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사 면허정지' 최후통첩에도 전공의 9천명 미복귀, 의협 압수수색까지.. 정부, 위기 대처 비판 커져

의료대란, 28일 기준 전공의 약 300명 복귀.. 여전히 9천명 미복귀...정부는 강공책만... 전공의들 "개별적 사직서 제출.. 처벌 대상 아냐" 의료계 "정부 초헌법적 대처 유감" 이재명 "무작정 밀어붙여" 김동연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이낙연 "5개 해법 제안" 경찰, 1일 의협 압수수색.. 의협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목소리 높일 것"

2024-03-01     김승훈 기자
전공의들의 복귀 조짐은 아직 없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 지난달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삼고 미복귀시 면허정지 등 형사처벌을 예고했으나 복귀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여론만 믿고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밀어붙이면서 법적 대응을 선언한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와 일방통행이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과거 문제가 됐던 파업 대신 사직서 제출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도 정부의 예상을 벗어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1일 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또 다시 강수를 꺼내들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기준 전공의 약 300명 복귀.. 여전히 9천명 미복귀

정부는 의대 증원 확대에 반발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 지난달 29일까지 병원으로 복귀시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면허정지 등 형사처벌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8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가운데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건대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은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가 9000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의 경우 전공의들 복귀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복지부는 29일 자정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현황을 살피고 있다. 이후 현장에 나가 채증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해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가 시작된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 등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를 사전 통지해야 한다. 전공의의 경우 사전 통지에는 '면허 정지 처분'에 관해 의료법 위반(업무개시명령)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1일에도 공고 방식을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세브란스병원) 등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복지부는 "의료인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서를 확인하는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해 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처분 및 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들 "개별적 사직서 제출.. 처벌 대상 아냐" 의료계 "정부 초헌법적 대처 유감"

이처럼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공의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되는 조짐이 생기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불법 집단행동 주동자와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 수사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정식 기소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불법 파업 방식이 아닌 개별적 사직서 제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즉, 전공의들은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요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도 "대한민국 헌법 제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직업을 그만 둘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며 "사직한 근로자를 명령을 통해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서도 "초헌법적 대처"라며 유감을 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의사에게도 인권은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세계의 의사들이 급여감소, 노동조건 악화처럼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면 단체행동을 한다"며 "대한민국의 전공의들은 개개인의 자유의사로 사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의업을 포기한 전공의들은 코로나 시대 전 세계가 부러워 한 K-의료의 핵심이었고, 밤낮으로 환자 곁에서 묵묵히 몸과 마음을 불살랐던 바로 그 의사들"이라며 "학문적 근거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 의대생 2000명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도 "1일 이후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전문의가 배출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며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참을 수 없는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의업을 포기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무작정 밀어붙여" 김동연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이낙연 "새로운미래 5개 해법 제안"

이에 야권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부를 향해 "급할 때만 공공 의료에 기대고 무작정 의사 증원만 밀어불이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을 방문해 진료 상황을 점검하며 "굉장히 오랫동안 구조적인 문제였는데, (정부가) 단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정부의 '전공의 업무복귀 시한' 최후통첩일인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시한 단번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안은 무리다"고 지적하며  "저희들은 의대정원을 향후 10년동안 해마다 15~20%씩 증원하고 그 증원분을 지방소재 의댕 배정하라는 5개항의 중재안을 제시했다"며 대안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새로운미래 책임위원회의에서 '의료대란 해법 5개항 중재안'을 제안했다.

△첫째,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의대 입학정원의 15~20%씩을 단계적 증원.  초기에는 458명에서 611명 사이의 증원, 증원 인력은 지방소재 의대에만 배정 △둘째, 지방에 국립의전원 설립해 10+5년 '지역의사제' 도입 △셋째, 500병상 이상 지역 공공의료원 건립 △넷째, 여야 정당은 관련 상임위 열어 의료대란 현안 점검, 청문회 개최 △다섯째,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가칭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 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사태 해결 협의 시작 등을 제안했다. 

의협 비대위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1일 의협 압수수색.. 의협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목소리 높일 것"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법적 대응만 고집하고 있다. 형사 처벌 가능성을 시사하며 의료계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9일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이 지났는데도 전공의들의 복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엄정 대응 방침을 강제수사라는 '행동'으로 밝힌 것이다.

경찰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사단체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당국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관련 집단행동 때와 2007년 금품로비 의혹 수사 때 의협을 압수수색한 적 있다.

압수수색은 의협이 오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를 열기 이틀 전에 실시됐다. 의협은 이 집회에 의사 2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이 직접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고 있고, 의료계 내의 위상이나 대표성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의협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은 예상 밖이다.

이번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의협은 '중대 결정(집단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회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원칙만 정해놨을 뿐 집단행동의 시점이나 방식, 심지어는 투표 일정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의협과 의료계를 압박하는 의미와 함께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 조치를 예고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선배 의사'들에 대해 먼저 강경 대응을 해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전현직 의협 간부 5명을 고발하며 전공의를 압박했었다.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의협은 "분노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경찰이 의협 비대위 지도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행했고, 13명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을 강행했다"며 "14만 의사들은 대한민국에서 자유 시민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했다.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1운동 정신의 뿌리가 자유임을 강조한 정부가 자행한 자유와 인권 탄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노동을 강제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만큼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사직서 제출을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의협 회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국민을 향해 "의사들은 한명의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의사 회원들을 향해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며 "3월 3일 여의도로 모여 우리의 울분을 외치고, 희망을 담은 목소리를 대한민국 만방에 들려주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