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푸틴, 5선확정 '차르 대관식' 종신집권 길열어.. 러-우전쟁 장기화·동북아정세 격변 예고

러 대선, 투표율·당선자 득표율 사상 최고치.. 우크라 점령지에서도 90% 지지 얻어 스탈린 29년 장기독재 보다 더 긴 30년 집권.. 종신집권도 가능 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확보.. 북·중·러 3국 밀착도 가속화 서방 "독재 우려" "선거 흉내내".. 친러 진영은 "압도적인 승리, 러시아 국민들 단결"

2024-03-18     김승훈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됐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됐다. 이번 대통령선거 당선으로 푸틴은 오는 2030년까지 러시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무려 30년 동안 집권하는 것으로 이는 이오시프 스탈린 옛소련 공산당 서기의 집권 기간(29년)을 넘어선다.

나아가 헌법상 6선에 도전하면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그럴 경우 18세기 34년(1762년~1796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를 제치고 러시아 최장수 통치자 기록도 세우게 된다.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이 건재를 과시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추는 러시아에게 더 기울게 됐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에 병합된 지역에서도 푸틴은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다. 또, 북중러 3국의 밀착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서 '조작 선거' 논란 속에서도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승리를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5월7일 예정된 30년 종신집권으로 가는 5번째 대통령 취임식은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을 치룰 것으로 예상된다.

러 대선, 투표율·당선자 득표율 사상 최고치.. 우크라 점령지에서도 90% 지지 얻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17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율 98% 기준, 90%에 육박하는 87.34%를 득표하며 사실상 5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러시아 대선은 투표율과 당선자 득표율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거 투표율은 모스크바 시각으로 17일 오후 8시37분 74.22%로 이전 최고치인 69.81%(1996년)를 웃돌았다.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도 지난 2018년 대선에서 올린 득표율 76.69%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가 2022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90%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에서 각각 95.23%, 94.12%로 푸틴 대통령에게 몰표가 나왔고,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에서도 각각 득표율 92.83%, 88.12%를 얻었다.

이처럼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우선 이번 당선으로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까지 연장된다. 임기를 예정대로 수행하면 그는 이오시프 스탈린 옛소련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1953년)을 넘어선다.

나아가 현재 헌법상 그는 6선에 도전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6선 임기까지 모두 채우면 84세까지 직을 유지한다. 이 경우 18세기 34년(1762~1796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보다 긴 최장수 통치자로 기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확보.. 북·중·러 3국 밀착도 가속화

이번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하면서 향후 국제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압승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확인하며 내부 동요 차단 및 결속을 강화하기 용이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지역에서도 높은 지지를 기록하며 전쟁의 명분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또, 대외적으로는 더욱 강경한 노선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첨예하게 대치하며 서방과의 신냉전을 한층 더 달굴 가능성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을 향해 러시아와 나토의 충돌은 세계 3차대전에 근접한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그는 이날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 가능성 발언과 러시아와 나토간 충돌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면서 이 같이 답했다.

북·중·러 3국 밀착도 더욱 가속화 될 것이나는 관측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예민하게 여기던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러시아에서 만났으며, 대선이 끝난만큼 조만간 푸틴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김정은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타스통신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며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가 러시아 외무부에 축전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러 관계는 이미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2차례나 성사될 정도로 밀착한 상태다. 양국 군 사이에서는 전략적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다.

서방 "독재 우려" "선거 흉내내".. 친러 진영은 "압도적인 승리, 러시아 국민들 단결"

푸틴 대통령의 5선 당선을 두고 국제사회는 두쪽으로 갈라진 채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서방은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쓰였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도 투표가 시행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불공정 선거라고 몰아세웠다.

특히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이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확정함으로써 현대판 '차르'를 방불케하는 장기집권을 실현한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권력에 병들었고 종신 집권을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비난하며 대선 자체에 대해서도 정당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의 독재자(푸틴)가 또 다른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는 자신의 개인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이든 저지를 것"이라며 "이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옛 트위터인 엑스(X)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으로 선거를 치름으로써 러시아는 평화로의 길을 찾는 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인도주의적·경제적·군사적 도움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러시아에서 치러진 가짜(pseudo)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는 누구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고, 그는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내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무가치하고 법적 효력이 없으며, 또다른 국제법 위반 행위였다"고 덧붙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재선 승리를 축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대러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3월 15-17일 러시아에서 이른바 대선이 치러졌다. 투표는 (러시아) 사회를 극도로 억압한 채 치러졌고, 이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택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러 성향의 국가에선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치운동이 거둔 압도적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길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은) 영광스러운 러시아 국민이 높은 (선거) 참여율을 통해 민주주의에 헌신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쿠바 외무장관은 엑스에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것은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축하 인사를 보냈다.

이어 "우리는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야에서 쿠바와 러시아의 관계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번 투표 결과가 세계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평화와 이해, 기쁨, 선의가 부족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류의 번영, 협력, 연대의 미래를 계속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안정에 기여한다"며 "승리를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를 러시아 국민들의 단결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엑스에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는 주권과 지속적인 발전을 중심으로 용감한 러시아 국민들의 단결을 재확인한다"며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러시아와) 형제애와 협력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