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0 대 84' 선거제 분열...이탄희 의원 등 80명 "병립형 퇴행 악수 중 악수"
민주당 지도부 병립형, 준연동형 갈팡질팡 이탄희 등 80명 "준연동형으로 '反尹 비례연합정당' 구축해야...지역구, 민주당 중심 일대일 구도" 164명 의원 중 84명은 병립형 또는 입장 보류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총선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28일로 총선 73일이 코앞에 다가온 28일에도 입장을 정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역구 당선자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선거제다. 비례대표 의석수 47석 중 30석에 적용된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제를 놓고 '절반으로 양분'되는 사태까지 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 80명이 '병립형 절대 반대와 준연동형 유지'를 촉구하고 나섰고, 나머지 84명 의원들은 '병립형 선회 또는 입장 보류' 상태다.
한편, 정의당은 '병립형은 절대 안된다'며 '병립형과 연동형 혼합'은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단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 시민사회를 비롯해 신당까지도 영향력을 미친다.
민주당 의원 164명 중 80명은 준연동형, 84명은 병립형 회귀 또는 입장 유보다. 둘로 쪼개진 민주당 선거제에 대한 최종 입장은 이제 이재명 대표의 몫이다.
◇ 민주 의원 80명 "비례연합정당으로 연동형 약속 지키자"...84명은 '병립형 또는 입장보류'
더불어민주당 의원 80명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연합정당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며 “비례대표 몇 석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를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며 연동형 선거제도 유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역구 민주당, 비례연합으로 연동형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164명 민주당 의원 중 절반이 '준연동형 유지' 입장 발표에 동참한 것으로, 회견에는 이탄희, 김두관, 김상희, 강민정, 이용선, 이학영, 민병덕 의원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 대표 234명이 최근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를 발족하고,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견제·심판을 위한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민주당과 진보·개혁정당에 제안했다면서 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필두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모여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253석 지역구에서 민주당 중심으로 정부·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고, 경합지역에서 개혁·진보정당들 간의 경쟁으로 윤석열 정부 견제·심판 민심이 분산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지역구 최대 의석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도권, 충청, 강원, 부울경 등에서 표 분산으로 경합지역이 늘고, 0.73%포인트 차이 대선 패배의 악몽이 지역구에서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여당 후보와의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구에서는 '反윤석열 연대'를 위해 민주당 중심의 진보 진영 단일 후보를 내자는 제안이다.
이들은 "정치공학적인 제3지대 빅텐트론, 정책과 가치보다는 단순한 인물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일부 시도 등에 총선 구도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는 민심을 분열시키려는 악수 중 악수"라며 "선거 기간 내내 제3지대와 시민단체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례선거제에 대한 당내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도적인 결단이 지체 없이 이뤄지고 총선 민주개혁진보대연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은 비례 연합정당을 만들 경우 세력 간 후보를 배분하는 원칙을 두고 "일정 부분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자"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힘에서 하자는 것은 위장정당이고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방식은 위장·위성정당이 아니라 연합정당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친명 지도부'인 원내수석부대표 박주민 의원은 26일 라디오에 출연 “선거제 이견이 팽팽한 상태라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과거 전례를 보니 외국 유권자들이 등록하는 2월 20일쯤이 나름대로 데드라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월 초에는 결정이 나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의당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은 분명한 퇴행"
정의당은 지난 24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과 관련,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연동형과 병립형을 절반씩 혼합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캡조항을 복원하는 방안’을 수용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정의당의 판단은 적어도 위성정당있는 준연동형 보다는, 위성정당 없는 캡조항이 있는 준연동형이 비례성 증진이라는 원칙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의당에서 캡 부활까지 수용하려는 것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재창당하는 것을 막고, 적어도 병립형으로의 퇴행을 막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이러한 합의는 두 거대 양당이 적절한 캡을 다시 만드는 대신에,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은 분명한 퇴행이며,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 비례제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병립형, 연동형으로 각각 절반으로 나누는 안을 제안했지만, 여당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병립형이 아닌 준연동형 이상의 비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 구축을 위한 정치개혁 연대가 필요하다"며 "그 시작은 병립형 퇴행을 선택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의당도 준연동형 유지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던 스웨덴식 중대선거구제도, 아일랜드에서 실시하는 단기이양식 중선거구제도,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소선거구 결선투표제도 등 다양한 안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병립형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분명한 퇴행으로, 재론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일축했다.
제3지대 세력 간 연대 움직임에 대해선 "가치와 노선, 정책에 기반한 연대·연합은 언제든지 환영할 일이지만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합종연횡에 기반한 연대·연합은 지양해야 할 바"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혁연합신당이 민주당 등 범야권 세력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한 데 대해선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이었던)더불어시민당의 재림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거대 양당에 위성정당을 재창당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했다.
◇ 국민의힘 "병립형에 변함 없다...이재명 대표 입장 밝혀라"
한편,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총선 73일이 남은 현재까지도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하루속히 책임 있는 입장을 국민 앞에 내놓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정 대변인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둘로 쪼개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의 절반가량인 80명은 얼마 전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나머지 8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찬성하는 것이냐"며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