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李 첫 회담 2차 실무회동도 빈손.. 민주 "대통령실, 의제검토 안해" 대통령실 "의제없는 영수회담 제안"
민주, 1차 회동서 대통령실에 의제 제시.. 2차 회동서 검토 결과 논의 불발 대통령실, 의제 설정 없이 자유로운 형식 회담 제안 민주 "회담 제안 해놓고 막상 물러서는 모양새.. 황당" 與 "민주, 선거 승리했다고 너무 거칠어" "이번 회담은 상견례"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위한 대통령실과 민주당 양측의 2차 실무회동이 25일 진행됐으나 1차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구체적 의제를 정해둔 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실은 의제에 대한 제한 없이 만나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 의제 설정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회담을 먼저 제안해 놓고 물러서는 모양새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선거 승리에 도취돼 거칠게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 1차 회동서 대통령실에 의제 제시.. 2차 회동서 검토 결과 논의 불발
이날 2차 실무회동에는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1비서관,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앞서 23일 진행된 1차 실무회동에서 민주당은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사과, 채상병 특검법 등을 의제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회동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1차 회동에서 제시했던 의제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전 검토 의견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날 검토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천 비서실장은 2차 실무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준비회동이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용 있는 회담이 되도록 대통령실의 노력을 당부드린다.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선 당 지도부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 비서실장은 '의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저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기대하고 회의를 진행했는데 대통령실에서 검토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서도 영수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천 비서실장은 "일정은 논의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실 검토 입장을 저희가 지도부와 공유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야 하는 순서"라고 말했다.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총선 시기부터 여러 메시지를 통해 많은 얘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판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하려면 중간에 징검다리가 있어서 폭을 좁혀야 얘기할 수 있을 테니 그런 것을 기대한 것인데 그쪽(대통령실)에서 검토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저희(민주당)가 논의를 신속히 해 (대통령실에) 회신을 주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의제 설정 없이 자유로운 형식 회담 제안
대통령실은 굳이 의제를 설정하지 말고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시급한 민생과제를 비롯해 국정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며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든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신 바 있고, 이재명 대표도 총선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마찬가지 입장을 피력하신 바 있다"며 "이는 만나서 형식,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국정 전반에 폭넓고 다양한 대화를 해달라는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에 대해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지도부와 상의 거쳐야 할 사안으로 추후 답변을 주기로 하고 회담이 종료됐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제안한 의제를 수용하거나 불수용하는 것이 국회법 등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생회복지원금, 채상병 특검 등 몇 가지 의제를 민주당 쪽에서 제시한 거에 대해서 어떤 것들은 수용, 반수용하는 건 충분히 검토했는데 국회법 등에 위반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대통령께서 결정을 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안을 부분적으로 제척하는 것보다 대통령께서는 이 대표께서 이른바 민생이나 국정현안에 대해서 기탄없는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것은 다 경청할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지만 설명드리면, 민주당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하자는 것이다. 열과목이 있다면 다만 몇 과목이라도 답안 작성을 하고 만나자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의제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사안별로 접근하고 회의하고서 한 영수회담 사례도 없다"며 "그렇게 하면 회의가 더 광의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을 텐데, 딱 의제로 한정해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희 측 제안이 효율적 영수회담 결과 도출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제를 저희는 정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민주당에서 아마 협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오히려 저희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 "회담 제안 해놓고 막상 물러서는 모양새.. 황당"
영수회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자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회담 제안은 대통령실이 해놓고 막상 책임지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라, 조금 황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장 최고위원은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영수회담 성사가 지체되는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다음 주에 보자'고 했는데 이번 주에 못 보면 대통령의 실언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야당 간 의제조율에 대해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 드리는 게 중요하다"며 "의제를 가지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 열어두고 대화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이어 "참모들이 '이 정도까지는 합의 조율이 가능하다'고 사전협의를 하고 들어갈 수는 있다"면서도 "의제를 두고 이렇게 조율해버리면 대통령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겠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두고 대통령실에 청구서를 너무 들이민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짚자,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줄곧 국정기조 전환, 민생대책 제시, 인사 관련 건의 등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며 "갑자기 영수회담을 제안한 쪽이 어디였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에서는 어찌 됐든 정권심판론이 국민들께 선택받지 않았는가"라며 "대통령실은 아마 영수회담 제안, 사진, 총리 인선 등 세 가지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히 볼 게 아니라 대통령이 정말 민생대책을 세우고 국정기조를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與 "민주, 선거 승리했다고 너무 거칠어" "이번 회담은 상견례"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영수회담을 협치가 아닌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해서 그런지 너무 거칠다"고 지적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 시점에 국민이 가장 기대하는 모습은 여야가 서로 협치하고 협치를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기대하는 영수 회담의 의제나 목적을 판단하고, 여야 협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선거를 통해 민심을 말했지만, 선거 이후에 어떻게 여야가 하는지를 또 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새로 출발하는 22대 국회에 국민들이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대통령과의 회담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라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은 독선자의 모습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의제에는 정쟁뿐"이라며 "심지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고 사법 시스템을 훼손하는 의제만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행정부가 입법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이러한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제한하라는 것은 192석 범야권의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를 독점하고 일방적인 입법 폭주를 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종 특검도 마찬가지"라며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만 고집하는 것은 입법 독재를 넘어 검찰 행정, 범죄 수사권까지 장악하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정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민주당이 이 소중한 기회를 정쟁으로 몰아 정치적 이해를 달성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민생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일제히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특검법 또는 양곡관리법이라든지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아젠다를 설정한다면 양극단의 대치 상황에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에서 영수회담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회담으로 활용한다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여야 협치를 통한 지속적인 또 정기적인 영수회담까지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당선인(충남 홍성·예산)도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고 여야가 협치를 위한 첫 테이블인 만큼 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크게 의제나 조건을 달지 말고 만나서 소통하는 출발점이 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준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뉴스킹에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하고 있지 않나"라며 "사실상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에 만나는 건 상견례 수준이고, 아주 굵직한 의제 1~2개 정도에 대해 논의를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25만원에 대해선 "우리나라 재정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