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야, 비례대표 공천 개시.. 국힘 "청년 기회 넓힐 것" 민주, '밀실공천' 재차 논란
국힘, 지역구 공천 결과 '현역불패'.. 한동훈 "비례공천에서 청년 참여 기회 넓힐 것" 우상호, 비례대표 공천 지적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 혁신과 거리 멀어" 용혜인, 새진보연합 비례대표로 재선 출마.. '셀프 공천' 논란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여야가 4·10 총선을 위한 비례대표 공천 작업을 시작한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공천에서 현역 불패 논란을 의식한 듯 청년과 여성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역구 공천에서 밀실공천 논란을 겪은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도 다시 밀실공천 지적이 나오며 파문이 일고 있다.
국힘, 지역구 공천 결과 '현역불패'.. 한동훈 "비례공천에서 청년 참여 기회 넓힐 것"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4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공모를 시작했다. 오는 7일까지 나흘간 국민의힘 당사에서 현장 접수를 한 뒤 이번주 후반부터 공천 심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원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거 경선에서 승리하는 '현역 불패' 기조가 두드러지며 정치 신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비례대표 공천에서 청년·여성에 대한 배려를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젊은 인재들을 많이 국회로 보낼 수 있는 공천이 필요하지 않냐고 국민이 지적하고 있고 저도 거기에 수긍한다"며 "비례대표에서도 그런 방향이 필요하다고 내부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기자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할 때 국민의힘 공천 방향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지역구 공천에서 부족한 점들, 국민이 아쉬워한 점들을 잘 채우는 그런 공천을 하리라 본다"며 "지역구 공천에서 청년과 여성 비율이 낮지 않냐고 언론이 지적한 부분들을 비례대표 공천에서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군으로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은 국민의힘 영입 인재들과 호남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총 49명을 '영입 인재'로 발표했는데 이 중 23명이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고 15명이 지역구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먼저, '갤럭시 성공 신화' 주역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비례대표 순번 앞부분에 배치될 전망이다.
또, 과학기술 분야 영입 인재인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의공학교실 교수, 체육계 영입 인재인 '사격 황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 국방·안보 분야 영입 인재로 여군 최초로 소장에 진급한 강선영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 등이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외에도 충청권 출신으로 국민의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소희 전 세종시의원이 청년, 여성, 장애인으로서의 대표성을 내세워 비례대표에 도전하겠다며 출사표를 냈다.
당 불모지인 호남 출신 인사들도 비례대표 순번 배치 때 배려를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과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국민의미래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에서도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시장 등 다수 인사들이 비례대표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비례대표 공천 지적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 혁신과 거리 멀어"
밀실공천 사천 논란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당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비례대표 선발 방식이 변경된 탓이다.
오는 6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공모를 받기로 한 민주당은 여성·복지·장애인 등 8개 분야에서 지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비례대표 후보는 외부 심사위원 등으로 구성된 서류심사와 면접을 실시해 선발한다. 비례 의원 후보 선출이 전 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 차원의 순위 확정 절차 등으로 결정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전략공관위 차원에서 이뤄진다.
4년 전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4선 중진의 우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4년 전에는 당원이 참여하는 공천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비례대표 신청자들의 예비 경선을 전당원 투표로 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 투표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전당원 투표와 중앙위원 투표를 하지 않고, 전략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한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혁신과 거리가 멀다"며 "당원들의 권리를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번 지도부가 왜 이런 자의성이 개입될 방식을 결정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최근 민주당 내의 공천 과정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며 "국회의원 총선에 6번 참여하였고, 공천 실무도 여러 차례 담당했던 경험으로 볼 때 시스템 공천의 핵심 정신인 투명성과 공정성이 일부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 지도부의 결정 사항 중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도부의 설명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갑작스럽게 비례정당을 추진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심사위원 대부분이 모두 외부인이고 심사 채점표는 기존과 동일해 지도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비례대표로 재선 출마.. '셀프 공천' 논란
이런 가운데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이 5일 비례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셀프 공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용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22대 총선에서 새진보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로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출마 배경에 대해선 "민주개혁진보의 승리와 기본소득당의 성장을 위해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며 "기본소득 대한민국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국민 앞에 다시 한번 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스스로 증명해내겠다는 결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흔쾌히 지지해주시지 못할 분들도 계시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제 결정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용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후보 5번을 받아 원내에 입성했다. 이후 자신의 원래 소속인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가 대표를 맡았다. 현재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이 연합한 새진보연합을 이끌고 있다.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의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비례대표 입성을 꾀하고 있다. 앞서 더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로 총 3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각각 3명, 시민사회 대표인 연합정치시민사회가 4명의 후보를 내고, 민주당이 나머지 후보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비례대표로 연이어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실상 '셀프 공천'이 이뤄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