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현장르포] “정부와 원팀” vs “정권심판”...‘친윤-친명 대결’ 분당을

“김은혜, ‘날리면-바이든’ 너무 억지” “김병욱 8년간 변한 게 없어” 비판도 여론조사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 분당을, 보수세 강하지만 대표적 스윙보터

2024-04-02     김민주 기자
경기 분당을 지역에 걸려 있는 선거벽보. [사진=김민주 기자]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경기 분당을 지역 민심은 양분돼 있었다. 정부와 한 팀을 이뤄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투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나뉘었다.

1일 오후 6시30분. 김은혜 후보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무지개사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을 하는 동안 주민 20여 명이 “김은혜! 김은혜!”를 연호했다. 

자영업자 김모(61)씨는 퇴근길에 유세차량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김 후보가 집권 여당이다 보니까 대통령과 정부와 협심해서 지금까지 못 한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홍보수석, 국회의원도 해봤으니까 열심히 해줄 거라 믿는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에 대해선 “나라가 안정돼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되고 민주당이 잘한 게 있나. 나라 분란만 일으키고 국민을 갈라치기만 했다. 잘하는 건 인정해 줘야 하는데 무조건 발목만 잡으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60대 김모씨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김 후보가 대통령, 국토교통부 장관, 성남시장과 원팀을 이뤄 분당이 옛날의 명성을 되찾아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었다”면서 “그런데 문 대통령은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요즘 민주당은 자기네 방탄하려고 국회의원을 하려 한다.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보호해달라는 거다. 너무 화가 나서 지난번에 처음으로 보수 대통령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안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2년 동안 민주당이 입법을 다 장악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법 하나 통과 안 시켜줬다. 오히려 야당을 심판하고 싶다. 역사상 이렇게 거부권을 많이 사용한 적이 없는데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거다.”

김은혜 국민의힘 분당을 후보가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무지개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김은혜 후보는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에서 왜 우리는 똑같은 약속을 8년째 듣고 왜 우리만 꾹꾹 참아야 하나”라며 “8년 동안 못 한 것 제가 4년 동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날에 이어 정권심판 분위기를 의식하며 재차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저 김은혜가 반성한다. 국민의힘, 지금까지 무기력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유약하고 나약했다”며 “이제 정신 차리고 하겠다. 정말 주민의 뜻을 받들어 집권 여당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잃어버린 분당의 꿈과 미래 다시 찾아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 후보가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3번출구 앞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정권심판을 위해 김병욱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대학생 김태연(22)씨는 “김은혜 후보는 날리면-바이든 사건이 너무 억지스러웠다”며 “정권심판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정치를 한다기보다 통치하는 것 같다. 이태원 참사나 채상병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분당을에서 21년째 거주 중인 회사원 이모(55)씨는 “이 정권이 더 이상 아무 일도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민주당이 그렇게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도 마음대로 다하지 않나”라며 “여기서 더 힘을 실어준다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을 재선 현역 의원인 김병욱 후보에 대한 평가는 나뉘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모(56)씨는 “지역에 엄청 잘한다. 원래 여기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많이 나오는데 후보 개인 능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정근(78)씨도 “월급 50%를 기부하고 미금역 모든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도 다 설치해 줬다. 동네 주민들 낡은 변기도 다 교체해 줬다. 동네 일꾼이 국회의원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별안간 여당 후보가 재건축한다고 왔는데 진작부터 뭐 한다고 하지 왜 선거철에 한다고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김은혜 후보를 지지하는 김모(60)씨는 “김병욱 후보가 여기서 8년을 했는데 거의 변한 게 없다”며 “오리역은 30년 동안 방치됐고 분당 재건축은 말만 계속 나오고 공약 실천을 안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분당을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면서도 대표적 ‘스윙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분당구가 갑·을로 나뉜 16대부터 21대 총선과 2011년 재·보궐선거까지 총 7번의 대결에서 보수 4번, 진보 3번 승리했다. 16~18대까지 임태희 한나라당 후보(현 경기도 교육감)가 내리 3선을 했고, 임 교육감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선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20대, 21대 총선에선 다시 김병욱 후보가 승리했다.

김병욱 후보 캠프 관계자는 “첫 번째 선거(20대 총선)에서는 임태희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서 표가 갈라져서 운이 좋았고, 두 번째 선거(21대 총선)는 진짜 우연히 개인기로 됐다”며 “항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중앙공원에서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이러한 성향을 반영하듯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인다.

KBS 의뢰로 지난달 18~20일 실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5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에서는 김은혜 후보 42%, 김병욱 후보 40%였다. 지난 24~28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김은혜 후보 40.2%, 김병욱 후보 34.5%(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5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로, 두 후보는 5.7%포인트 차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각 조사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은혜 후보는 이날 초접전 상황 타개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끝까지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말씀을 경청하면서 주민들의 뜻이 앞으로 선거 이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욱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며 “분당이라는 곳이 정당 지지율에 뒤지는 동네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한 5~10% 지고 있다는 상태에서 ‘내가 열심히 뛰자’라는 각오로 선거를 4번째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이나 초선이나 재선이나 화려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성과와 실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섰다”며 “그것을 꾸준히 보여드리는 것, 그 이상 이하의 전략도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병욱 후보가 1일 오후 배우자, 큰아들과 함께 미금역 앞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막상막하의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이 어느 정도로 작용하느냐가 승패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은혜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을 응원했던 주민분들께서도 느끼는 아쉬움이 있을 거다. 국민의힘의 후보로서 저희가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셔서 저희가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우리의 환경을 보다 개선하는 데 있어서 집권 여당의 실행력과 실천을 믿어주길 바란다. 우리가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절박감을 반영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김병욱 후보는 “우리도 못 했으니까 정권을 뺏긴 거 아닌가. 저쪽에서 정권을 잡았으니까 2년간 잘했냐, 못했냐를 국민들이 평가하는 거다. 나아가 미래를 맡길 정도의 예측가능성이나 비전을 보여주고 있느냐. 이 두 측면에서 분당 시민들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두 후보가 ‘친윤’, ‘친명’이라 찍을 사람이 없다는 주민도 있었다. 김은혜 후보는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김병욱 후보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그룹 ‘7인회’ 멤버다.

분당을에서 30년간 거주 중인 최모(62)씨는 “김병욱 후보를 처음(20대 총선)에 찍어줬는데 이재명 대표 밑으로 들어가 딸랑이가 됐더라”라며 “김은혜 후보도 윤석열 대통령 딸랑이 아닌가. 분당갑이었는데 이쪽으로 와서 한 게 뭐 있나. 선거 때 와서 표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