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찐윤' 이철규 '단독 원내대표' 대세론 급제동...'친윤'도 반발, 결국 경선일정 연기

후보 마감일(1일)까지 신청자 없어.. 9일로 연기 '찐윤' 이철규와 맞상대 꺼리는 분위기.. 원내대표 추대론도 배현진 "불출마 하시라.. 여러 차례 전달" 김태흠 "명예로운 정치적 죽음 택하라"홍준표 "패장이 또 설쳐" 안철수 "수도권 다선 의원이 맡아야" 윤재옥 "많은 분들 참여 위해 연기" 이양수 "연기 사유, 이철규 의원 때문 아니야"

2024-05-01     김승훈 기자
이철규 의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3일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9일로 연기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일까지 공식 출마한 후보가 없어서다.

원내대표에 선뜻 나서는 인사들이 없는 가운데 '찐윤' 이철규 의원이 단독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친윤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렸고 결국 원내대표 선출을 연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철규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 때문에 선거일을 조정했다는 추측엔 선을 그었다.

후보 마감일(1일)까지 신청자 없어.. 9일로 연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원내대표 선출일을 5월 9일 오후 2시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2일 선거일을 공고한 후 같은 달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후보자 신청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경선일 변경 이유에 대해 "전날 당선자총회에서 후보의 정견 발표와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초선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같은 요청이 다수 있어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늘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 의견으로 후보 등록일과 선거운동 기간을 변경 및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1일)이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다. 3~4선 중진의원 10여명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현재까지 도전 의사를 내비친 인사가 없다.

원내수석부대표와 법사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가장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혔던 4선 김도읍 의원은 지난달 28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3선의 김성원 의원도 지난달 30일 "많은 분하고 또 상의를 해본 결과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더 훌륭한 분이 하시는 게 맞겠다고 판단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3선인 송석준·성일종 의원과 지난해에도 원내대표 선거에 나오려 했던 4선 박대출·이종배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송 의원은 전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다양하게 많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과 숙의 중"이라고 말했다.

'찐윤' 이철규와 맞상대 꺼리는 분위기.. 원내대표 추대론도

이처럼 중진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유력한 후보인 이철규 의원이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과 경선하게 되면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또, 이미 공천 과정에서 세를 넓혀 놓은 이 의원과의 대결이 의미가 없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이 의원은 총선 전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공천관리위원을 맡으며 현 당선자들과 충분한 스킨십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많은 분께서 극심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과 우리 당의 모습에 우려하는 말씀들을 해줬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국민만 바라보며 꿋꿋이 나아가면 민심의 힘이 균형추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며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당내에선 다른 후보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2008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 2014년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5년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된 사례가 있다.

배현진 "불출마 하시라.. 여러 차례 전달" 김태흠 "명예로운 정치적 죽음 택하라"

홍준표 "패장이 또 설쳐" 안철수 "수도권 다선 의원이 맡아야"

하지만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총선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큰 상태다. 친윤계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선 이상 중진 선배 의원들께서 어려운 길이라며 서로 사양 마시고 적극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이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공천관리위원까지, 어쩌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의원께 이미 제 개인과 여러 당선인의 의견을 전해드린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접지 않으시기에 부득이 공개로 의견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보아 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참으시고 두려워도 조금 더 용기내 주시길 우리 당의 선배들께 부탁드린다"며 "더 이상 민심을 등지고 지탄받을 길을 일부러 골라가지 말자. 서울 강서 선거부터 총선까지 우리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머리 박고 눈치나 보는 소위 중진 의원님들, 눈치 보면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비겁한 정치' 이제 그만하자"며 "지금 하실 일은 당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역할을 찾는 거다. 명예로운 정치적 죽음을 택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이 의원을 겨냥해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하겠느냐. 패장이 나와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주축이 영남인데 영남만 배제하고 정당이 되겠느냐"며 "도대체 사람이 그리 없나"고 말했다. 그는 "좌시천리(坐視天里), 입시만리(立視萬里)라는 말이 있다"며 "대구에 앉아서도 뻔히 보이는데 서울에 있는 니들인 벙어리들이냐"며 날을 세웠다.

안철수 의원은 1일 원내대표 인선과 관련 "수도권 당선인 중 다선 의원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서 다들 고심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제22대 국회는 훨씬 더 불리한 조건에서 정치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아마 스스로에 대한 성찰들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비윤계' 윤상현 의원도 "이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벌을 받을 분이지 상을 받을 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재옥 "많은 분들 참여 위해 연기" 이양수 "이철규 의원 때문 아니야"

이처럼 이철규 의원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자 원내대표 선출을 미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일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연기한 배경에 대해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당선인 총회에서 의원님들이 후보자들의 비전이나 원내운영과 관련한 생각들을 들어보고 토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며 "그런 문제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선을)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구인난이 경선일 연기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후보 접수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이 후보에 등록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구인난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철규 의원님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원내대표 선출일을) 연기하거나 변경했다는 억측이 있을까 봐 일부러 설명해 드리러 온 것"이라며 "어떤 분은 이 의원이 시간을 벌어서 이 의원이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려고 시간을 늘린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제가 억측이라고밖에 이야기 못 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고 그건 사실과 다른 거라서 그렇게 예측하면 좀 빗나간 예측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정견과 철학에 대해 알 기회를 달라고 해서 연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