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거부권 시사에...野 “국민 저항 직면할 것”

홍철호 “특검법 수용, 직무유기 될 수 있어” 이재명 “尹, 범인 아닐 테니 특검 거부 안 할 걸로 믿어” 이준석 “채상병 부모 마음 조금이라도 헤아려야” 조국혁신당 “거부권은 조자룡 헌 칼 아냐”

2024-05-03     김민주 기자
채상병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2일 오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보신다”며 “여야 합의가 안 됐고 (채상병 사건은)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때 군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다 보니까 믿지를 못하겠다고 해서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며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이 법 취지인데 박정훈 대령이 정면으로 그것을 거부했다”고 했다. 법 개정으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에게는 법적으로 수사 권한이 없지만 수사를 진행했다는 취지다.

홍 수석은 또 “민주당에서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다”며 “공수처도 못 믿겠다는 거면 공수처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없고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가슴이 따뜻하고 안 따뜻하고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묵묵하게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협치를 하자는 생각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전날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에도 “엄중 대응하겠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일제히 비판하며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수년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 왔던 말”이라며 “범인이 아닐 테니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같은 회의에서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 말의 도가 지나쳤다”며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원칙과 국민의 기준에 따라 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 민주당의 강력한 저항은 물론이고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해 드린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고 바로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수사받을 수 있는 ‘최순실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거론되자 그 가능성을 일축했고 그를 통해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었다”고 거론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서 특검을 막아 세웠다면 특검 수사팀장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 대통령 윤석열은 탄생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처가 수사를 막아 세우고 대통령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에 대해 거부권을 공언하고 있는 대통령은 자기부정을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아집으로 반복해서 아들 이름이 정치면에서 불리는 것을 보고 있는 채상병 부모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거부권이라는 세 글자가 다시 이 사태를 장기화하고 부모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질타했다. 그는 “어제 김웅 의원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면서 김웅 의원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느냐”며 “본인도 채상병 특검에 동의하면서 여러 현실적 이유로 찬성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계시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머릿속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기리지 않는다. 독립운동을 하지 못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납득시키는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기리지도 않는다”며 “오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21대 국회에서 엄석대와 그 일파에 맞서 소신 있고 올바른 의정활동을 한 의원으로 기록에 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명백하게 뜻을 표명했다. 억울하게 숨진 채수근 해병의 한을 풀고, 누가 사건을 숨기고 줄이려고 했는지 밝히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거부권은 조자룡의 헌 칼이 아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