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의 남자' 김경율 불출마 '윤심' 작용했나.. "사천 논란" "김건희 사과" 후폭풍?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김경율 불출마.. 한동훈 "본인의 확고한 결정 존중" 홍석준 "김경율 불출마, 사천 논란 영향 없다고 볼 수 없어" 안민석 "김건희 건들지 말라는 시그널".. 정청래 "한동훈 니가 와라"

2024-02-05     김승훈 기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공천 심사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공천 심사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사자와 당 지도부는 "본인의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윤심'이 작용한 것이라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전략 공천을 시사하며 공천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경고'라는 해석과 함께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이 불거진 만큼 정치권에서는 '역린'을 건드린 대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김경율 불출마.. 한동훈 "본인의 확고한 결정 존중"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은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달 17일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라고 자조 섞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 4월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의 후보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 비대위원의 출마를 깜짝 공개했다.

같은 날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놓고 "경중을 따지자면 분명히 '디올 백'은 심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언급하면서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민의)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며 "지금 이 사건도 국민의 감성을 건드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발언으로 공천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마포을 출마를 공언한 이상 나를 어떻게 빼겠느냐는 자신감도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혼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이 불거지며 한 위원장이 사퇴 위기에 내몰렸다. 한 위원장이 몸을 숙이며 두 사람의 갈등은 조기에 봉합됐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김 비대위원이 갈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는 김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는 "본인의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며 당과 대통령실과 사전에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5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4·10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김 비대위원이 총선에 출마해 의견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러나 본인 생각이 강했다. 아시다시피 김 비대위원은 누구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다.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해서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용산 대통령실의 요구에 순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4일 "본인 소신에 따라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책임감 있게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승리에 가장 도움 되는 결정"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총선 치른다면 그 자체가 여러가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고려를 했겠지만, 숙고 끝에 본인께서 나름대로 결정하신 부분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친윤계 이철규 공동 인재영입위원장도 같은날 "본인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과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봐 대승적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간 갈등 해소 요인으로 볼 수 있냐고 묻자 "너무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 같다"며 "부부간 살면서도 때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견 가지고 마치 갈등이라고 침소봉대해서 분란이 있는 것처럼 바깥에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석준 "김경율 불출마, 사천 논란 영향 없다고 볼 수 없어"

당 지도부가 선을 그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른바 '윤심'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 올리며 마포을 전략 공천을 시사하면서 불거진 '사천' 논란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사천 논란이 있었다고 보는가의 질문에 "그런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가 없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자체가 실질적으로 그 지역에 있는 김성동 당협위원장과 경선에 붙는다 할지라도 또 너무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 하는 이런 어떤 일부의 비판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이번 공천에 가장 중요한 테마가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공정한 공천의 이미지를 흐트려서는 안 되겠다는 본인 생각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김경율 비대위원도 조금 입장이 억울할 수 있다"면서 "잘 아시겠지만 사천이라는 것은 당선이 정말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이렇게 공천을 받은 것이 이제 사천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마포 지역은 이제 정청래 의원이 굉장히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에 이제 공천을 받게 되면 이제 선수로 뛰는 것인데 비대위원은 또 심판자 입장에 있는 거니까 그런 어떤 대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언제 시점에서는 비대위원을 그만두지 않을까도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제 공천을 포기함으로써 비대위원으로서 오히려 더 이제 더 홀가분하게 어떤 당의 선거를 조율을 하면서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저격수, 공격수로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 결정을 하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안민석 "김건희 건들지 말라는 시그널".. 정청래 "한동훈 니가 와라"

반면,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를 비판하며 '역린'을 건드린 대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총선 불출마에 대해 "김건희 여사를 건드리는 순간 누구든지 용납이 안 된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용산에 미운털이 박힌 거다. 그럼에도 비대위원까지 사퇴하는 것은 과하니깐 불출마하는 선에서 대통령과 용산의 면을 세워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한 위원장이 용산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말로만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공천은 물론 한동훈 리스크, 용산리스크가 있을 것인데 그 사이에서 굉장히 치열한 수싸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마포을이 안동역인가?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국힘아"라며 "비겁하게 딴사람 보내지 말고 '니가 와라 한동훈!'"이라고 적었다. 가수 진성의 히트곡 '안동역'의 가사를 패러디해 비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