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늘봄학교 전면 시행 목전인데…교사 92% ‘늘봄학교 전면 도입 동의 안해’

학부모 ‘늘봄학교 전면 도입’ 동의 49%…절반 수준 머물러 교사 87% “늘봄학교 도입으로 업무 많아질 것” 교사 83% "늘봄 업무 참여안할 것" ‘늘봄 원조’ 박종훈 경남교육감 “교육부가 준비 없이 너무 서두르고 있어” 지역별 늘봄학교 참여 신청 격차 커…서울 5%…경기도 73%

2024-02-08     고영미 기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늘봄학교 관련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정부가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고자 원하는 초등학생은 저녁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돌봄을 이용하도록 하는 '늘봄학교'를 올해 2학기 전면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초등교사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초등교사 92%가 '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초등교사들 중 83%는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줘도 늘봄학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각 교육 주체들 모두 늘봄학교 도입으로 자신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 응답해 교육 현장에서의 반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찬성한다고 밝힌 학부모 응답 비율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준비 없는 '졸속 돌봄정책' 시행 문제가 폭발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늘봄‘과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박종훈 경남 교육감은 “교육부가 (늘봄학교에 대한) 준비 없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 초등학교 중 3월부터 늘봄학교를 신청한 곳은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기도는 도 내 초등학교 중 73%가 늘봄학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사 92.4% "늘봄 전면 도입 반대" 87% “늘봄학교 도입으로 업무 많아 질 것”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는 올해 초1을 대상으로 1학기에 초교 2700곳, 2학기에 6175곳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 초등학교 교사 절대 다수는 늘봄학교 시행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업무 증가를 우려하는 교사들은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원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달 31일~이달 4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초교 교사, 교육 행정직 공무원, 돌봄 공무원 등 4만2001명이 참여했다.

‘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교사와 학부모의 답변은 엇갈렸다. 

교사는 92.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학부모는 49.6%가 ‘동의한다’고 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6.3%에 불과했다.

늘봄학교가 시행된다면 누가 관리 책임을 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교사의 78.8%가 관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학부모는 34.3%가 돌봄 공무원을, 17.8%가 교사를 관리 주체로 꼽았다.

교사 중 상당수는 늘봄학교 시행 뒤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 폭력, 안전 사고 등이 늘어날 텐데 이 경우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교장 교감이나 돌봄 공무원이 관리책임자가 되더라도 학부모가 결국 담임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으로 누구의 업무가 가장 많아질 것으로 보느냐’의 질문에는 교사의 86.9%가 교사라고 답했고, 돌봄 공무원의 83.8%는 돌봄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또 교육 행정직 공무원의 70.2%는 교육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했다. 

각 주체가 자신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막기 위해 교내에 늘봄지원실을 만들고 교육행정직 공무원 정원을 2500명 늘려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 낸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지만 교사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설문에서 ‘늘봄학교 참여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 교사의 83.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당을 더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교사 중 61.6%가 반대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초1 예비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반면 이날 발표에선 학부모의 늘봄학교 찬성 비율이 50%에 못 미쳐 3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김성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한국교원대 교원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은 학부모들이 그동안 경험한 학교 돌봄 서비스 질이 낮아 불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돌봄은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수요가 많은데 이날 발표는 전학년 학부모 대상 설문이라 초1 예비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 설문과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사진=연합뉴스]

박종훈 경남교육감 “위에서 찍어 누르듯 하면 안돼” 

지난 2021년 ‘늘봄’이란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추진에 대해 “위에서 찍어 누르듯 추진되는 지금 방식으론 일회성 이벤트로 흐를 뿐, 현장에 착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교육감은 늘봄학교 효과에 대해 “교육 자치 훼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현장에는 학생이 10명인 학교도, 1000명인 곳도 존재한다. 정부가 하나의 기준으로 밀어붙이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아이들 방과 후를 잘 챙겨야 일과 가정이 양립한다’는 큰 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현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현장에서 ‘총선용’이란 의심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육감은 “한 달 뒤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현장은 뒤숭숭하다”며 “방과후 정책은 노무현정부 때 사교육 대책으로 시작했다. 당시 (경남도) 교육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교육감으로 재직하며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의 가욋일이 돼서는 정규수업도 망가진다는 점과 개별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늘봄”이라 설명했다. 

이어 “창원 명서초가 학생이 줄어 별관 하나가 통째로 비었는데 그 공간을 거점으로 인근 10개 학교를 모아 기존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기능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교육부가 우왕좌왕한 사례’에 대해 “늘봄학교 운영 인력에 대한 개념도 없이 시작했다. 교육부는 학교에 기간제 교사를 추가 배정하는 방식이면 교사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업무가 섞이고 교사 부담으로 넘어와 본래 교육 활동도 타격받는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발이 나오자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배치는 ‘한시적’ 조치라며 발을 뺐지만 어떤 지역은 기간제 교사가 이미 900명이나 배정됐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경남 교육청의 준비 현황에 대해 “작은 학교를 연계하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령군에 초등학교가 13개 정도 있는데 5년 뒤 살아남을 곳은 3개라며 이 3곳을 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학교를 연계해 오전에는 원적 학교에서, 오후에는 거점 학교로 모여 공부한다. 내년부터는 점심도 거점학교에서 같이 먹고, 저녁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동학교’라고 이름 붙였다. (늘봄학교와 다른 점은) 지자체가 한 축으로 참여한다는 점인데 교육청과 지자체, 시민사회가 공간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을 반씩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사진=연합뉴스]

서울, 늘봄학교 신청학교 단 30곳  

원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 서비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늘봄학교' 시범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참여 학교 선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준비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늘봄 서비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에서 참여를 신청한 학교가 타 지역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604개 초등학교 중 3월부터 늘봄학교를 시행하겠다고 신청한 곳은 30개교를 조금 넘긴 전체 5~6%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신청 학교가) 30개 이상이지만 아직 40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학기 전국 6100여개 초등학교 전면 도입에 앞서 1학기 2700여곳에서 우선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시행 학교 모집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서울의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부산은 304개교 전체, 경북·경남 지역 각 150개교 내외가 참여를 신청했다. 전남 425개 학교도 모두 참여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기존 방과후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종합 교육프로그램으로, 아침 수업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방과 후·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인구와 학교, 학원 등이 과밀해 늘봄학교의 필요성이 가장 큰 서울에서의 신청 학교가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서울은 지난해 서이초 사태 이후 새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이 크고, 타 지역에 비해 교육청 차원에서도 시행을 강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에 여러 특수성이 있는 만큼 최대한 학교 의견을 존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미 과밀한 서울엔 더 이상 늘봄학교 운영 공간인 '늘봄교실'을 따로 만들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서울은 늘봄교실을 따로 만들 공간이 없다"며 “당장 1학기엔 모듈러 교사(조립식 건물)에서 수업하는 곳도 있어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동네키움센터’ 등 지자체 돌봄 접근성이 좋은 점 역시 참여율 저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학기보다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의 성공적 안착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광교청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초교 73% 신학기부터 '늘봄학교' 운영…2학기 전면시행

경기지역에서는 새 학기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운영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음 달부터 관내 초등학교 975곳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2023년 기준 경기도 내 초등학교는 모두 1천330곳으로 이 중 73.3%가 전면시행에 앞서 늘봄학교 운영을 시작한다.

이들 학교는 도 교육청 조사에서 1학기부터 늘봄학교 운영을 희망한 곳들이다.

도 교육청은 늘봄학교 운영에 따른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자 기간제 교사 975명을 학교당 1명씩 배치했으며 이들 기간제 교사는 늘봄학교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전담한다.

도 교육청은 단기행정인력을 더 확보해 2학기 전면 시행 때 학교에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 방과후 프로그램은 교사가, 돌봄은 보육전담사들이 해왔는데 늘봄학교를 도입하면서 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간제교사와 단기행정인력을 학교마다 배치하고,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 저녁돌봄은 지역의 거점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성에 따라 늘봄학교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교육청 김인숙 지역교육협력과장은 "경기도는 어느 지역은 과대학교가 많고 어느 지역은 소규모학교가 많은데 지역사회와 협력해 거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이를 위해 작년 7월 경기도와 협의체를 꾸려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 154곳에서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했다.

당시 놀이체육, 보드게임, 창의과학, 독서, AI, 코딩, 드론 등 다양한 늘봄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경북도교육청 [사진=연합뉴스]

경북 교육감, 늘봄선도학교 사전 현장점검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늘봄선도학교 운영 준비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7일 안동영호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임 교육감은 이날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대표들과 함께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인력 지원 내용과 공간 확보 상황 등을 점검하고, 교육청이 추가로 지원해야 할 부분에 대해 협의했다.

경북 교육청은 올해 1학기에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희망학교 152개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고,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늘봄선도학교로 지정되면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은 물론 기존 학교 교원이 새로운 업무를 맡지 않도록 본청, 교육지원청, 학교에 업무 지원과 운영을 담당할 인력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선도학교로 지정된 152개교에는 기간제 교사 152명을 모두 배치하고, 정규교사 60명을 추가 배치해 늘봄학교 관련 신규 업무,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늘봄지원센터와의 소통 업무, 각종 민원 업무 등을 담당한다.

늘봄지원센터에는 교육전문직 2명과 일반직 21명을 배치해 각종 행정업무, 강사 섭외와 채용 등 늘봄학교 업무를 지원한다.

임 교육감은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종합적 교육프로그램 제공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내실 있는 늘봄학교 지원 체제 운영으로 교원의 업무 부담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충북교육청 늘봄학교 TF 구성…"2학기 전면 시행 대비"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대비해 '충북 늘봄학교 집중지원단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7일 밝혔다.

TF는 천범산 부교육감이 단장을 맡아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예산·인사 등의 부서로 구성한 '업무지원단', 교직원·돌봄전담사 등이 참여한 '현장지원단', 교수·지역 돌봄 전문가 등으로 편성한 '전문가 자문단'을 만들었다.

TF는 과대 학교, 과밀학급의 늘봄학교 수요 예측과 사전점검, 학교 공간 확충 및 예산 지원, 초등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외부 강사 인력풀 확보, 업무경감을 위한 인력 확충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대한 지원방안을 이달 중에 마련할 예정이다.

3월 이후에는 늘봄학교 운영사례를 공유하면서 2학기 전면 시행에 대비해 인력배치, 예산 지원 등의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천 부교육감은 "부서 간 유기적 협조체제와 학교 현장의 다양한 요구사항 수렴 등을 통해 늘봄학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위해 TF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늘봄학교를 1학기에 100곳에서 운영한 뒤 2학기에는 모든 학교에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