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3월 총선정국 핵폭풍, '민주연대' 집단 탈당·文 결단.. 이낙연 새로운미래와 '진짜 민주당' 기치 올리나?
임종석·홍영표·기동민 등 친문·비명 줄줄이 컷오프 고민정, 반발하며 최고위원 사퇴.. 홍영표, 이재명 향해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 하위 10% 박영순·설훈 탈당 "개판 공천" "이재명은 연산군".. 현역 10여명 탈당 전망 이낙연 새로운미래, 친문·비명 구심점 되나? 김종민 "이재명 막장 공천에 맞서 싸워야" '명문대전' 속 침묵하는 文, 입장낼까?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친문계와 비명계 인사들이 잇따라 컷오프(공천배제) 되는 가운데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마저 컷오프 되자 내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임 전 실장 컷오프 결정 직후 비명계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던졌고, 앞서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 의원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가운데 친문·비명 현역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연대'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이낙연 전 대표가 만든 '새로운미래'에 합류해 '진짜 민주당'을 앞세운다면 3월 총선정국에 핵폭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원로들과 전직 총리들이 공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별도의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임종석·홍영표·기동민 등 친문·비명 줄줄이 컷오프
고민정, 반발하며 최고위원 사퇴.. 홍영표, 이재명 향해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
민주당 공천이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친문계와 비명계 인사들이 잇따라 컷오프 되며 계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월 마지막 주 들어서는 친문 핵심 인사들이 컷오프 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27일 임종석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갑에 친명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해찬계 김성환 인재영입위원장과 친문계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이 막판까지 임 전 실장의 컷오프에 반대했지만 결국 전 전 위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29일에는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비명계 기동민 의원과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도 컷오프됐다.
이처럼 친문계와 비명계를 겨냥한 공천 학살이 이어지자 이들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임 전 실장의 컷오프 사실이 전해진 날 고민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대로는) 총선에서 단일 대오를 이뤄 승리를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27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앞에두고 거친 표현을 불사하며 성토를 쏟아냈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홍영표 의원은 앞서 이 대표가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남의 가죽을 벗기면 손에 피칠갑을 하게 된다"고 직격했다.
홍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또,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수습하기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조직사무부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위 10% 박영순·설훈 탈당 "개판 공천" "이재명은 연산군".. 현역 10여명 탈당 전망
뿐만 아니라 현역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불공정한 공천이라 목소리를 높이며 잇따라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비명·이낙연계 박영순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개판이고 엉망인, 엿장수 마음대로 하는 공천"이라면서 "제가 탈당하고 나서 여러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했다.
역시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도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히 무소불위의 이재명 대표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는 이유로 하위 10%를 통보받았고, 지금까지 제가 민주당에서 일구고 싸워온 모든 것들을 다 부정당했다"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하위 10% 통보를 받은 홍영표 의원도 탈당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민주당과 진보당이 울산 북구 총선 후보를 진보당으로 단일화한 것에 반발하고 있는 이 지역 현역 이상헌 의원도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되는 친문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들은 가칭 '민주연대'를 만들어 탈당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수는 대략 10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에서 (비명을) 나가라는 분위기이고, 나가는 걸 오히려 뒤에서 즐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탈당을 결심한 인원이) 5명에서 10명까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9일에는 탈당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민주주의를 거꾸러뜨리고 흔드는 윤석열의 검찰 독재와 이재명의 사당화에 맞서 싸우겠다"고 썼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친문·비명 구심점 되나? 김종민 "이재명 막장 공천에 맞서 싸워야"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친문계와 비명계가 친명계와의 결별을 선택할 경우 무소속 출마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박영순 의원은 28일 새로운미래에 합류했고, 설훈 의원도 새로운미래 합류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했다.
설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우리가 진짜 민주당'이라는 새로운미래 측의 평가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낙연 대표와 연락 중이고, 이 대표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탈당파 합류에 고무된 새로운미래 측은 비명계 인사들을 향한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낙연 새로운 미래 공동대표는 임 전 실장에게 새로운미래 합류 의사를 직접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8일 인재영입 기자회견에서 "(임 전 실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선 위로를 건네고 '마음이 많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하고 약속했던 선거운동을 하는 그런 과정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는 말을 드렸다"며 "(향후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더니 (임 전 실장이) 상의해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도 (민주당에서) 공천과 관련된 심사결과를 본인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안다. 해당되는 분들은 나름의 고민과 판단을 하실 것"이라며 낙천된 현역들의 합류 여부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민주연대와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연대가)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니라 (새로운미래와) 통합은 아니지만"이라며 "우리가 힘을 합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열린 마음으로 하겠다는 자세"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훈 의원 합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설 의원이) 민주당과 함께 한 기간이 굉장히 긴 분이다. 4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며 설 의원의 입당 시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으니 이번 주말, 다음 주 초가 고비겠다"고 말했다.
이어 '설 의원 다음 추가로 새미래에 합류한 분이 있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계시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민주당 내 친문계와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2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미 이재명 사당이 됐는데 저기에 남는 건 이재명을 도와주는 것이다. 민주당이란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와 정신, 역사 등 그 내용이 중요한 거지 않느냐. 그걸 지키기 위해선 이재명의 막장 공천에 맞서서 싸우고 규탄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0일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후보자등록을 해야 한다.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을 기준으로 정당 기호가 결정되는 만큼 3월 한달간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제2의 민주당'을 내세운 새로운미래가 탈당파의 구심점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이낙연 대표의 책임론이 계속되는 데다 이낙연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마다 무소속 출마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새로운미래를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또, 탈당에 나설 의원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위 20%에 들더라도 경쟁 상대가 가산점을 받는 신인 또는 여성 등이 아니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용진 송갑석 의원 등은 하위 20% 통보를 받았으나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명문대전' 속 침묵하는 文, 입장낼까?
이처럼 친문계가 공천에서 배제되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별도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당 원로들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우려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강창일 전 주일대사 등 민주당 원로들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작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공천 행태가 민주적 절차와는 전혀 동떨어지고, 당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또 "공당의 모든 행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벌어진 행태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공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천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에게 현 상황을 바로잡으라고 강조했다.
친문계 인사들은 내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홍영표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임종석 실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실장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명문(이재명-문재인) 통합을 믿었는데, 그저 참담하고 납득이 안 간다"며 "이재명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질 수 없는 선거고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며 "명문의 약속과 통합은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원로들과 전직 총리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현재 공천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낼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21대 총선 불출마를 거론하며 "대표 측근부터 희생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명계 희생 없이 친문계 공천 불이익이 이어지고 있어 문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