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경기도 표심 겨냥 '메가서울' 재점화.. 김동연 "정치쇼" 이준석 "서울시민 투표해야"

한동훈, 수원·구리·김포 누비며 '메가시티 서울' 언급.. '열세' 경기 민심 자극 윤 대통령, 경기 지역서 민생토론회 개최.. 당정, 경기 표심 확보 집중 이준석 "뜬금포" "서울시민 대상 주민투표 해야" 김동연 "서울 편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양립 불가" "갈라치기 포퓰리즘"

2024-02-05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도권을 릴레이로 방문하며 '메가서울'을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도권을 릴레이로 방문하며 '메가시티 서울'을 재점화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김포를 방문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포의 서울편입'을 약속하면서, 물밑으로 잠복했던 '메가서울' 정책은 총선 이슈로 재부상했다.

한 위원장은 '메가서울' 뿐만아니라 지난달 31일에는 경기 일부 지역의 서울시 편입과 경기를 남과 북으로 나누는 '경기도 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유권자가 많으면서도 국민의힘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지역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총선 앞두고 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을 겨냥해 수도권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졸속 공약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 시민의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수원·구리·김포 누비며 '메가시티' 공약 언급.. '열세' 경기 민심 자극

한 위원장은 최근 수원, 구리, 김포 등 경기 주요 도시를 다니며 메가서울 이슈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과 3일에는 각각 구리와 김포를 찾아 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메가시티' 공약에 힘을 실었다. 김포에서는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1일에는 수원을 찾아 경기남북 분도 추진을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 아니다. 어떤 도시나 지역은 이미 서울권역으로 서울에 편입되길 바라는 분들이 있고 경기북부 분들은 행정적 처리나 비즈니스적 처리를 위해 경기남북 분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당의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재가동을 시사했다.

이어 "저는 서울권으로 편입되는 메가시티론과 경기도민의 생활편익을 위해 경기도를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 둘 다 공감하고 있다. 메가시티만 다시 하겠다는 게 아니다. 경기남북 분도 논의도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여당이고 행정권을 가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시민들께서 원하신다면 그를 전제로 둘 다 행정력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료시민들의 삶 개선을 위한 행정적인 개편을 위한 TF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메가시티 따로, 경기남북 분도 따로'가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하나로,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와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정치는 누가 이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것이냐가 중요하다"면서 "서로 생각이 같다면 누구와 같이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이 길의 끝에 경기도민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5일)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서울과 경기를 리노베이션(개보수)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기 분도 문제도 적극 수용·추진하겠다"며 "이미 서울권이어서 서울로 편입되길 원하는 주민이 있고 그 주민의 민의가 모이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경기 지역서 민생토론회 개최.. 당정, 경기 표심 확보 집중

'메가시티'는 김포-서울 편입론을 계기로 구리·광명·하남 등 서울 인접 경기 지역 기초단체의 서울 편입을 꾀하던 국민의힘 총선 전략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했고 김포시에서 추진하던 주민투표도 무산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위원장이 다시 메가시티 이슈를 꺼내든 것은 여당의 열세 지역인 경기도를 흔들기 위한 총선용 전략이라는 평가다.

4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경기도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이번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의석수는 59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7곳에서만 당선됐다.

현재 경기 지역 여론도 국민의힘에게 크게 불리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율은 민주 45.2%, 국힘 39.8%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인천·경기만 놓고 보면 민주 47.7%·국힘 36.9%로 민주당이 우세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달 23일~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5% 국민의힘 36%로 나타났으나 인천·경기는 민주 37%·국힘 32%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까지 아홉 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중 일곱 차례(용인, 고양, 수원, 의정부, 하남, 성남 2회)를 경기권에서 열었다. 당정이 경기 표심 확보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경기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뜬금포" "서울시민 대상 주민투표 해야"

한동훈 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가시티' 공약이 경기 지역 민심을 얻는데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주민투표, 특별법 통과 등 메가시티가 현실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고 지역별로 주민 이해관계도 미묘하게 달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서울 시민의 동의 절차 없이는 추진해선 안 된다"며 서울 민심을 자극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선거를 혼탁하게 만든 한 위원장의 메가 서울·경기 북도 분도 병합 추진안에 대해서, 졸속 공약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 시민의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은 서울 확대 정책에 있어서 수혜자가 되는 지역의 의견 못지않게, 서울 확장으로 확장 지역의 인프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서울 시민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의 확장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는 광역교통망 확충 등 국비 지원 비율이 높던 사업들이 서울시 자체 사업으로 변경돼 서울시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만약 진지하게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선결 조건으로 서울 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포시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을 넘는 걸로 아는데 그 공공자전거 따릉이만 해도 확충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인근 도시 서울 편입은) 당연히 서울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메가서울과 경기북도 분도의 동시 추진은 누가봐도 뜬금포"라며 "여당 정책이 당내, 그리고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발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서울 편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양립 불가" "갈라치기 포퓰리즘"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총선 앞두고 하는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김 지사는 5일 경기도청에서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 관련 기자회견에서 "(두가지는)병립할 수 없는 문제다. 양립할 수 없는 걸 선거 앞두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금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이 경기도를 7번이나 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번씩 와서 총선 후에는 대부분이 사라질 그런 '빌 공'자 공약 내지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세수는 60조 가까이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취약계층과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어려움이 불보듯 뻔한데 재정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런 판국에 지금 7번씩, 4번씩 경기도에 와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메가시티, 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북부특별자치도는 경기도가 지난 1년 7개월 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를 해 왔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투자가, 그 이전에 북부지역주민의 염원과 바람이 있었다"며 "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왜 이제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해 9월에 총리와 중앙정부에 주민투표 요청했을 적에 받아서 같이 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어느 하나라도 김포나 구리의 서울 편입에 대해서 한 게 있나? '봄이 오면'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경기도는 그 봄을 맞기 위해서 도민과 함께 씨 뿌리고 물 주고 그 꽃 한 송이 키우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봄은 그냥 아무 때나 오는 봄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김 지사는 "생산적인 포퓰리즘보다 나쁜 것은 퍼주기 포퓰리즘이고, 퍼주기 포퓰리즘보다 더 나쁜 건 갈라치기 포퓰리즘"이라며 "이와 같은 메가시티, 김포 등을 포함한 서울의 일부 편입은 지난 30여 년 대한민국이 갖고 왔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을 그저 정치 총선을 앞두고 하는 것에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