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범야권 반격 시작된다...특검법으로 尹·대통령실 정조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공화국' 비판 나올 정도로 야권 압박 尹거부권으로 특검법·국회 법안 입법 무산시키고 영수회담도 전무 22대국회 범야권.. 추미애 국회의장-조국·이성윤 법사위원으로 '尹 관련 특검' 총력 민주당 '채상병 특검'법 예고…안철수 의원도 "찬성표 던질 것" 조국혁신당, '김건희 종합특검법' 압박…국힘 초선 김재섭 "전향적 태도" 개혁신당 이준석 등 3명...'특검법' 찬성...이준석 "박대령 재판, 무죄나오면 尹탄핵 사유" 국민의힘 비윤계 8명 이상 합류땐 범야권 200석 못잖은 파괴력 국힘, '거야'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 무조건 반대만은 못해 윤 대통령도 지난 2년처럼 계속 거부권 행사하기에 부담 커

2024-04-12     박상현 기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가 12일 오전 22대 총선 당선인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12 [공동취재] hama@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상 첫 거야(巨野)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범야권의 반격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범야권이 대통령의 거부권 무력화는 물론 탄핵소추까지 가능한 200석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일부 비윤계에서도 전향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이에 못지 않은 파괴력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야권이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모두 192석을 차지하며 거야 구도를 만들어낸 가운데 벌써부터 특검법을 다음달 첫 국회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전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할 상황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중심이 돼 입법처리한 각종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맞섰지만 이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히려 부메랑이 돼 용산 대통령실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처리에 속이 끓었던 범야권이 반격을 벼르고 있다는 것이 용산 대통령실을 두렵게 한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으로부터 '검찰공화국'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 검찰을 앞세워 야당을 압박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로 인해 이미 재판 중이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법원을 드나들었다. 

또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단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 야당과 거리를 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위 조언을 듣지 않고 일방으로 밀고 나갔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독단, 독선이라는 주위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은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친윤계가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통해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5년 내내 거야 국회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지난 2년 동안은 22대 총선을 기다리며 더불어민주당과 협치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임기 마지막까지 거야와 함꼐 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대통령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야권 '특검법' 예고...민주당 '채상병 특검' 집중

범야권은 이미 특검법을 예고하고 나섰다. 범야권에서는 197석의 거야 22대국회에서 국회의장 추미애, 법사위 조국, 이성윤의 '반윤 법조3인방'을 내세워 '윤석열 관련 특검'에 총력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예고하고 나섰다.

공식명칭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인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연 비공개 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하며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데 그게 '쟁점이 될 것이다, 큰 과제다'라는 얘기가 비공개 회의에서 있었다"라며 "가능하면 5월 말 마무리 본회의에서 처리 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마무리 본회의에서 처리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라도 민주당 이외 다른 야당들도 '채상병 특검법'에 이견이 없다. 보수로 분류되는 개혁신당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미 채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해 단 하나의 의혹도 남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이준석 "채상병 재판, 박대령 무죄 나오면 尹탄핵 사유..즉각 재판 중지해야""김건희 특검 할 수 있다"

22대총선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2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강펀치' 인터뷰에서, 해병대원 고(故)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재판을 두고 "재판이 이어져서 박 대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나와도 윤 대통령이 부담이고, 만약 무죄가 나온다면 이건 (윤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무죄가 나오든 유죄가 나오든 윤 대통령은 무조건 부담인 상황"이라며 "무조건 공소 취소를 통해 재판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박 대령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일 경우 "이것은 박정훈이라는 제복 군인의 명예를 대통령 권한으로 짓밟을 것이고, 젊은 세대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면서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즉각적으로 공소 취소에 대해서 판단해야 된다고 본다"고 재판 중단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현재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당연히 특검할 수 있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국민의힘 일부에서도 여기에 찬성할 분위기다. 21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을 들어줄 수도 있고 22대로 넘어가더라도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이 손을 들어줄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200석을 확보해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국회에서 재처리해 입법이 되기 때문이다.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비윤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해 표결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민의힘 비윤계는 이번 총선의 패배 책임을 용산 대통령실로 돌리는 분위기여서 총선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인 채상병 사망사고와 은폐에 대해서도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장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외압과 직결된 채상병 특검에 대해 국민의힘은 그동안 반대해왔다. 그러나 총선 대참패로 192석의 범야의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된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고민이 읽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 관련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서 상의할 일”이라고 했다.

조국당, '김건희 종합특검법' 총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2024.4.12 [공동취재] hama@yna.co.kr

한편, 조국혁신당은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을 들고 나섰다.

원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지난 1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찬성 171, 반대 109로 부결됐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의 처리 과정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조국 대표 역시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종합특검법을 가장 먼처 처리할 것"이라며 "기존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만 있지만 종합특검법은 양평고속도로 등 여러 의혹을 모두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건희 특검 온도차...한동훈 특검 '반대'

(성남=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기뻐하고 있다. 2024.4.1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xanadu@yna.co.kr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찬성 가능성이 높은 반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안철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특검은 검찰 수사가 끝났는데 미진할 때 하는 것이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는 아직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며 "어떤 식으로든지 종결되고 나서 판단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반면, 서울 도봉갑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에 승리한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은 12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청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특검법에 대해서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때에 따라서는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동훈 특검법'은 처리가 힘들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던 김재섭 당선인은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서는 "나한테는 그냥 사적 복수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한동훈 특검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입법이 되기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