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영수회담 '패싱' 당한 국민의힘, '尹-李 직거래'로 22대국회서도 존재감 회복 불투명

국힘, 총선 참패 후 당 대표 공백.. 영수회담 전후 의제 설정등 여당 역할 전무 강경파 국회의장 민주-조국 185석.. 108석 小與 국민의힘 입지 축소 불가피 이재명, 영수회담서 尹 여야정협의체 제안 거부.. '용산출장소'? 국힘 패싱 지속 與 "회담 성사 위해 역할 양보한 것" "영수회담이든 여야정 3자회담이든 계속 이뤄질 것"

2024-04-30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29일 성사됐으나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철저히 패싱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여당이 패싱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29일 성사됐으나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철저히 패싱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으로서 의제, 정책을 제안하거나 협상을 조율하는 역할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22대 국회에서도 108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이 존재감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을 믿지 못하는 윤 대통령이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국회 거야를 차지한 '민주당과 직거래'를 할 수 있게 됐고, 민주당 입장에서도 용산 출장소에 불과한 국민의힘과 밀당을 하느라 힘을 뺄 이유가 없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강경파 국회의장이 들어서고, 180석이 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끈끈한 공조를 이어갈 경우 국민의힘이 힘을 발휘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특히, 전날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국민의힘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가 사실상 거부한 것도 여당에게는 악재다. 전문가들은 수직적 당정관계의 결과라고 비판하며 향후 국민의힘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힘, 총선 참패 후 지도부 공백.. 영수회담 전후로 여당 역할 전무...'여당 패싱'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차담 형식으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마련된 영수회담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진행한 3차례의 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은 철저하게 배제되며 의제를 제안하거나 협상의 물밑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는 회담 의제 협상이 난항을 겪던 중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났고, 이후 '의제 제한 없이 만나자'는 대통령실의 요구를 수용하며 회담이 성사됐다.

그동안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영수회담을 제안해 왔다. 그럴때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여당을 소외시키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거절해 왔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의 맞상대는 윤 대통령이 아닌 여당 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당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이 대표를 향해 "정말 중요한 민생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어디 엉뚱한 번지에 가서 얘기하느냐"면서 여야 대표회담을 먼저 수용할 것을 역제안했다. 지난달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에게 1대 1 TV토론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가 공백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민주당이 수용하며 국민의힘이 손 쓸새가 없었다.

강경파 국회의장 민주-조국 185석.. 22대 국회도 국민의힘 입지 축소 불가피

이재명, 영수회담서 尹 여야정협의체 제안 거부.. 국힘 패싱 지속

당내에서는 이번 영수회담 패싱 현상이 향후 22대 국회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71석, 조국혁신당은 14석으로 출발한다. 뿌리가 같은 두 정당이 180석 이상을 갖는 셈이다. 모든 법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 가능하며, 패스트트랙도 두 정당이 공조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여기에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기계적인 중립을 탈피해 적극적인 의장 권한 행사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법사위원장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인 만큼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은 크게 줄어든다.

김영우 전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영수회담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의힘을 레임덕 정당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민생현안 법안, 특검법 등 결국 국회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들이 여당의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이 배제된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참패 후에도 개혁도 없고 당정관계 개선도 없이 그저 안정 속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는 국민의힘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조해진 의원도 자신의 SNS에 "모처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회담 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재명 대표에게는 국회 운영 방식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야당과 일상적인 국정협의가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 대표는 소수여당을 국회운영의 주체, 타협과 합의의 당사자로 존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전날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하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여할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국회라는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하며 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 출신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투입된 것도 앞으로 당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을 키운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민주당과 직거래를 시작한 만큼 굳이 여당의 존재가 필요 없어진 셈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당이 이번 영수회담에 영향도 없고 존재감도 없다"고 혹평했다.

박 대표는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에 빗대 "과거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때 한국 통하지 않으면 안 됐는데 그 원칙 깨지고 어떻게 됐느냐"며 "한국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 그것과 지금 영수회담이 비슷하다"고 했다.

與 "회담 성사 위해 역할 양보한 것" "영수회담이든 여야정 3자회담이든 계속 이뤄질 것"

이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야당에 대한 배려였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영수회담에서 여당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패싱' 당했다는 주장에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상 단계에서 협상 상황을 공유했고 어제 협상 결과도 충분히 전달받았다"며 "모처럼 여야 협치를 위해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났는데 제가 만약에 나도 참여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회담이 성사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 끝나고 모처럼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가 그간 만남을 수차례 제안했기 때문에 직접 전화해서 만남 이뤄진 건데 그 상황에서 여당대표가 왜 우린 참여 안하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 맞는 것인지 생각했다. (패싱이라는) 표현하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 동의가 어려운 부분 있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회담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앞장서고 저희는 보이지 않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30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모처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협치의 물꼬를 텄다"며 "영수회담이든 여야정 3자회담이든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수회담 과정에 여당이 패싱됐다는 지적에는 "현재 국민의힘 대표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무적으로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용산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