학교 단계적 전면 무상화‧ 1年 100만원 바우처 지급 추진
국민의힘은 25일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늘봄학교 전면 확대 및 단계적 전면 무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이날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시리즈 2탄’으로 이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늘봄학교 전면 확대,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을 가족-민간 돌봄으로 전면 확대, 지역 간 돌봄 격차를 해소 등을 골자로 한다.
늘봄학교 운영시간을 부모 퇴근 시간까지 연장하고, 부모 눈높이에 맞는 고퀄리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학교적응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한다.
늘봄학교 단계적 전면 무상화도 추진한다. 2025년 초등 1학년, 취약계층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화하고, 2026년 초등 2~3학년, 2027년 초 4~6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한다. 방학 중 늘봄학교 확대를 통해 방학중 초등돌봄 및 급식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전날 초등학교 1~2학년에 한해 방과 후 2시간씩 무료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은 정부안에 비해 무상화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전면 무상화 비용에 대해 홍석철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은 “기존 여러 가지 교육 관련 재정에 대한 재조정과 개선이 필요하면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 학기 초(3월·9월)에 ‘새학기 도약 바우처’를 5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새학기 도약 바우처 예산은 5조원 정도 추계되고,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와 기존 교부세 개선 등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확대에 “육아 부담 덜어” vs “현실성 없는 정책”
이처럼 교육부와 국민의힘이 올해부터 늘봄학교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늘봄학교 확대 도입으로 육아 부담을 덜었다는 측면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찬성의 입장을 보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들은 이른 하교시간 때문에 '학원 뺑뺑이'를 돌리거나 조부모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자녀의 하교 시간이 늦춰져 학부모들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늘봄학교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 점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돌봄 공백을 메우려면 고액의 사교육비 지출은 필수다.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도 학부모가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늘봄학교는 무료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번 정부와 여당의 늘봄학교 확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의견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두는 것 보다 일하는 부모를 일찍 집에 보내주는 게 현실적으로 낫다”며 부모의 근무환경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업무 부담 가중도 우려
교육부는 교사 업무에서 늘봄을 완벽히 배제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기간제 채용 문제에서 엿보이듯 고질적인 인력과 공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여건이 각기 다른데, 대도시 과밀학교는 공간이 부족하고 농산어촌 등 소외지역은 인력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가용 가능한 공간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제라 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 교육을 하고 집무를 보는데 늘봄이 이뤄지면 불가피하게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사례가 있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연구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당장 올해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2000개교 넘게 확대한다고 해도 이미 시기가 늦어 학부모들이 지원하지 못하거나 학교의 여력이 뒤따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이달 초 예비소집이 끝나고 일부 돌봄, 방과후 추첨까지 마친 학교도 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 1학기 시범학교 선정은 마지막 단계고 프로그램과 공간 준비까지 한 달 안에 충분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초 1만5000명 수준이던 돌봄 대기도 지난해 11월 1000명대로 줄어든 만큼 대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주요 교원단체들은 교사에게 늘봄 업무가 넘어오지 않도록 교육부가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성명서에서 "발표된 밑그림만으로는 늘봄학교 문제점이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의 정책 브랜드 꾸미기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서, 과연 '누구 책임 교육·돌봄'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학교 현장은 술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교조는 "겸용교실로 인한 공간문제,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가정 밖 체류시간, 기간제 교원 채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교조 초등교사위원회 이기백 사무국장은 "인력 체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늘봄 학교를 도입하게 될 경우에 학교에 교사들 외에 수많은 직종이 있는데 그 직종들 간에 업무 갈등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에 발표한 늘봄학교 운영 방안은 지난해 말 교총과 합의한 '학교 운영과 분리, 교사 늘봄 업무 배제, 교육지원청 중심 운영'을 반영한 것”이라며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반드시 계획을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논평을 내고 "방과후'와 '돌봄'을 통합해 교원의 업무와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큰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학교에 교무실, 행정실에 버금가는 늘봄지원실을 설치·운영하겠다는 계획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에 별도의 '늘봄지원실'을 설치하지 않고도 교육청에서 늘봄 관리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면 교사에게 업무를 전가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늘봄지원실을 배치해 학교가 인력 선발 및 관리 업무 전체를 책임지는 형태로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논평에서 "늘봄학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며 "초등학교의 예체능 중심의 방과후학교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예체능 관련) 사교육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늘봄학교 준비를 위한 지원 인력과 예산이 없다"며 "교육부는 교원에게 업무가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발표했지만, 서울의 경우 당장 3월부터 시행 예정인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계획할 인력이 없다"고 했다.
인천교사노동조합도 25일 “학교를 보육기관화 하는 늘봄지원실 설치에 반대한다”한다며 “지자체 연계 교육청 늘봄센터 설치 및 책임·운영과 교사의 교육 훼방하는 겸용교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은 성명서를 통해 "규모가 큰 학교는 지방공무원이 '늘봄지원실장'을 맡게 되지만 중소규모 학교는 교감이나 늘봄센터의 공무원이 겸임을 맡게 될 것"이라며 "학교에 별도의 늘봄지원실이 생기는 것은 보육기관으로서의 학교의 기능을 강조하게 되어, 학교의 교육 기능과 교권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교사노조 윤미숙 정책실장은 "늘봄 학교가 별도로 운영되지만, 기존의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하다 보니까 만약에 안전사고나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가 기존 교사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총선 노린 설익은 대책?
한편 올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늘봄 학교 운영을 교부금으로 충당함에 따라 재정 상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학부모 표심을 얻기 위해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여유 있게 시행을 하면 훨씬 더 프로그램의 질이 좋아질 텐데 너무 무리하게 강행을 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총선에서 학부모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 발표라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초등교사위원회 이기백 사무국장은 "당초 '초등 전일제 학교' 정책은 2026년에 전면 도입 예정이었는데, 그게 늘봄 학교로 이름이 바뀌면서 2025년도로 한 번 앞당겨졌고, 다시 올해 전면 도입으로 한 번 더 앞당겨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중 현장의 호응이 가장 뜨거운 분야가 늘봄학교"라며 "늘봄학교를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다 하기로 했는데 현장 반응이 높아서 이를 1년을 앞당기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별 돌봄교사 고용불안도 커져
한편 정부가 초등생 종일 돌봄을 위한 ‘늘봄학교’를 올 1학기 본격화함에 따라 자치구 단위에서 운영해왔던 지역 돌봄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돌봄 공백을 메워 온 교사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는 양상이다.
25일 공공돌봄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돌봄교사의 고용안정과 중구 직영 돌봄 유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늘봄학교의 전국적 도입으로 ‘중구형 돌봄’의 지속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돌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구는 201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내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 학교 밖 돌봄센터 등을 통한 초등생 ‘중구형 돌봄’을 직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22년 구청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해당 제도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늘봄학교 시행 전’까지만 운영하고 이후 교육청으로 제도 운영을 이관하기로 한 상태다.
제도가 시한부가 되면서 교사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지난해부터 돌봄 교사를 1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돌봄교사 85명 중 23명이 계약직이다. 2월 말 계약이 만료되는 교사만 10명이다.
장선희 중구 공공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활동가는 “선생님들의 잦은 교체는 업무의 연속성을 떨어지게 하고 돌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중구형 돌봄을 (중구에서 맡아) 계속할지, 교육청에 넘길지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늘봄학교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나왔더라도 교육청 등과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도봉형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인 도봉구 역시 정책 지속성을 고민 중이다. 자치구가 학교와 협약을 맺어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 안팎에서 지역 초등학생들이 체육·예술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간 3억원의 자체 예산으로 도봉구가 직접 운영한다.
도봉구 역시 아직 결론을 내지는 않았으나 늘봄학교와 기능이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다. 도봉구 관계자는 “지자체와 학교가 연결돼 지역 초등 돌봄을 유기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했던 정책”이라며 “늘봄학교가 본격화되면 유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