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친윤'도 갈라치기? 장관 출신은 '험지行', 용산·검사출신 '찐윤'은 '양지行' 논란
장관 출신 9명 중 절반 이상은 수도권 국민의힘 험지 출마 용산·검사출신 찐윤은 TK‧PK‧강남으로 윤 최측근 '주진우', 하태경 자리 비운 해운대갑 출마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정부 장관 출신들이 대부분 수도권 국민의힘 험지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과 친윤 인사, 검사 출신 등 이른바 '찐윤'은 대부분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찐윤'들의 잇따른 양지행에 당내에서는 공정한 공천이 되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장관 출신 9명 중 절반 이상은 수도권 국민의힘 험지 출마
윤석열 정부 장관을 지낸 인사들 가운데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모두 9명이다. 이들 가운데 박진, 추경호, 권영세 등 자신의 본래 지역구 출마가 유력한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출마하는 인천 계양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명룡대전'이라며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지역 분위기나 최근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이재명 대표가 우세하다는 평가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 수원병 출마가 유력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일대를 관할하는 수원병은 지역 주민 가운데 고령층과 토박이의 비율이 높아 보수 진영이 탈환을 노릴만한 선거구이지만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에서 잇달아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구·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곳은 박성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이다. 이 전 장관은 당장 당내 경쟁에서도 승리가 불투명하다. 하태경의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등 당내 경쟁력을 지닌 인사들을 따돌려야 총선 출마가 가능하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에게는 황무지와 같은 곳이다.
그나마 고향인 충남 천안을에 출마하는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전직 장관 가운데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일하게 안정권인 부산 중구·영도구에 출마한다. 하지만, 이곳에도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내 쟁쟁한 인사들이 출마 예정이다.
용산 참모 대거 TK‧PK‧강남행.. 윤 최측근 '주진우', 하태경 자리 비운 해운대갑 출마
장관 출신에 비해 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들의 종착지는 대부분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과 서울‧수도권으로 대체로 국민의힘 입장에서 '양지'이거나 최소 험지는 아닌 곳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선언했다. 하태경 의원이 자리를 비운 곳이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강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입성 후에는 부속실 선임행정관, 국정기획수석 산하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초선 박형수 의원 지역구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양금희 의원 지역구인 대구 북갑에 출마한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다. 충남 홍성예산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4선을 할 정도로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이다.
서울‧수도권 출마자들도 대체로 국민의힘이 앞선 곳을 선택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성남 분당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안상훈 전 시민사회수석은 서울 강남갑 출마가 유력하다.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동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이해식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지만 지난 2022년 대선에서는 강동구 전체에서 윤석열 대통령(51.70%)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44.80%)를 앞섰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60.56%)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37.85%)를 이긴 지역이다.
친윤계·검사 출신도 영남·강남으로 출마 채비
친윤계 인사들과 검사 출신 인사들도 대부분 영남이나 강남 출마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알려진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부산 중·영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중·남구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수사과장과 중앙수사부 1과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역임할 당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의왕·과천에 출마표를 던진 최기식 전 서울고검부장은 2009년 대검 검찰연구관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항남·울릉 지역에 출마하는 최용규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충북 서원에 출마한 김진모 전 대통령실 민정2비서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는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 대전 대덕구에 출마하는 박경호 전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이 윤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김웅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송파갑에 나선다.
윤석열 호위무사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하남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는 하남시는 인구 증가로 이번 총선에서 분구가 유력시되고 있는 지역구다. 이 의원은 지역구 분구시 신설될 하남갑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동을 포함하는 하남갑은 하남을에 비해 보수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구로 분류된다.
이처럼 친윤 인사들의 잇따른 양지행에 당내에서는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갈등이 분출될 조짐도 보인다. 특히, 공천관리위원회에 '친윤' 이철규 의원이 합류하면서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한 공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지난 1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을 잘 모시려면 그래도 가깝게 있었던 분들이 험지에 나가서 당선돼서 왔을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지, 양지를 따라다니고 기회주의, 철새처럼 이로운 곳에만 간다면 대통령을 모시는 정신도 아니고, 그리고 우리 당에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지금 (정부 출신들이) 50여 분이 나오신다면 거기서 부작용 생겼을 때 우리한테 얻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 역시 BBS라디오에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힘 있는 분의 반사이익을 누리려고 하는 데 대해서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바로 불공정 공천에 대한 시빗거리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