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힘, '신인횡사' '현역불패'.. 공천확정자 평균연령 58.3세 '늙은 공천' 현역물갈이 쇄신 미약

청년 비중 13.6% 여성은 10% 미만.. 상당수는 여당 험지행 친윤계는 양지행.. 한동훈 "경선 이기지 못하는 신인, 본선 경쟁력 의심" 민주 "시스템 사천…친윤·용핵관들 꽃가마".. 국민여론 "공천 주도권, 尹 40.1% 韓 33.7%"

2024-02-28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이 절반 이상의 지역구 공천 후보자를 확정한 가운데 현역 의원 상당수가 단수 공천을 받거나 양지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이 절반 이상의 지역구 공천 후보자를 확정한 가운데 현역 의원 상당수가 단수 공천을 받거나 양지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는 공천'을 내세우면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과 정치신인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당초 공관위가 다짐했던 '청년과 여성 등 정치 신인의 발굴과 등용'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3월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특검법의 통과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역 물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 비중 13.6% 여성은 10% 미만.. 상당수는 여당 험지행

27일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253곳 지역구 중 절반 조금 넘는 132곳의 후보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 현역 의원은 47명으로 전체의 약 35% 정도이다.

특히, 청년이라 할 수 있는 40대 이하는 18명(13.6%)으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19.5%)에 비해 5.9%포인트 줄었다.

이는 현역 상당수가 재도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공천 확정자의 평균 연령은 58.3세로 지난 20대 총선(56.3세)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려던 노력과 역행하는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비대위를 출범하며 임명직 8명 중 6명을 40대로 채웠다. 임명직 평균 연령은 43.7세였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도 첫 공관위 회의에서 "청년과 여성, 유능한 정치 신인의 적극적인 발굴과 등용에 매진하겠다"고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40대 이하 후보 18명 가운데 13명은 여당 험지인 민주당 의원 현역 지역구에 배치됐다.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현역인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받았고, 총선 인재로 영입된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민주당 천준호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에 공천을 확정했다. 이밖에 박진웅(강북을)·이상규(성북을)·김재섭(도봉갑) 등 30·40대 청년들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향했다.

40대 이하 공천 확정자 중 여당 강세 지역에 공천을 받은 이들은 대통령 참모 출신 3명을 제외하면 현역인 배현진(서울 송파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뿐이었다.

공천확정자 중 여성의 수는 모두 12명으로 10%도 안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여성 공천 비율(11.1%)에도 미치지 못한다.

친윤계는 양지행.. 한동훈 "경선 이기지 못하는 신인, 본선 경쟁력 의심"

친윤계 핵심들은 모두 단수공천을 받거나 양지로 향했다.

이철규 의원은 경선 상대가 사퇴하며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단수공천을 받았고, 권성동 의원은 강원 강릉에서 단수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다. 친윤 초선으로 분류되는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강민국(경남 진주을) 등도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과 대통령 직속 위원회, 내각 출신 등 이른바 용핵관 인사들도 17명으로 전체 공천자의 12.9%를 차지했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이원모 전 인사비서관(경기 용인갑)·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조지연 전 행정관(경북 경산) 등은 양지에 공천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불패' '신인 횡사'로 요약되는 국민의힘 공천 배경에는 '쌍특검법' 재표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3월 재표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현역 물갈이를 시도하다 이탈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공천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취재진에게 "제가 안 나간다. 윤희숙 의원이 멋진 승부를 위해 뛰고 있고, 장제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는 불출마했다"며 "굉장히 많은 포인트가 있는데, 앞부분을 잊어버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집단을 쳐내는 식의 피를 보는 공천은 이재명 대표가 하고 있는 거다. 그걸 바라시나, 그게 정상적 정치인가"라며 "정당 시스템을 통해 사심 없이 공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천은 제가 관할하고 책임도 제가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26일에도 "끝까지 보면 많은 쇄신이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선 결과가 현역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두고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현역" 이라며 "(공천) 룰은 중진 현역에게 대단히 불리하므로 이를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 "시스템 사천.. 친윤·용핵관 꽃가마".. 국민여론 "공천 주도권, 尹 40.1% 韓 33.7%"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총선 공천과 관련해 "원조 친윤(친윤석열)들은 불패를 거듭하고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들은 낙하산을 타고 양지에 내려앉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민수 대변인은 27일 서면 브리핑에서 "시스템 공천이라더니 시스템 사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국민의힘의 공천을 혹평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변인은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이철규 의원은 단수공천 됐고, 심지어 원조 친윤 장제원 의원은 불출마한다더니 최측근(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에게 지역구를 세습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최측근인 주진우 전 검사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 단수공천을 받았고, 이원모 전 검사는 국민의힘이 연속 3선을 한 '양지'에 꽂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출신들이 양지만 찾는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국민을 희롱한 것이었다"며 "친윤과 용핵관들은 양지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아예 꽃가마까지 탄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공천 결과는 친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만을 위한 낙하산 사천, 윤 대통령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 장악일 뿐"이라며 "양두구육의 정신으로 무장한 국민의힘의 뻔뻔한 공천을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4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당은 대개 현역들은 살아나고 신인들은 횡사하고 있지 않으냐"며 "현역 의원 중에 컷오프(공천 배제)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짚었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크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조금 더 환골탈태하고 혁신적 공천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론 다수도 국민의힘 공천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누가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1%,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33.7%로 나타났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이라는 응답은 11.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