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2대국회 대여 강경투쟁 구도, 국회의장 선거 '명심' 호소

조정식·정성호·추미애·우원식 '유력주자 4인', 친명 모임 찾아 지지 호소 국회의장 선거, 친명계 표심에 당락 좌우…중립성 내려놓고 선언 친명반윤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간담회 참석하며 표심 호소 의장 경선후보들 일찌감치 기계적 중립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추미애, 민주당 ·조국층에서 압도적이나 '明心' 선택은?

2024-04-30     박상현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등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4.29 xyz@yna.co.kr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제22대 국회 개원을 한달여 남겨둔 가운데 차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경선 후보들이 '명심(明心)' 잡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의장이 되면 몸담았던 정당에서 탈당해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오히려 중립성을 내려놓고 더불어민주당의 친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선출된다. 원내 1당 경선에서 승리하면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사실상 승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동료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22대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대부분이 친명계다. 결국 친명계 표심에 당락이 좌우되는 셈이다.

22대 국회 기준으로 6선이 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조정식, 정성호, 우원식 의원(이상 5선) 등이 공개적으로 차기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전 장관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각을 세운 '反尹 초강경파'다. 의장 후보군으로 전통적 '친명인 '친명 핵심' 조정식 의원과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과 상대적 중립적인 우원식 의원도 경쟁력이 높다.

또 5선의 김태년, 윤호중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22대 국회 최고령 의원이 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역시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호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2.2 uwg806@yna.co.kr

조정식·정성호·추미애·우원식 '유력주자 4인', 친명 모임 찾아 지지 호소

22대 국회 임기 시작이 한달 정도 남은 가운데 이들은 일찌감치 친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친명계 모임에 직접 찾아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잡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 간담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정식 의원, 정성호 의원, 우원식 의원 등 국회의장 후보들이 대거 참석했다.

혁신회의는 지난해 6월에 공식출범한 원외 조직으로 친명계로 분류된 인사들이 대거 소속된 친명계 모임이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김우영 당선인이 상임대표로 있다. 김우영 당선인은 비명계인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해 22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또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 강득구(경기 안양만안) 의원은 수석사무부총장으로 있으며 안태준(경기 광주을), 윤종군(경기 안성), 모경종(인천 서구병), 김동아(서울 서대문갑), 박균택(광주 광산갑), 양부남(광주 서을), 김기표(경기 부천을), 이건태(부천병), 양문석(경기 안산갑), 김준혁(경기 수원정) 등 22대 국회에 입성한 친명계 인사들도 이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22대 총선 당선인 31명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혁신회의가 이번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최대 계파 모임이 된 가운데 양문석 당선인이 이날 공개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악의 축인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검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리하고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정도로 친명과 강성반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경선 후보들이 대여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이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된 22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강경 드라이브를 일찌감치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대여투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정식 의원은 "정치검찰이 국회의원 압수수색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추미애 전 장관은 "촛불 탄핵 당시에 비박근혜 좌장인 김무성 대표를 설득해 탄핵 동참 결심을 이끌어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우원식 의원도 "국회의장으로서 민주주의를 위해 단호한 태도로 의장직을 임하겠다"고 말했고 정성호 의원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원내에서 단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성의견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당선인, 우원식 의원, 강위원 당대표 정무특보, 정성호, 박찬대 의원. 2024.4.29 xyz@yna.co.kr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노골적 불만 "기계적 중립은 안한다"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선명성을 넘어 친명계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21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었던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담겨있기도 하다. 김진표 의장은 예산안 처리나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수차례 요구해 민주당 의원들의 원망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이 5월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김진표 의장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다.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9명은 30일 김진표 의장에게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촉구함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순방 저지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진표 의장은 다음달 4일부터 14일 동안 북남미 주요국가 순방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들은 기계적인 중립을 지양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23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이 무조건 '중립기어' 넣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튿날인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초당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정식 의원도 30일 YTN 라디오 <뉴스킹>을 통해 "기계적 중립이라는 것이 잘못하면 어설플 수가 있다. 민주당의 주도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국회라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고 이번 총선 민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이탈해 탈당, 중립이 되겠지만 그래도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다. 이번 총선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의원도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당과 야당 사이의 기계적 중립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 국회의장을 누가 해도 그만인 것"이라며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일단 다수당으로서 책임이 있고 국회의장으로서 입법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 역시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고 중립의 협소함도 넘어서겠다"며 "총선 민심은 범야권 192석으로 윤석열 정부에 매섭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개헌선인 200석까지는 주지 않았다. 독선이 아닌 원칙과 노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능하게 국회 운영을 주도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력주자 모두 중립에 있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이 구태여 중립을 지키려하지 않는 것은 범민주계열이 185석에 달하는 22대 국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미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이 있기 전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회동,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장악력에 강화됐다는 뜻이다.

특히 영수회담이 끝난 뒤 이재명 대표가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지난 29일 영수회담이 끝난 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종종 만나기로 했다.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수시 만남을 예고했다. 영수회담이 수시로 이뤄진다면 이재명 대표의 국회 내 입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추미애, 민주당·조국 지지층 70.3% - 국힘층 최하위...尹-李회담 국면에서 '명심' 선택은?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제22대 국회의 첫 국회의장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0.3%가 추미애 전 장관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정성호(6.0%)의원, 조정식(5.9%)의원, 우원식(4.7%) 의원의 순이었고 기타인물은 19.5%, 잘 모름은 23.7%였다.

특히 추미애 전 장관은 민주당 지지층(70.3%)과 조국혁신당 지지층(70.8%), 40대(59.5%)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기타, 다른 인물(37.7%)과 잘 모름(32.9%)를 제외하고 조정식 의원이 10.3%로 가장 많았고 정성호(8.1%)의원, 우원식(7.0%)의원, 추미애(3.9%)전 장관의 순이었다.

민주당과 조국 지지층에서 추미애 의원의 지지율은 압도적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최하위이다. 

'尹-李 회동'으로 여야 협치 정치의 물꼬를 틘 상황에서 22대 국회의장에 '반尹 초강성'으로 차기 대권주자이고 '친문'인 추 의원에 대한 '明心'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