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권내도 그만 하자는 '이조심판론' 밀어붙이는 한동훈
유승민·홍준표 '이조 심판론' 우려 목소리…프레임 싸움 실패 자평 그럼에도 한동훈 위원장은 유세마다 역설…정작 정책공약 파묻혀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여군 내에서도 비판과 만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총선을 이틀 남겨놓은 시점에서도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심판론 프레임'으로 맞붙은 총선 싸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전선거가 끝나고 본 선거가 이틀 남겨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공격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이조 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세 현장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범죄자들을 막지 못하면 정말 후회할 것"이라며 "야권이 200석을 차지하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자기 죄를 스스로 사면할 것"이라고 대야 공세를 이어갔다.
또 이재명 대표가 "일하는 척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한동훈 위원장은 "우리는 일하는 척하지 않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재명 대표가 한우를 먹고도 삼겹살을 먹었다는 글을 SNS에 게재한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이 끝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조 심판론'이 비단 한동훈 위원장의 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됐을 때부터 국민의힘은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가 이조 심판론의 '컨트롤 타워'를 하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구성된 이조특위는 당시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조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오는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어도 아직까지 어느 쪽으로 표를 던질지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까지 휘어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여당 일각에서도 '이조 심판론'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정권 심판론에 맞설 수 있는 여당의 프레임은 국정 안정론인데 여당이 선거 전략에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이조 심판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심판이라는 말을 정부와 여당이 입에 올리는 순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이조 심판' 가운데 무엇을 더 심판해야 하느냐는 프레임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지적했다. 심판론 프레임에서 여당이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우리 스스로 그런 프레임에 들어가기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잘못을 반성하고 한번 기회를 주시면 정부와 여당도 정신 차리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경제, 공정한 사회 문제, 양극화 문제, 인구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6일 대구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 투표한 뒤 "최근에 와서 '이조 심판론'을 주장하는데 이재명과 조국 두 사람이 범죄자인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5000만 국민이 다 안다"며 "범죄자인데 왜 열광적으로 지금 지지를 하고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이 좀 잘못되지 않았나하고 깨달아야 한다. 나라를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도와달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애절하게 접근했어야 좋지 않았겠나"고 꼬집었다.
'이조 심판론'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공격하는 좋은 무기가 될 수는 있어도 정작 정책 공약이 모두 파묻혔다는 자충수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은 8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조 심판론' 같은 것들이) 결론은 정권 심판론에 그냥 다 묻힌다. 심지어 한동훈 위원장이 야심차게 정말 승부수를 띄운 국회 세종시 이전도 반나절 이슈로 그냥 끝나버렸다"며 "철저하게 정책이 정치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이번 총선처럼 심각한 경우가 없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서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이슈나 비전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에 '이조 심판론'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심판론 프레임을 그만 두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미 이조심판위는 지난 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양문석 후보를 대검찰청에 고발하는가 하면 '이대성 성상납' 발언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김준혁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등 야권 공격의 사령부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