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통령인 저부터 국민 뜻 잘 받들지 못해 죄송" 비공개 사과
국무회의서 총선후 첫 사과, 참모 회의에서…"매 맞으며 반성한다면 사랑의 회초리 의미 커질 것" 총선 패배에 "국정운영이 매서운 평가받은것…더 낮고 더 유연히 저부터 민심 경청"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집권여당이 참패한 총선과 관련,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비공개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총선이 끝난 지 엿새만인 이날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라는 결과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대통령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두고 "당의 선거 운동이 평가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론 국정 운영이 국민의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포함한 공직자들도 국민과 더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자신도 더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식이) 매를 맞으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반성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회초리'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지가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비유해 말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 국정을 돌아보며 특히 서민의 삶을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했다고 자성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의 방향은 옳지만, 그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과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가 절대다수 의견인 것 같다"면서 "국정기조는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우리 국민의 총체적 의견이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추진해왔던 국정기조나 원칙은 가져가되,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기술적인 문제라든지 소통, 지역예산, 입법의 문제부분은 잘 조화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소통 방식으로 취임 100일 이후론 진행되지 않았던 기자회견이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미뤄온 측면이 있다. 언급한 부분들을 포함해 다양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야당과의 협치방안 등에 대한 언급없이 "더 낮은 자세로 자성하고, 민심을 경청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자 "지금까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그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