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열흘만에 침묵 깬 한동훈 "배신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친한-반한 갈등 재점화

한동훈 "잘못 바로잡는 노력은 용기…정교한 리더십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성찰할 것" 홍준표는 "총선 역대급 참패, 尹 대통령 배신…한동훈은 우리 당에 얼씬거려선 안돼" 신평 변호사도 "한동훈 유치하고 비겁한 변명…전당대회 나오지 않아야 보수 살아" 전여옥 "대통령은 洪보다 韓 먼저 만났어야" 김영우 "대통령-한동훈 갈라치기 심각" 국민의힘·보수층 차기지도자 1위 한동훈

2024-04-21     박상현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4.11 [공동취재] saba@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열흘만에 한동훈이 재등장했다. 이와 함께 '친한파'와 '반한파'의 갈등도 재점화될 조짐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을 통해 "(총선 참패는)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 방방곡곡 유세장에서 뵌 여러분의 절실한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 절실함으로도 이기지 못한 것, 여러분꼐 빚을 졌다"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 뿐이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닌 용기"라며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이 SNS에 자신의 심정을 적은 것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비롯해 여권에서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난한 것에 따른 반박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대통령실과 대릭갑을 세웠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귀국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놓기도 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산격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2023.12.27 duck@yna.co.kr

'반한' 홍준표 "대통령 배신, 총선을 대권놀이로"…신평 "유치하고 비겁한 변명만" 비난

공교롭게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SNS을 통해 글을 올린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다시 한번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맹비난했다.

홍준표 시장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이용자가 한동훈 전 위원장을 옹호하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홍 시장은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한동훈은 총선을 대권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라며 "우리(보수)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다. 더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려선 안된다. 더이상 그런 (한동훈 전 위원장 옹호) 질문은 사양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홍 시장은 "그렇게 모질게 당하고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배알없는 짓으로 보수우파가 망한 것"이라며 "나는 한동훈을 애초부터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등장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봤다. 이 말로 한동훈에 대한 내 생각을 모두 정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청년의 꿈' 이용자가 "45%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동훈이 차기 당 대표를 맡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에 홍 시장은 "지금 지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 2022년 8월 대선 후보 경선 때 나는 4%, 운 후보는 40%였으나 두 달 반 뒤에는 내가 48%였고 윤 후보는 37%였다"라며 한동훈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도 일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평 변호사도 21일 SNS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 후 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는데 그의 말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라며 "대통령이 잘못하면 시정을 구하고 경우에 따라 신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더라도 훌륭한 공직자요 공인이다. 하지만 한동훈은 당원이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범인 당헌을 위반하고 정당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시종일관 당무를 독점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 변호사는 "엄연한 규범위반 실체를 가리고 대통령에 맞선 자신의 행위를 배신행위라고 모는 것이 억울하다는 한 전 위원장의 말은 유치하고 비겁한 변명"이라며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다는 것이다. 당내 우려가 터지는데도 오로지 자신만이 유세 마이크를 독점했다. 이는 그가 시종일관 고집한 당무독점의 또다른 발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오직 자신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혼자서 선거판을 누렸다"라며 "변명은 그만하고 자신의 잘못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국민의힘을 살리고 보수를 살리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9.10.18 xanadu@yna.co.kr

'친한' 김영우·전여옥은 한동훈 옹호…홍준표 비난 목소리에 맞받아쳐

친한파는 홍준표 시장의 한동훈 전 위원장 비난에 대해 갈라치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자신의 SNS을 통해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아프지만 지금 와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아니다"라며 "왕세자니 폐세자니 하며 당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당의 정치선배도 있다"라고 홍준표 시장을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연판장으로 엉망이었던 전당대회와 비상식적인 강서구총장 공천과 선거참패, 의대 정원논란, 이종섭, 황상무 사건은 가히 놀라웠지만 한 전 위원장의 지원유세로 보수층의 자포자기와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라며 "우리 당의 미래전략이 부족했다고? 매일 여권발 대형 악재가 터지는데 미래 얘기나 한들 들리기나 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김 전 의원은 "앞으로가 훨씬 심각하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한동훈을 갈라치기 하려는 묘한 보수 내의 움직임이다. 이런 비열한 흐름에는 올라타지 말자"라며 "누가 한동훈에게 돌을 던지랴"라고 강조했다.

전여옥 전 의원도 지난 19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무슨 사연이 있었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훈수만 둔 홍준표 시장보다는 한 전 위원장을 먼저 만났어야 했다"락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보수층 차기지도자(대선주자) 1위 한동훈

당내에서는 '한동훈 책임론' '친한-반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나 민심은 국민의힘과 보수층의 차기 미래지도자로 한동훈 후보를 꼽고 있다. 

한국갤럽 4월3주차(4월16일~18일) 자체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15%로 1위를 차지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는 이재명 24%, 한동훈 15%, 조국 7%, 이준석·홍준표 각 3% 순으로 조사됐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5%, 보수층 32%로 각 지지층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힘층에서는 14%p가 하락했고 보수층에서는 13%p 하락했다. 

본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4월16일~1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CATI)으로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다.

본 여론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