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종섭, 11일 만에 조기 귀국.. 野 "특검 추진" 與 "사퇴하고 수사 받으라"

이 대사, '전례 없는'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 총선 전 공수처 소환 조사 전망 한동훈 "이종섭 귀국, 공수처와 민주당이 답할때" 안철수·김태호 "사퇴해야"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 이재명 "도주출국·도둑입국, 즉각해임·출국금지" 이준석 "총선 일정 맞춘 정치적 행동" 박정훈 대령 측 "이종섭 대사 임명, 인사권 남용" "재판 증인 신청할 것"

2024-03-21     김승훈 기자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 귀국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 귀국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임 당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피의자로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호주 대사에 임명된 후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해 지난 10일 호주로 떠났다.

이에 야권에서는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며 총공세를 펼쳤고 이로 인해 정부심판론이 확산되자 여권 내에서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이 대사를 조기 귀국 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이 대사가 출국한지 11일 만에 귀국함에 따라 정부 비판 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국조, 채상병 특검, 이종섭 특검, '쌍특검·1국조' 처리"를 주장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이날 군사법정에 출석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종섭 대사, '전례 없는'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 총선 전 공수처 소환 조사 전망

이종섭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주요 방산 협력 대상인 이들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정세와 시장 현황, 수출 수주 여건, 정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사는 지난해 폭우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벌이다 사망한 채 상병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 이 대사의 출국을 금지했고 이 대사는 주호주대사 임명 뒤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이의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심의를 거친 뒤 지난 8일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대사는 이틀 뒤인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도주 대사', '런종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 친윤계 인사들도 이 대사의 조기 귀국 및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지시함에 따라 이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대사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내달 10일 총선 무렵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사가 공수처의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인 만큼 총선 직전에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집결해 이 대사 도착을 기다리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은 '피의자 이종섭 즉각해임! 즉각수사!'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사 임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한동훈 "이종섭 귀국…이제 공수처와 민주당이 답할 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21일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귀국했다.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 대사의 귀국에 대해 "민심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국민 뜻을 어떻게든 좇아보려는 국민의힘의 뜻으로 (귀국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의 즉각 소환'과 '이 대사의 즉각 귀국'을 요구했고, 이 대사는 이날 오전 귀국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대사를 귀국하게 했다"며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빨리 조사하고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시끄럽게 언론플레이하고, 직접 입장문을 내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민심에 민심 순응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하는 정당이다.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김태호 "사퇴해야"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

하지만, 당내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 대사 문제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귀국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21일 귀국한 이 대사에 대해 "스스로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시지탄이다. 시기가 늦어서 기회를 놓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전달시키는 것이다. 그런 것(거취 결정 등을)을 통해서 국민들이 이 사람 본심이 어떻다, 진정성이 어떻다 이런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며 재차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사 사퇴론을 주창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사는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종섭 대사의 귀국이 여론 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울할수록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멍에에서 벗어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를 잡혀 정권심판론의 단골 메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섭 수사 촉구하는 해병대 예비역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도주출국·도둑입국, 즉각해임·출국금지" 이준석 "총선 일정 맞춘 정치적 행동"

야당은 더욱 강력한 목소리로 이 대사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1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사는 국기 문란 사건의 명백한 핵심 피의자"라며 "대통령은 즉각 이종섭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 사건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범죄가 범죄를 낳고 있다"며 "핵심 피의자를, 권력을 이용해서 해외로 대사로 임명해 빼돌리는 또 다른 범죄혐의가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사가 행사 때문에 들어왔는데 마치 국민의 뜻을 존중해 귀국한 것처럼 또 교언영색, 견강부회한다"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에 더해 이종섭 도주 사태, 또 하나의 중대 사건에 대해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국조, 채상병 특검, 이종섭 특검, '쌍특검·1국조' 처리를 국민의힘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민주당은 총선 전 본회의에 의원 전원이 참석해 '쌍특검·1국조'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 대사 귀국에 대해 "누가 봐도 총선 일정에 맞춰 잡은 매우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21일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면담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미 후주 언론에서 이 대사 건이 보도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 대사가 대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본인의 결단도 필요하고, 결단이 늦어지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수사받고 재판받느라 당무를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대사가 수사와 재판 때문에 자주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받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공항 귀빈실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채 상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사람은 군사법원 좁은 입구로 들어가 재판에 임해야 하는지"라고 반문했다.

박정훈 대령 측 "이종섭 대사 임명, 인사권 남용" "재판 증인 신청할 것"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며 이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박정훈 대령과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3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박 대령과 김 변호사는 출석에 앞서 현 상황에 대한 짧은 입장을 발표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우리가 계속 주장했듯이 이종섭 전 장관은 피의자"라며 "지금 죄없는 사람은 법정에 재판받으며 고생하고 있는데 피의자(이종섭)는 국민 세금으로 비행기타고 바다 건너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 모습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라며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이종섭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이 전 장관에게) 물어야 할 게 분명히 있다"며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 전 장관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의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서는 "공수처 수사에 응하겠다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며 "피의자를 중요 국가 대사로 임명한 인사권 남용이야말고 이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어떻게 공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국가 세금을 축내며 해외로 도피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빼곤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당시 전 국방부 장관을 주일대사로 임명해 내각에서 반대했었는데 이번 정부는 내각 반대조차 없는 충성스러운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을 항명으로 몰아간 것 못지않게 우리 근현대사에 치욕스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