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론동향] 민주당 ‘데드크로스’ 지나 ‘죽음의 골짜기’ 들어서나
민주당 공천 파동 확산 일로...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도 이탈할 듯 2012년 총선 데자뷔, 정권심판론 높았지만 내부 분열로 패배한 교훈 돌아봐야
[폴리뉴스 서경선 기자] 공천 파동을 겪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의 내림세가 심상치 않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약 1년 만에 국민의힘에 뒤떨어지며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2월 4주 차(22∼23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43.5%, 민주당이 39.5%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 이후 처음으로 두 정당 간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약 8개월 만에 40%대를 회복하는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갤럽의 2월 4주 차(20~22일) 조사에서도 34%를 기록해 3주 연속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 파동으로 리얼미터 조사에서 4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이번에 30%대로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4%p 오른 35%로 나타났지만 2주 연속 국민의힘(37%)에 뒤처지고 있다.
오늘(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 탈락하면서 친명-친문 간 공천 갈등의 뇌관이 폭발했다. “‘명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으로 가고 있다.”라는 친문계(친문재인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이 사실상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주류는 임 전 실장 공천 배제가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결정’이라고 본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이 대표가 비주류의 중심이 될 만한 임 전 실장을 제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천 내분이 심화할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더 추락해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질 우려가 높다.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중도층이 이탈하고 지지층까지 쪼개지면 지지율 만회가 어렵게 된다. 결국 4월 총선에서 패배가 불 보듯 뻔하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 1월만 해도 4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권심판론과 김건희 명품백 논란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파동이 커지며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여기에 비명계 탈당과 제3지대 등장까지 이어지며 민주당의 총선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2012년 19대 총선 패배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MB) 정부 말기 열린 2012년 19대 총선에서 높은 정권심판론에도 여당에 과반 의석(152석)을 내주었다.
당시 이 대통령 지지율은 2012년 2월 중순부터 총선 직전까지 23~29%였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레임덕 상황이었다.
야권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후 과반 의석을 낙관하고 있었다.
2011년 12월 친노계, 동교동계, 시민사회 인사, 한국노총 등 다양한 세력들이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키며 전열을 정비했다.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도 성사하며 정권심판론 결집을 꾀했다.
하지만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한 ‘나꼼수' 진행자 출신 김용민의 여성·노인 폄하 발언 파문, 당내 계파 싸움, 공천에서 배제된 일부 동교동계가 탈당해 만든 정통민주당에 의한 야권표 분할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MB 심판론 말고는 선거를 주도할 이슈 개발에도 소홀했다.
반면 여당(새누리당)은 서울시장 보선 참패 후 미래 권력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고 김종인을 영입하여 경제민주화, 복지 강화 등 중도 구호를 앞세워 MB와 차별화에 나섰다.
한국일보 김회경 기자는 24일 “이번 총선이 2012년 데자뷔 같다”고 보도했다.
여야의 현재 상황이 ①2011년 11월 서울시장 보선 참패 후 여당 미래 권력(박근혜 비대위) 등장 ②여당(박근혜)과 청와대(MB)와 차별화 ③야당의 정권심판론 안주 ④옛 통합진보당 세력과 야권연대(현 통합형 비례연합정당) 등 2012년 총선 때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⑤'진박 공천' 파문으로 여당이 2016년 총선에서 야당에 패했던 경로까지 답습하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2012년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금의 공천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은 희석되고 오히려 이재명 심판론이 더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대 총선 패배는 이재명 대표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 민주당이 막다른 패배의 절벽으로 내몰리기 전에 확실한 반전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5.5%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3.7%다. 정당 지지율 조사는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7%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