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문재인-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22대총선 앞두고 정치 영향력 확대
文, 李와 회동서 "용광로 단결" 통합 강조 '연동형' 시그널.. "제3의 세력 힘 모아야" 이재명 대표에게 '측근 용퇴''강성층 제지' 조언.. 친문 "친명 향한 경고" 친명 "원론적 얘기" 박근혜, 북콘서트서 "할 일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 역할론 언급 尹, 박근혜와 만남 이어가며 보수통합 총력.. 한동훈 "많은 가르침 받고 싶다" 박근혜 정부 김기춘 전 대통령실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특별 사면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문재인 박근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오는 4월 22대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의 자리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친문-친명 갈등 진화에 힘을 보탰다. 또,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권고는 다음 날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통합비례정당 추진' 발표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러브콜에 여러 차례 응답하면서 TK 지역 지지세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북콘서트를 열고 "할 수 있는 일은 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예고했다.
文, 李와 회동서 "용광로 단결" 통합 강조하며 연동형 시그널.. "제3의 세력 힘 모아야"
최근 민주당은 친문계와 친명계간 갈등이 조금씩 고조되고 있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출현은 검찰총장에 임명한 친문계 책임'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반면, 친문계는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책임을 친명계에게 돌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갈등을 잠재운 것은 다름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지난 4일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만나 통합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친명·친문으로 나누는 프레임이 안타깝다"며 "우린 하나이고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파 갈등을 직접 언급하며 총선 승리라는 목표 아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해서 총선 승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서 만든 '명문 정당' 조어도 화제에 올려 단합을 강조했다. '명문 정당'은 지난 2022년 8월 이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후 문 전 대통령을 처음 예방했을 때 나왔던 말이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증오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상생의 정치론을 펼쳤다.
문 전 대통령은 "상생의 정치가 되려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저쪽은 그런 의지가 없고 증오·적대 생산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삼는 걸 해왔다. 민주당이 이겨 정치를 주도해야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된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가운데 연동형을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아서 상생 정치로 나아가면 정치 바꾸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다음 날인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준연동형 유지'와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을 선언한 것을 볼 때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권역별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준연동제 하에서 여당의 반칙에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양자택일해야 될 상황이 됐다"며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다.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지만 여당의 이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며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文, 이재명에 '측근 용퇴' '강성층 제지' 도 조언.. 친문 "친명 향한 경고" 친명 "원론적 얘기"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측근의 용퇴를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자신의 측근이었던 이해찬 전 의원과 노영민 전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하거나 불출마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다선 중진 의원들이 길을 터주는 게 필요하다" "강성지지층 공격 자제" 등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표 측근 중진 용퇴 대상으로 특정 인물들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장 민감한 '李측근 중진 용퇴' 발언이 전해지자 계파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친문계는 친명계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하는 반면, 친명계는 "원론적인 당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과거 사례에 견줘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도권 소속 한 친문 의원은 "(이 대표뿐 아니라) 정작 책임져야 할 다선은 침묵하고, 초·재선들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을 떠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이 변화와 혁신이 없는 민주당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반면, 친명계는 원론적인 당부 수준의 발언으로 선을 긋고 있다. 당 지도부 의원은 "중진 희생 등 감동적인 구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수준의 이야기"라며 "당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둘이 서로 힘을 합해 무도하고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됐다고 본다"며 "문 전 대통령 청와대 출신의 인사들도 지금 지역에선 전부 친명을 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친문계 인사인 박수현 전 청와대 수석이 6일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북콘서트서 "할 일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 역할론 언급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보수 텃밭' 대구에서 '박근혜 회고록'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재임 중에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누군가가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즉, 표면적으로는 현실 정치에 선을 그었으나 총선을 앞두고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친박 인사'들이 다수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의원이 '저자와의 대화' 패널로 참여했으며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농림수산부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도 초청됐다.
특히, 유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서 대구 달서갑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허원제 전 정무 수석과 함께 북 콘서트 내내 박 전 대통령 옆 자리에 앉아 질문을 받기도 하며 대담을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정부 여당의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TK 지역에서 공고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박근혜 끌어안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박 전 대통령이 누군가를 당선 시킬 힘은 없다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을 낮출 힘은 갖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유승민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등을 돌린 이후로 단 한번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유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2015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 기조를 비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자"고 그를 직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을 TV 중계로 직접 봤는데, 그의 발언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연설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며 "창조경제는 폄훼하면서 당시 야당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환영한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5년 5월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 연금개혁 협상의 합의 조건으로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에 야당과 합의했다는 얘기가 들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절대 안 된다'고 전달하려 했으나, 유 원내대표가 연락을 피했다"면서 "어처구니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유 전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관까지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모처럼 함께 걸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일부러 질문을 던지며 계속 말을 걸었는데 대화가 겉돌았다"면서 "벽이 가로막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尹, 박근혜와 만남 이어가며 보수통합 총력.. 한동훈 "많은 가르침 받고 싶다"
박근혜 정부 김기춘 전 대통령실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특별 사면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부터 3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을 세 차례나 만났다. 덕분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내외에 머무르고 있지만 TK에서 만큼은 50%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일 한 위원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인 김형동 의원을 박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대구 달성군 사저로 보내 생일 축하 난을 전달했다.
한 위원장은 김 실장을 통해 "생신 축하드리고 건강하십시오"라는 인사를 전했고,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통해 "감사하다. 특히 건강에 주의하시라"고 화답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이 '비서실장이 축하 난을 들고 대구로 가고 있는 걸로 아는데, 박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있나'라고 묻자 "이미 생신 선물로 저희가 제 뜻을 전달했고 (답을) 듣고 왔다고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사회 원로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6일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한 특별 사면도 단행했다.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포함된 설 특별사면을 발표한 것.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김기춘 김관진 등 대표적인 인사를 사면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