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사 2만명 '정부항거' 집회 "의대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저지"…대통령실 "타협없다", '강대강' 대치

여의도서 총궐기대회…의협 추산 4만명·경찰 추산 1만2,000명 모여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대회사 정부 '의료개혁'에 "의사들이 절대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겐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 대통령실 "타협없다...미복귀 전공의 사법처리"...한덕수 "용납 못해"

2024-03-03     장문영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집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3일 오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집결한 의사 2만명이 '정부 항거'를 외치며 집회에 나섰고,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하는 전국의 의사들 수만 명이 3일 서울 도심에 모여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예정대로 4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을 신청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 의협 "의사 무시·탄압하면 강한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의료 노예로 만들려 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3일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의 대회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에 사명감으로 자기 소명을 다해온 전공의가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을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 살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를 초법적인 명령으로 압박하고, 회유를 통해 비대위와 갈라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대화를 말하면서 정원 조정은 불가하다는 정부의 이중성, 그리고 28차례 정책 협의 사실을 주장하다 느닷없이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정부는 말 그대로 의사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불편과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려면 전공의를 포함한 비대위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와 비대위 누구도 의료의 파국을 조장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시작한 이번 투쟁은 미래 의료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일인 동시에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의사의 고뇌가 담긴 몸부림이자 외침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면서 회원들에게는 "조용한 의료 체계에 던진 의대 정원 증원이란 큰 파장을 함께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정부는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사의 진료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의협 비대위 "제약사 직원 동원안해…일반회원 일탈은 확인못해"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사 총궐기대회'에 앞서 "앞으로 우리는 정부의 대응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사들을 계속 몰아붙인다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생각한 길에 대한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오늘 집회 신고 인원은 2만명이고, 최근 열린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협은 의사들 일부의 단체가 아니라, 대한민국 유일 법정단체"라며 "오늘 행사가 전체 의사들의 의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집회에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배 의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사를 안 하겠다고 한다"며 "(정부 정책이) 확정되면 현재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비급여 의료 쪽으로 더 많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 학부모들은 아들과 딸을 공부 잘 시켜서 의대에 보내고 전문의를 만들기 위해 수련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자녀들이 (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에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일반 회원 일탈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나 16개 시도의사회, 시군구 의사회 등 지역단체에서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면서도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강요된 것인지 아니면 제약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인지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타협 없다"…"미복귀 전공의 사법 처리"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타협 대상이 아님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사법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MBN에 출연해 "현재 의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계획 자체는 불가피한 것으로 우리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누군가 해야 하는 작업이라면 바로 지금 우리가 한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핵심 의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만 내세워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의료개혁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도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성 실장은 "내일부터 전공의들의 실제 복귀 여부를 점검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서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 학생 정원 신청이 내일(4일) 마감되면, 이후 신청된 인원을 바탕으로 지역별 보건의료 현황, 해당 지역 의사 수와 고령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별 정원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배치하려고 한다"며 "17개 의대가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인데, 내과·외과 등 각종 분야를 양성해야 하는데 50명 미만 갖고는 원활한 교육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보의나 군의관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응해 비상진료 보완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 한덕수 총리 "환자 등돌리는 행위 용납못해"…이상민 장관 "오늘까지 복귀 전공의 최대한 선처"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어떤 이유로든 의사가 환자에 등돌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헌법과 법률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재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의협이 비판하는 2000명 증원 추진을 놓고 "필요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며 "19년 전 해외 주요 국가들이 의사 인력을 늘려 고령화에 대비할 때 우리는 오히려 의료계 요청으로 350명을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때 인원을 줄이지 않았다면 지금 있는 의사들 외에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배출됐을 것"이라며 "2035년까지 1만명 이상이 충분해 배출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주장에는 "2027년까지 거점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늘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에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며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KBS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이 같은 정부 입장을 전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각종 행정처분, 그다음에 필요하다면 사법적 처벌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원 규모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을 요술 방망이를 두드리듯이 한 것이 아니고, 이미 130여차례에 걸쳐서 의료계를 포함한 각종 시민단체, 전 사회계층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며 "의협이나 의과대학 학장, 대학장들과 28차례에 걸쳐서 긴밀한 협상을 해서 나온 것이 2,00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우리 미래 시대의 먹거리는 AI, 반도체, 바이오"라며 "우리나라가 AI와 반도체에 있어서는 상당히 수준이 앞서가고 있는데, 바이오 부분에 있어서는 두 부분에 비해서 훨씬 평가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면 의대생들이 병원이나 의사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장래에 유망한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에 적극 투자해서 우리나라 성장에 동력이 돼야 한다. 이런 것을 모두 정책적으로 감안했을 때 2,000명도 사실 많은 규모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찰, 의협 간부 4명 출국금지…"가용 수사력 총동원"

또한 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로 정부와 의사들 간 긴장이 더욱 팽팽해진 가운데 경찰이 의협 현직 간부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앞서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의협 사무실과 일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출석요구했고 관계자 4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4명은 지난 1일 압수수색 대상 5명 중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을 제외한 현직 간부들이다.

지난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한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 전 회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이다.

조 청장은 또 이날 의협 집회와 관련해 "준법 집회는 보장하겠으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앞서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와 관련해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거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 강요 의혹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의료계 사안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경찰은 준법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되 대규모 인원 집결에 따른 소음 및 교통 불편 등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의협이 예상한 집회 참여 인원은 약 2만명이다.

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에서 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엄정 수사 방침도 밝혔다.

조 청장은 "가용한 경찰 수사력을 총동원해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