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대 증원 후폭풍, '전공의 사직' 본격화.. 정부, 엄정대처 원칙 속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제안

전공의 집단행동 '3월' 유력.. 2월 말 '개별 사직·재계약 거부' 후 병원 이탈 전국 40개 의대 대표 "동맹휴학 참여" 만장일치 가결.. 한림대 의대 첫 동맹휴학 의협, 오늘 '의대 증원 반대' 의협 궐기대회.. 17일 투쟁방안 결정 복지차관 "전공의 파업시 비대면진료 확대·PA간호사 활용" 전공의 대상 수련환경 개선'당근'도 제시

2024-02-15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강행 의지를 보이자 의사 단체도 속속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강행 의지를 보이자 의사 단체도 속속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벌써부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이달말 재계약을 거부하고 3월에는 병원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전국 40개 의대가 동맹휴학에 찬성 입장을 보인 가운데 한림대 의대가 동맹휴학 스타트를 끊었으며, 의협도 오늘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17일까지 투쟁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거듭 천명하면서도 의료대란이 현실화 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을 약속하며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 '3월' 유력.. 2월 말 '개별 사직·재계약 거부' 후 병원 이탈

가장 큰 관심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여부이다. 전공의들이 총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대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공의나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의료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에서 응급 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이들이 집단적으로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의료 현장의 공백이 커지면서 한자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까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대전성모병원 소속 인턴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회장이 15일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사직이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개별적 집단사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은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는데, 집단이 아닌 '개인적 사직'을 독려하는 표현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실제로 대전협은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사직서 투쟁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제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열린 대전협 임시대의원회총회에서는 올해 의대를 졸업하고 2월 말 신규로 들어오는 인턴들이 수련 계획서를 쓰는 시기에 맞춰 각자 사직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라고 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2월 말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근로기준법상 한 달 후엔 병원에서도 강제 근로를 시킬 수 없다. 즉, 3월 말이면 전공의 공백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의협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리가 안 됐다고 하더라도 한 달 안에 대체 인원을 뽑지 못한 것은 병원의 잘못으로 인정돼 한 달 뒤 병원을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이 한달이라는 시간이 병원 측엔 전공의 사직에 대비할 준비기간으로 보고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업무와 입원, 수술 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법적으로도 문제없이 정부 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공의들은 이와 더불어 수련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인턴이 되거나 레지던트가 될 때 재계약을 해야 한다. 또 레지던트 계약을 1년마다 갱신하는 병원들도 있다.

마침 병원들이 인턴, 레지던트 계약이나 재계약 시점이 대전협이 예상하는 2월 말, 3월 초에 몰려있어 실제 실행에 옮겨진다면 사직서 제출과 함께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40개 의대 대표 "동맹휴학 참여" 만장일치 가결.. 한림대 의대 첫 동맹휴학

의대생들의 동맹휴학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표들은 15일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성명서를 공개하며 "'나는 본교의 대표로서, 단체행동 추진 필요성에 찬성하며 이를 주도해나갈 의지가 있다'는 안건이 40개 단위 대표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의대협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수일 내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조사한 후 의결을 거쳐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전면 철회를 촉구한다"며 "의학교육의 부실화는 실력 없는 의사와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미래 의료현장에 혼란을 야기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림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1년 동안 휴학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15일 한림대 의대 의료정책대응TF SNS에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은 "1년간의 학업 중단으로 의료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1년은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임에 동의했다"면서 "즉시 휴학서를 배부했고, 오늘 취합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 "의료계에 계신 모든 선배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해 달라"며 "전국 의대 학우 여러분. 우리의 휴학이 동맹 휴학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이제는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생 동맹휴학 움직임에 즉각 우려를 표시했다.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각 대학에 관계법령 및 학칙을 준수해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에 즉각 협조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동맹휴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학생들이 본분을 지켜서 학업에 열중해주길 당부한다"며 "교육부와 협력해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 반대 구호 외치는 대구시의사회 [사진=연합뉴스]

의협, 오늘 '의대 증원 반대' 의협 궐기대회.. 17일 투쟁방안 결정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7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13일부터 부산, 인천, 경기, 대구 의사회가 궐기대회를 열었고 이날은 서울을 비롯한 나머지 시·도가 집회를 개최해 의대 증원 저지를 요구할 예정이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7일 제1차 비대위 회의를 열어 향후 비대위 투쟁방안과 로드맵 등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면 의대를 24개나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 모든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비대위는 비대위원장과 각 분과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상임비대위를 두고 그 아래에 투쟁위원회, 조직강화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언론홍보위원회 분과를 두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의료계 각 직역에 비대위원 추천을 요청한 상황이며 오는 16일까지 위원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이후 17일 1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투쟁 방안 등을 논의, 결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리는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2000명 증원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라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핑하는 박민수 차관 [사진=연합뉴스]

복지차관 "전공의 파업시 비대면진료 확대·PA간호사 활용".. 전공의 대상 '당근'도 제시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이 감지되자 정부는 "의사 면허 취소" 엄포에 이어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계의 반대가 심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방안을 거론하며 의료계를 더 압박했다.

박 차관은 1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인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진료 대응계획을 마련해 놨다"며 "군 병원을 활용한 응급실 이용, 공공의료기관들을 활용한 응급체계 대응, 기존 인력들이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진료 시간을 확대하는 것 등 모든 대책을 준비해서 가급적 진료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의료인의 기본 사명이 국민 건강과 생명 살리기인 만큼 존중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의사의 존재 이유는 환자에게 있는 것인데, 환자를 도구 삼아서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행동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를 달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박 차관은 15일 중수본에서 논의한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개선하고, 지도 전문의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특히 연속근무 제도 개선은 상반기 내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전공의와 병원들이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전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공의를 전담하는 권익 보호 창구도 다음 달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