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종섭 '도주 대사' 사태로 '尹정권심판론' 부상.. 여당 내부·보수언론도 "임명 철회" 한목소리
민주, 이 전 장관 '출금 해제' 공세.. 12일 '이종섭 특검법' 발의 안철수 "이종섭, 국민 납득할 조치해야" 나경원 "수사 철저히 해야"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도 우려 목소리.. "용산이 거취 숙고해야" 윤재옥 "해외 도주 말 안돼".. 대통령실 "이종섭 임명철회...공수처-野-언론 정치공작"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채상병 사건 수사 개입 의혹 핵심 피의자로 출국금지 중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된 후 출국하면서 '도주 대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경위를 따지겠다며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하고, 법무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내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호주 유력 언론마저 이 전 장관이 부패 수사에 연루됐다고 보도하는 등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지자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보수언론들도 임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정치공세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총선 기간 내내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 이종섭 전 장관 출금 해제 공세.. 12일 특검법 발의
4·10 총선을 27일 앞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총선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연루로 공수처에 고발돼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된 후 출국하면서다.
야당에서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된 것도 문제지만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른바 정권 차원에서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핵심 인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12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비판하며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실, 법무부, 외교부 등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4일에는 외교통일위원회를 소집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이날 외통위는 국민의힘 거부로 불발됐으나 민주당은 이 전 장관 이슈를 통해 공천 갈등으로 잦아들었던 정권심판론을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외교통일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중대범죄 피의자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고 외교적 망신이자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방국인 호주와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호주대사의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특검을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종섭 호주대사 또한 사퇴하고 즉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이종섭, 국민 납득할 조치해야" 나경원 "수사 철저히 해야"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다시 앞서기 시작한 가운데 채 상병 이슈가 부각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전 장관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14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권이 이 대사의 임명 철회도 건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조치도 고려사항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여러 검토를 통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수도권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며 "과거에, 논란들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아 선거에서 참패한 사례가 있었다. 지금 여러 논란에 대해 당이 단호하게 대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전 의원도 1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주가 주요한 안보 파트너이고 또 방산수출 대상국이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이 적임자라고 보내신 것 같은데, 그래서 급한 마음에 하셨는데 이 절차 같은 걸 좀 매끄럽게 해야 되는데 그 절차에 있어서 아쉽다. 사실 이 사건 수사는 좀 철저히 이루어져야 된다.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도 14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공세를 침소봉대라고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무적인 차원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지금 선거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이지 않느냐"며 "좀 깔끔하게 여기서 정리를 하고 부임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발 더 나가 "개인적인 입장을 물으시면 저는 호주 대사 철회를 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으로서는 그런 것(철회 건의)도 검토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도 "저희한테 호재가 아니다. 느끼는 대로"라며 "그 부분도 역시 아쉽고 안타까운 사안"이라고 했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도 우려 목소리.. "용산이 거취 숙고해야"
이날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성향 언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駐)호주 대사 임명이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호주 ABC방송 보도를 언급하며 "국제적 망신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호주가 안보와 방산 협력에 중요했다면 이런 상황은 사전에 피했어야 했다"며 "용산이 그의 거취를 숙고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날 사설에서도 이종섭 호주 대사 부임이 "무리한 임명"이라며 "이 대사의 부임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 시킨 사실을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알리지 않아 엇박자를 보였고, 곳곳에서 무리수가 읽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전날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수사 방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윤재옥 "해외 도주 말 안돼".. 대통령실 "이종섭 임명철회...공수처-野-언론 정치공작"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임명에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공관장이 수사기관 조사 받을 일이 있는데 조사를 받지 않고 버티거나 도피한 사례가 없다. 그렇게 하면 공직을 그만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도피 프레임으로 자꾸 이야기하는데, 이 전 장관은 언제든 출석 요구를 하면 출석해서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은 선거에 악용하려고 도피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도주라는 게 말이 안 된다. 해외 공관은 우리나라 땅"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공수처를 향해서도 "출국금지를 하고, 조사도 안 하고 출국금지 연장을 해왔던 사안"이라며 "(정부도) 출국금지 사실을 인지한 뒤 해제 요청을 했고, 법무부에서 심사위원회를 통해서 5명 전원 일치로 출국 금지를 해제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을 필두로 당 일각에서 '이 대사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요구까지 나오는 것을 두고는 "개인적 의견이지,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나오는 임명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며 "옳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대사 임명 철회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를 받는 와중에 대사 임명을 강행했어야 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 대사는 엄밀히 말해 피고발인 신분"이라며 "출국 전 공수처를 찾아가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앞으로도 재외 공관장회의 등 계기가 있을 때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공수처, 일부 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임명을 철회하면 그 전략에 말리는 것일 뿐, 여당의 총선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