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위성정당 불참 선언‧지역구 연대는 추진”…민주 수용
녹색정의당 “준연동비례대표제 취지 훼손하는 위성정당 반대…접전 지역구 연대” 민주당 박홍근 “아쉽지만 지역구 연대 의미있어”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녹색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정당인 '비례연합정당' 창당 논의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정책연합 및 지역구 후보 연대' 등은 폭넓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18일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과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위해 폭넓은 정치연합과 지역구 연대를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연합추진단장은 이같은 녹색정의당의 결정에 대해 “추진단은 녹색정의당과 정책 연합, 지역구 후보 연대를 위한 협의에 오늘(18일)이라도 논의 테이블에 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녹색정의당 “정책‧선거연대는 하겠지만 비례연합정당에는 불참”
녹색정의당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정당인 비례연합정당 창당 논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녹색정의당 김민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전국위원회 회의를 통해 민주당이 포함된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의 변화와 제3지대 통합정당 출현 같은 다양한 세력의 연대·연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녹색정의당은 준연동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에 반대했고, 중단 없는 정치개혁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정에서 민주당이 녹색정의당에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위성정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사회단체 대표인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준연동형제 하에서 범진보 진영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첫 회의 이후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 단장인 박홍근 의원은 첫 회의를 마친 뒤 녹색정의당을 향해 이번 주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동참을 촉구했었다.
녹색정의당의 이번 결정은 그간 준연동형제 허점을 노린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해 온 녹색정의당이 사실상 위성정당 창당에 동참할 수 없다는 '명분론'이 '실리론'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녹색정의당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정책연합 및 지역구 후보 연대 등은 폭넓게 추진하기로 했다.
심상정 의원이 출마하는 고양갑 지역구처럼 녹색정의당 후보의 경쟁력이 있고 접전이 예상된다면 단일화나 선거 연대 등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국회에서는 녹색정의당과 민주당이 연이어 회견을 었다. 먼저 문을 연 건 녹색정의당으로 '비례는 독자-접전지역구는 연대' 전략이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우 상임대표는 18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녹색정의당은 어제(17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위해 폭넓은 정치연합과 지역구 연대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비례와 지역구를 함께하는 선거연합정당의 원칙을 견지해왔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반대해왔던 녹색정의당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이번 총선은 단순히 ‘반 윤석열’을 넘어 새로운 한국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여야 하고 22대 국회는 제7시민공화국을 위한 개헌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 동시에 심각한 역사적 퇴행을 가져온 윤석열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녹색정의당도 부응해야 한다는 점 또한 무겁게 받아안고 토론과 고민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시민사회의 여러 선배님들과 동료들께서 민주·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에 관한 구상을 역설하시면서 정의당의 동참을 독려하신 것은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특히 여러 시민사회 인사들 중 4년 전 위성정당 사태 때 더불어시민당을 매섭게 비판하셨던 분들께서도 이러한 구상에 동참하셨기 때문에 그 제안의 무게를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더욱이 4년 전과 달리 윤석열 정권이 우리사회의 역사적 퇴행을 가져오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해달라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마주하기도 했다”면서 “아울러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퇴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시민사회에서 비례연합정당 구상을 제안해주신 것도 잘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거대정당과 소수정당이 함께하는 비례연합정당은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 위성정당을 비판하던 정의당이 민주당이 포함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명분보다는 손쉽게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실리적 선택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정의당 내부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라며 “때문에 시민사회의 진정성 어린 제안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의 선택은 실리 대(對) 명분이라는 손쉬운 이원론으로 치환되어서 사고되거나 보도되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숙고 끝에 이러한 실리와 명분이라는 이원론이 갖는 가장 큰 함정은 실리든 명분이든 모두 녹색정의당‘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면서 “녹색정의당이 의석을 더 차지해서 조직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이든, 의석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명분있는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적어도 진보정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관점이라기보다는 녹색정의당이라는 조직차원의 사고가 아닐까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녹색정의당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시민들과 유권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2024년 총선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의 향연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간평가 선거로서의 2024년 총선이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요구와 구도에 강하게 규정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며 “그러한 의미에서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하여 국민의힘 의석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대표 투표에 있어서 민주당이 포함된 연합정당 노선에 녹색정의당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와 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의석을 획득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굳이 증명하기 위하여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진보정당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2중대론을 벗어나기 위해 고된 길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비례연합정당 노선과 관련하여 진보정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윤석열정권 심판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처방전에 동의하기 힘든 시민들이, 억압받는 ‘을’들이 많이 존재한다”라며 “핵발전 확대라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하면서도, 생태적 관점에서 가덕도 공항건설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후시민들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해체를 주장하는 윤석열정권을 비판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정당에만 투표하려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을 통해서 거대 양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기로 하였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밝혔다.
김 상임대표는 “이러한 시민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필요하다”라며 “녹색정의당마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이분들이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에 투표하지는 않겠지만 투표장을 찾지도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표가 양산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심판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녹색정의당이 민주당과 연대는 열어놓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소명이라는 생각을 한 셈”이라 밝혔다.
그는 “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과 녹색정의당은 다양한 정책연대를 실현해왔고 교집합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입장이 다른 여집합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상호 여집합 때문에 비례연합정당에 모두 함께하기보다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서로 존중하며 독자적 대응을 하는 것이 윤석열정권 심판에도 더 도움이 되는 길”이라 전했다.
김 상임대표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녹색정의당의 선택이 의석수 몇 개를 손해 보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녹색정의당의 존재 이유는 우리 사회 거대 양당에서 발견하기 힘든 정치의 대안과 희망을 열망하는 시민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선택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 강조하지만 지역구 연대와 비례연합정당 참여 거부라는 녹색정의당의 연대연합 방침은 윤석열정권 심판의 명분을 가장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사표론은 진보정당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프레임”이라며 “진보정당을 지켜온 이들로서는 억울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선투표제조차 없는 소선거구제에서 이러한 사표론이 갖는 함의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부인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사표가 중요시되는 것은 비례대표 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구 선거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지역구 연대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 전했다.
김 상임대표는 “녹색정의당의 후보자들이 꼭 모든 곳에서 지역구 연대를 할 필요는 없지만, 2016년 총선 당시 창원성산에서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서 당선되었듯이 접전지역에서의 지역구 연대는 시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때문에 지역구는 연대하고 비례는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윤석열 정권심판의 명분을 가장 극대화하고 유권자 사표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라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번 녹색정의당의 선택은 실리와 명분 중 하나를 조직관점에서 선택하거나 절충하는 안이 아니라, 유권자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가장 극대화하는 방안”이라 주장했다.
모두발언 후 김 상임대표는 좀더 구체화된 선거연대를 언급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의 경우는 유권자 관점에서 봤을 때 ‘접전지역’에서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후보의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예로 2016년 경남 창원 성산에서 당선됐던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들기도 했다. 당시 노 의원은 야권 연대를 통해 지역구 당선을 할 수 있었다.
또 “접전 지역에서는 연대 전략을 통해 사표를 방지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에 부응하면 된다”며 “여의도 문법으로 의석 수는 손해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더 넓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아쉽지만 존중... 후보 단일화는 경선이 원칙”
‘정책연대와 선거연대는 하겠지만 비례연합정당에는 갈 수 없다’라는 녹색정의당의 결론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연합추진단장은 “아쉽지만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18일 오전 11시40분 박 단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단은 녹색정의당과 정책 연합, 지역구 후보 연대를 위한 협의에 오늘(18일)이라도 논의 테이블에 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단장은 “녹색정의당처럼 원내 진보 정당과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 연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연동형 도입과 연합 정치 실현이라는 당초의 취지는 그대로 살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합정당 비례대표 후보,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원외 정치 세력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는 인사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선출하는 공개적이면서 민주적인 공천 방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박 단장은 ‘연대 기준’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역구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경선을 통해 한다는 방침”이라며 “녹색정의당과는 공식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향후 논의 테이블에서 의견 교환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다는 게 원내 정당 이상으로 넓히겠다는 의미인지 질의하자, 박 단장은 “비례연합정당 창당이 물리적으로 촉박한 점이 있어, 먼저 합의한 정당이라도 (비례대표 관련) 정리를 할지 판단할 것”이라며 “최종 입장은 이날 논의를 거치고 필요하다면 지도부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18일) 중으로 매듭은 짓겠지만, 발표 여부는 각 당 내부 논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