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채상병 특검', 21대 국회 통과 가능할 듯.. 민주 "5월2일 표결" 여당 내부도 찬성

민주 주도 '채상병 특검법', 尹도 수사대상.. 이종섭 특검과 병합 가능성 개혁·조국·진보당 등 야권도 압박 동참.. "국정 바로잡겠다면 특검부터 실시하라" 진퇴양난 국힘, 내부서는 특검 찬성 목소리 이준석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 무죄면 윤 탄핵사유"

2024-04-15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압승을 발판삼아 채상병 특검법을 오는 5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압승을 발판삼아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을 오는 5월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고민에 빠졌다. 야당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특검이 통과된다면 정권 핵심을 향한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해서 특검을 반대할 명분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당내에서도 특검 찬성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 주도 '채상병 특검법', 尹도 수사대상.. 이종섭 특검과 병합 가능성

민주당 소속 의원 116명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내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압박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같은 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이달 3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따라서 민주당 등 야권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하면 안건 상정과 표결도 가능하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께서는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하셨다. 그 심판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채 상병 사망사건"이라며 "대한민국 장병의 억울한 죽음과 수사외압 의혹, 거기에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이후 25일 만에 사퇴까지 국민께서는 대한민국의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하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투표로 심판하셨다"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을 무시하는 윤석열 정권에게 '국민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국정기조를 바꿔라'고 명령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정녕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지금 당장 통과 협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건 수사 당시 이종섭 전 호주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었던 만큼, 지난달 당론으로 발의한 이 전 대사의 출국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종섭 특검법' 내용을 채상병 특검법에 반영한 수정안 처리도 검토 중이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을 발의해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이 전 대사 관련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안을 내 처리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지에 관해 "현재 문구상으로는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탄핵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예단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지나치게 나간 것"이라면서도 "특검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보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당 지도부도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 통과 의지를 드러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 임기가 한 달 이상 남았다. 민생 입법 과제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채상병 특검법을 총선 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국민은 총선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다시 거부하려 들면 그때는 정말로 파국을 맞을 뿐"이라며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부터 즉시 수용하겠다고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과 박정훈 대령 [사진=연합뉴스]

개혁·조국·진보당 등 야권도 압박 동참.. "국정 바로잡겠다면 특검부터 실시하라"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도 21대 국회 임기 내 특검법 처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께서 적어도 박정훈 대령 문제를 갖고 전향적 입장을 보이거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전까지 만날 생각이 절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박정훈 대령, 채상병 건에 대해 용산에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도 다가오는 채상병 특검표 표결에 있어서 국민의힘이 완전히 다른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2일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 부분에 있어선 적극적으로 범야권의 일원으로서 (민주당에) 협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김보협 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정을 바로잡겠다면 채상병 수사외압 특검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새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지, 아니면 우선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꼼수'인지 국민은 보고 있다"며 "채상병 특검법은 참과 거짓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지금은 의석수가 단 하나밖에 없는 소수정당이어서 (특검법 추진을) 주도할 수가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한다면 거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 어떤 형태로든 특검법 처리가 추진된다면 동참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진보당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채상병 특검 수용이 국정쇄신"이라고 밝혔다.

윤희숙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선대본부장단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포기 선언을 하라"며 "국회는 최대한 빨리 채 상병 특검법 처리하자"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수처장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피의자들을 조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며 "7월이 지나면 채상병 순직 당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등 관계자들의 통신기록 보존기한(1년)이 지나 자료삭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빨리 국회가 책임지고 특검법을 통과시켜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며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전했다.

진퇴양난 국힘, 내부서는 특검 찬성 목소리

국민의힘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의석수 상 야권의 단독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기 어려운 데다 특검법을 반대할 경우 총선 민심을 거스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당론을 모으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사유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서 지도부가 공백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특검을 이대로 통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22대 국회에 입성할 임종득 당선인 또한 사건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을 저지할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 정권퇴진 운동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양당 원내대표끼리 만나서 상의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협상을 유리하기 이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5일로 예정된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모임, 16일 열릴 당선자총회 등을 통해 당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인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 여부가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 또는 '유지'를 가늠할 절대 기준이라는 데에는 여권도 이견이 없다.

조경태 당선인(6선·부산 사하구을)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채 상병 사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인식을 하고 있고 그래서 특히 수도권에 아주 근소한 차로 패배했던 부분에 채 상병에 대한 내용도 아마 우리가 부인할 수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해서 여당이 먼저 앞장서서 의혹 해소를 위해서 노력하지는 못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는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지는 모습, 그럼으로써 당과 우리 정부가 국민들께 좀 더 겸손하고 또 국민적 여론을 좀 더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게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특검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여당이 조금 긍정적으로, 그다음에 전형적으로 검토를 해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특검법의 내용 가운데서는 제가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 그리고 반드시 조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며 "특검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정확하게 특검에 규정된 그리고 특검법의 취지에 맞는 내용에 대해서만 긍정적이고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국민에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따라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고 젊은 장병이 희생된 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당선돼 4선이 된 안철수 의원도 지난 12일 같은 라디오에서 "저는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에 나서면 저는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수사 촉구하는 해병대 예비역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 무죄면 윤 탄핵사유"

정치권에서는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현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재판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2일 "만약에 (박 전 수사단장이) 무죄가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강펀치'에 출연해 "특검이고 뭐든 간에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즉각적으로 공소 취소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며 "만약에 박 대령이 책임을 져야 되는 (유죄인) 상황이 나와도 윤 대통령도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거는 박정훈이라는 제복 군인의 명예를 그냥 대통령 권력으로 짓밟은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박 대령이 무죄가 나오든 유죄가 나오든 대통령이 무조건 그건 부담인 상황이고 무조건 공소 취소를 통해 재판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4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채 상병 사망 경위는 경찰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는 군검찰과 군사재판이, 전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여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재판이 이뤄지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신 장관은 "사법 절차를 믿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만일 그게 미진하면 또 다른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서 일단은 수사와 재판을 기다려보는 게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