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5·18 북한 개입" "일제강점기 더 좋아" "목발경품" 여야, 잇따른 설화에 곤혹.. "입조심" 경계령

장예찬, 난교 발언 이어 "서울시민 교양 수준 저급.. 일본인 발톱 때만도 못해" 도태우 "5·18 북한 개입" "전두환, 평화적으로 새 시대 문 열어" 조수연 "조선보다 일제강점기가 살기 좋아" "망국 책임은 이완용 아닌 고종" 이재명, 청년에게 "설마 2찍".. 정봉주 "발목지뢰 밟는 사람에게 목발 경품으로" 한동훈 "잘못된 비유 예시 각별히 주의".. 김부겸, 공천 취소 가능성도 시사

2024-03-14     김승훈 기자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후보들의 막말이 잇따르며 막말 트라우마가 번지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후보들의 막말이 잇따르며 막말 트라우마가 번지고 있다. 후보자들의 '막말' 한마디가 선거 전체 판세를 뒤흔든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인천·경기권 판세에 영향을 준 바 있으며,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차명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세월호 유족들이 텐트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인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나오면서 지금까지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도 일부 후보들의 과거 발언이 재소환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양당 모두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사과에 나서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예찬, 난교 발언 이어 "서울시민 교양 수준 저급.. 일본인 발톱 때만도 못해"

부산 수영구에 출마한 장예찬 후보는 10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적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장 후보는 "당시에는 치기어린 마음에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의견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더욱 성숙한 모습과 낮은 자세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오직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여기에 지난 2012년에는 서울 시민들을 비하한 표현을 한 사실이 밝혔졌다.

장 후보는 "문화회관에서 일할수록 보편적인 서울시민들의 교양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게 된다"며 "그렇게들 욕하고 비웃는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보자.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으로만 따지면 일본인의 발톱의 때 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고 썼다.

앞서 자신의 발언에 사과를 한지 이틀만에 다시 머리를 숙인 장 후보는 "12년 전 24살, 정치 시작 전 글일 뿐 비하 의도가 전혀 없다"며 "정치인 장예찬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해명했다.

장 후보의 과격한 발언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들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거나 '동물병원을 폭파시키고 싶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연예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포르노 소설을 쓴 사실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곽대중 개혁신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이 후보의 망언과 기행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어떤 젊은이도 이런 식으로 이상하진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태우 "5·18 북한 개입" "전두환, 평화적으로 새 시대 문 열어"

장 후보가 20대 어린시절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후보인 도태우 변호사는 역사 왜곡 주장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 후보는 지난 2일 재선 도전에 나섰던 임병헌 의원을 결선 경선에서 밀어내고 승리했으나 과거 5·18 왜곡·폄훼 발언이 발굴되며 공천 재검토 대상이 됐다.

지난 2019년 도 후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는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이 있고 북한의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도 후보는 지난 9일과 12일 정제되지 않은 개인 발언이었다며 두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한동훈 위원장이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재검토를 지시했으나 공관위는 12일 "과거 세부 발언 내용 및 도태우 후보의 사과문 등 전반적인 사항을 집중 검토했다"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 후보는 지난 2021년에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씨에 대해 옹호하는 글을 게재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난 상태다.

2021년 11월 도 후보는 한 인터넷 언론사에 "내가 진실에 가깝다고 보는 (전씨의) 잠정적인 모습은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5·18을 떠나 전 전 대통령을 말할 수 없다"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유민주화운동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교도소 무장공격과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보기 어려운 체제변혁적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도 후보의 공천이 유지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광주 총선 예비후보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 왜곡 발언을 한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광주 동남갑 정진욱·동남을 안도걸·서구갑 조인철·서구을 양부남·광산갑 박균택 예비후보는 "국민의힘은 망언을 한 도태우 후보를 즉각 사퇴시키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태우 후보 공천 유지는 국민의힘의 상습적인 5·18 역사 왜곡으로 당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잘못하고 절대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입만 열면 '5·18 정신이 우리 헌법 정신과 부합한다'고 하는데 한 위원장이 국민을 속이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5·18 영령 앞에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기념재단과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도 13일 공동성명에서 "5·18 망언 도태우를 공천한 국민의힘의 겉과 속이 다른 '5·18 농락'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힘은 공천을 취소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 쇼에 그쳤다"며 "이런 기만행위와 매번 반복되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5·18 왜곡·폄훼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5·18유족회는 오는 15일 광주를 방문하는 국민의힘 한 위원장을 상대로 '도태우 공천 취소'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수연 "조선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아" "망국 책임은 이완용 아닌 고종"

여기에 조수연 대전 서구갑 예비후보 마저 일제를 옹호한 발언을 한 사실이 전해지며 국민의힘은 '망언의 늪'에 빠졌다.

조 예비후보는 지난 2017년 8월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완용 등 친일파를 두둔하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그는 "(조선)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그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며 "사람들은 망국의 주된 책임자로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분풀이를 하지만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조선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식물 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망국의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군주인 고종이다. 이완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군주의 책임을 신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들의 친일 발언, 언제까지 국민이 참아야 하나. 친일 적통임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냐"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조 후보 역시 사과 몇 마디만 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다며 용인해 줄 거냐"고 반문했다.

광복회도 14일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깝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광복회는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자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고통을 '생선'으로 비하하고, 뉴라이트의 친일 식민사관과 식민지배의 정당성 주장을 넘어 일본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글은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까워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역사의식이 보도에서처럼 사실이라면 우리는 조 후보가 국민의 대표에 뽑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를 향한 3개 항의 공개질의를 통해 ▲ '일제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현재도 가졌는지 ▲ '이완용 두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지 ▲ 일본의 강제병탄의 책임은 아직도 '생선'(일제는 '고양이')인 조선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 예비후보는 13일 오후 해명문을 통해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선 말기의 백성들이 나라와 양반의 이중 수탈에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였음은 분명하지만, 그분들이 일제강점이 더 좋았을 수 있다고 쓴 것은 비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파를 조금도 옹호할 생각이 없고, 이들에게는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친일재산 환수도 적극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조 예비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성일종 의원이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두고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소개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데 이어 또 다시 일제를 미화하는 발언이 논란이 될 경우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 후보의 발언이 "국민들의 통상적인 기준이나 감각에 벗어난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진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지금 계속 이런 (설화) 문제들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하게 당 지도부도 그렇고 당에서도 엄중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도 이 문제가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빨리 어떤 결정이든 빨리 결론을 내려서 적절한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본인이 충청권 권역별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과 관련해선 "짐작컨대 (지역에) 분명히 좋은 영향보다는 안 좋은 영향이 있지 않겠나"라며 "조그마한 씨앗 같은 것이 큰 호박 덩어리 또는 큰 바위 덩어리로 발전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청년에게 "설마 2찍".. 정봉주 "발목지뢰 밟는 사람에게 목발 경품으로 주자"

민주당도 설화로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거리 유세 도중 청년에게 '설마 2찍' 발언을 하며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서울 강북을 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 후보가 2017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다시 소환된 것이다.

그는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패널들과 대화하던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들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정 후보는 13일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목함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발언으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라며 "국가관이 비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총선에 나선 후보의 가치관과 인식이 끔찍한 수준"이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하나, 그런다고 해서 국민의 기억에서까지 (논란의 발언을) 삭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지도부는 막말 파장이 확산되자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잘못된 비유 예시 각별히 주의".. 김부겸, 막말 논란시 공천 취소 가능성 시사

이처럼 연일 설화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여야 지도부는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4·10 총선에 나서는 자당 후보들에게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입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와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라며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4·10 총선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위원장도 민주당 후보들과 구성원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13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의 모든 후보와 당의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한 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며 "가능한 문제가 될 말에 대해서 유념하고 상대방 말에 대해서도 귀담아듣는 그런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선거 경험에 비춰보면 말 한마디 가지고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며 "그런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선대위를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막말 논란 반복을 전제로 "당으로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공천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