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빅5병원 전공의, 19일까지 집단사직 "의료대란 임박".. 정부 "비상진료 체계 구축"

전공의 집단사직 전국 확산하나.. 2020년 의료대란 재연 우려 35개 의대 대표자회의 "전국 의대생 20일 동반 휴학계 제출" 의사단체, 전국 각지서 규탄대회.. 의사 가운 벗어 던져 의대증원 긍정적 76%.. 보건의료노조 "전공의 사직은 국민 생명 내팽개치는 반의료행위"

2024-02-16     김승훈 기자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전원이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에 반발해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전원이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에 반발해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어 의료공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대학병원들로 하여금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게 하고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복귀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 의료대란을 대비해 비상진료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전국 확산하나.. 2020년 의료대란 재연 우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이들의 집단사직 결정은 다른 병원 전공의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원광대병원은 전날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대병원 소속 전공의 7명도 개별적으로 병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들도 속속 사직서를 내고 있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응급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2020년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수술과 진료 등에 차질이 발생했던 '의료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빅5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37%에 달해 이들이 모두 사직한다면 정상적인 진료는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의료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당시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의대 증원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내려진 만큼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 없이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복지부는 전공의 등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집단행동을 하면 즉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필수의료 유지명령도 발령하는 등 법적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5개 의대 대표자회의 "전국 의대생 20일 동반 휴학계 제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이달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기로 학생 대표들이 결정한 것이다.

16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 학생들은 전날 오후 9시께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의대생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휴학계 제출 일자를 20일로 통일해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 35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한 16일에도 회의를 열고 19일 수업거부 여부를 비롯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한림대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한림대 의과대학 의료정책대응 TF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5일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원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생의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공문을 보내 각 대학이 관련 법령·학칙 등을 준수하는 등 엄정하게 학사관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대학별 학칙·규정에 따른 절차와 요건을 충족했는지 확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도·관리해달라는 것"이라며 "다만, 아직 실제로 대학에 제출된 휴학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16일 '국립대병원 및 의과대학 상황대책반'을 구축하고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비상연락체계를 가동해 대학별 학생 동향·조치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또한 16일 오후 3시 오석환 차관 주재로 의과대학 교무처장들과 긴급 회의를 열어 학사운영과 의대생 집단행동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회의에서 오 차관은 각 대학이 관련 법령과 학칙 등을 준수해 학생지도와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할 방침이다.

가운 벗은 의사들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진=연합뉴스]

의사단체, 전국 각지서 규탄대회.. 의사 가운 벗어 던져

의사단체들도 전국 각지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준비 안된 의대 증원, 의학 교육 훼손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궐기대회에는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회원 뿐만 아니라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도 참여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 강력 반대한다"며 "일방적인 대규모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이러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이날 낮 12시 30분 국민의힘 대전시당 앞에 "윤(석열) 정부의 의사 탄압은 의사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보건 의료와 국민 건강을 희생시키는 유례 없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부와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이제 전국의 의사들은 하나 돼 국민의 건강과 전문가의 자존심을 정략적 목적으로 희생시키는 어리석은 정부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강원의사회, 충청북도의사회, 울산시의사회, 전북의사회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2월 6일은 대한민국 의료 사망 선고일이다. 사망 선고일이기 때문에 제가 여러분과 함께 이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강원도의사회는 이날 서명서에서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울산시의사회는 OECD 국가 중 국토면적당 의사 밀도 및 의사증가율을 살펴봐도 대한민국은 의사수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의사회는 "후배들을 외롭게 하지 말라"며 "의사를 협박하는 보건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정부는 TV 생방송 토론을 받아들여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전북의사회는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며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의사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참여 여부와 시기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제든지 파업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관계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사회와 인천시의사회는 지난 13일 결의대회를 열어 이날 별도로 집회를 열지는 않았다. 각 시도의사회는 17일 서울에 모여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다.

거리로 나선 의사들 [사진=연합뉴스]

의대증원 긍정적 76%.. 보건의료노조 "전공의 사직은 국민 생명 내팽개치는 반의료행위"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한 데 대해 76%가 긍정적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한국갤럽은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국민의힘인 응답자의 81%, 더불어민주당인 응답자의 73%가 긍정 평가하면서 여야 지지자 간 이견도 없었다.

의대 증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의사 수 부족·공급 확대 필요'(40%), '국민 편의 증대·의료서비스 개선'(17%), '지방 의료 부족·대도시 편중'(15%), '특정과 전문의 부족·기피 문제 해소'(4%) 등이 꼽혔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의료 수준·전문성 저하 우려'(16%), '의료 문제 해소 안 됨·실효성 미흡'(14%), '성급함·몰아붙임·준비 미흡', '과도하게 증원'(이상 12%), '의대 편중·사교육 조장'(11%) 등이 거론됐다.

보건의료노조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을 무산시키려는 집단행위라고 비판하며 정부에 힘을 보탰다.

보건의료노조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들이 날짜를 정해놓고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집단 진료 거부임이 명백하다"며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투석실 등 국민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종사하는 전공의들이 환자를 팽개치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것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반의료행위"라며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36시간 이상의 연속근무와 주80시간의 노동으로 번아웃에 내몰리는 전공의들이 의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는 정부와의 싸움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한 싸움"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싸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 피해 등을 직접 파악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