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부산·경남] 與 '낙동강벨트'서 본격 '공천 전쟁' 스타트

국힘 공관위, 명분은 "낙동강벨트 중요하다" 현실은 "중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2024-02-08     정하룡 기자
그래픽/ 연합뉴스

[폴리뉴스 정하룡 기자] 국민의힘이 서병수·김태호·조해진 등 부산·경남 지역 3선 이상 현역의원 3명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

당장에 국민의힘 경남 양산·을 당원들이 7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지역구 전략공천 논의에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한 경선을 바라는 국민의힘 양산·을 당원 일동'이라고 밝힌 지역구 당원 100여명은 이날 양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여론을 무시한 전략공천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8년간 당 현역의원 부재로 말할 수 없는 설움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당 깃발을 놓지 않은 것도 양산을 당원들인데 중앙당은 그 어떤 과정에서도 지역 당원 여론을 반영치 않고 있다"며 "지역 당원을 배제한 공천으로는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태호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4년전 무소속을 강행하면서 함께한 지역구 동지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가는 것 같다 늦어도 내일(8일)까지는 결심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국힘 중앙당 공관위는 역대 선거에서 여·야 격전이 치러져 이른바 '낙동강벨트'로 불리는 양산·을 지역구에 당내 3선인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게 출마를 요청했다. 양산·을 선거구는 국힘 한옥문 예비후보 등이 뛰고 있으며 현역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여당의 4·10 총선 공천 '제1원칙'은 '승리 가능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파나 친소 관계, 정치적 메시지 등을 따지기보다는 해당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보고 총선 후보를 내겠다는 게 한 위원장이 강조해온 내용이다.

국힘 공관위 정영환 위원장이 6일 1차 '공천 원천배제' 대상인 29명의 컷오프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서병수 5선 의원(부산진구·갑)에 "본인들이 수고해서 다선 의원이 됐겠지만 당의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기에... 우선적으로 나서서 어려운 데 가서 한 지역구라도 하면 좋겠다"고 희생을 요구했다.

또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낙동강 벨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부산 서병수 의원이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해오셨고 당을 지켜온 분이기 때문에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북강서갑으로 출마해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렸고, 경남에서 김태호 의원께 김두관 민주당 의원 지역인 양산을 출마를 해주십사 부탁을 드려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치신인을 내보내서 이기기 힘든 지역이 있는데 중진들이 가서 희생해준다면 선거에서 또 다른 바람이 될 수 있고 승리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서병수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지역 변경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깊은 심정'을 토로했다.

 "나라와 당을 위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며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도전이 되겠지만, 당이 결정하면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전했다. 부산 북·강서갑 선거구에서 현역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맞붙게됐다. 

 

국민의힘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도 경남 김해 갑·을 출마를 요청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김해 갑·을도 저희 현역이 없다"면서 "그 지역까지 만약에 승리한다면 낙동강 벨트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조해진 의원에게 김해갑이나 김해을로 가셔서 당을 위해서 헌신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에 조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을 내고 "결론을 내리는데 수삼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진의 입장에서, 나라가 어렵고 제가 큰 은혜를 입은 당이 힘든 선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총선 승리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하는 문제도 고심해 왔다"며 "제가 4선이 되는 과정이 당이 이기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3선까지 키워주신 밀양·의령·함안·창녕의 당원과 당직자·주민 여러분의 생각도 여쭤봐야 하고, 당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은 김해시민들의 입장도 헤아려봐야 한다"며 "선거가 임박해 있기 때문에 길게 시간을 끌 수는 없고,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려서 당의 공천 작업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중진 등 현역 의원의 불만이 확산할 경우 여권에선 경선 참여 대신 이준석 신당이나 무소속을 택하는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그 지역 예비후보들이 여지껏 수고한 '땀'들도 공중분해된다는 현실도 갈등 요인으로 남는다. 선거 게임에서 '들러리'나 '잉여자'로의 낙인은 오래간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즉 지역의 중진들이 떠난 자리(또는 버린 자리)를 '전략 지역'으로 선정해 소위 '낙하산'들이 하늘에서 내려오신다고 가정했을 때, 그 지역의 '주권자들의 수준과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