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 "언론 장악 생각 없다" 다음 날 檢, 초유의 EBS 압수수색.. 유시민 누나 유시춘 이사장 겨냥
권익위, 지난 3월 유 이사장 대검에 수사 의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유시춘 "2000원 초과 문제 삼아" EBS·KBS·MBC 3사 이사진 "방송장악 공작 집요하고 끔찍" 민주 "총선 민의에도 EBS 흔들기 나서" "강제수사 대상은 '청부민원' 류희림" 조국혁신당 "검찰 특활비는 모르쇠" "신임 부사장에 윤비어천가 부른 인사 내정"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에서 "언론 장악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 다음 날 검찰은 EBS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인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EBS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받을 수 있던 것이다 보니 의도적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창사 이래 첫 압수수색을 당하자 언론계와 야당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 말살 폭거"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권익위, 지난 3월 유 이사장 대검에 수사 의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유시춘 "2000원 초과 문제 삼아"
경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달 30일 EBS 이사장실을 압수수색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4일 유시춘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주말 등 휴일이나 원거리 지역에서 부정하게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1700만원 상당에 달하고, 언론인 등에게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접대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50여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검은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넘겨 수사하게 했다.
EBS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EBS 창사 이래 처음이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자택과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 "코로나19 기간 EBS 온라인 클래스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고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두루 만났다"며 "그걸 '교육비'라고 썼는데 (정부는) 5명이 15만 2,000원을 썼으니 (법인카드 한도) 2,000원을 초과했다고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권익위가 자신의 소명도 듣지 않은 채 청탁금지법 위반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2018년 9월 EBS 이사장에 취임한 후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 9월 임기가 끝난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누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유시민 전 이사장이 윤 대통령 비판에 앞장 서 온 것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해 침팬지 사회를 빗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최근 영수회담에서 "언론을 쥐려면 그 방법을 잘 아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며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전혀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으나 다음 날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EBS·KBS·MBC 3사 이사진 "방송장악 공작 집요하고 끔찍"
이날 EBS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EBS·KBS·MBC의 야권 성향 이사 14명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BS 유시춘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3사 이사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검찰이 압수한 것은 이사장의 일정표와 자체감사자료, 법인카드 영수증으로 굳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입수 가능한 자료들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 윤석열 검찰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로 시작된 유시춘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임 및 환수 절차 진행, 검찰 수사, 자체감사 등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 하나로 권익위, 방통위, 검찰 등 국가기관이 모두 달려드는 모습은 정권의 방송장악 공작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찍한지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공영방송 탄압시도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면서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해체하여 정권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모든 시도들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1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검찰은 EBS에 꽂은 '더러운 칼'을 걷어치워라"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의 강제수사 저의는 KBS, MBC에 이어 EBS마저도 검찰 수사를 빌미로 흔들겠다는 것이다. EBS 구성원들에게 '너희들도 밉보이면 재미없다'며 겁박하고, '교육방송이 별 대수냐'라며 모멸감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박유준)도 성명을 내고 "EBS 구성원들 저지에도 불구하고 초·중학생 견학이 이뤄지고 있는 1층 로비에서부터 8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무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시도는 군사독재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횡포"라고 비판했다.
민주 "총선 민의에도 EBS 흔들기 나서" "강제수사 대상은 '청부민원' 류희림"
조국혁신당 "검찰 특활비는 모르쇠" "신임 부사장에 윤비어천가 부른 인사 내정"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EBS가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류희림 위원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성명에서 "민주당은 청부 민원으로 민간독립기구 방통심의위를 정권 청부심의기관으로 전락시킨 류 위원장을 지난 1월 고발조치했으나 현재까지 피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은 유시춘 EBS 이사장 압수수색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들러리 설 것이 아니라 가족을 동원한 희대의 청부민원 사건을 저지른 류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즉각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총선 민의는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인 국정기조 전환을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총선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공영방송 EBS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며 "앞서 남영진 KBS 이사장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와 똑같은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한 지 1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일들이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강경숙 당선인은 1일 "윤석열 정권이 총선 참패와 영수회담도 무시하면서 본떼를 보여주는 식의 협박 같은 초강수인 압수수색 카드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하지만 2021년의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의 특활비 문제,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검찰 재직 시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이 어긋난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당일 EBS 뉴스 등 보도 부문을 담당하는 부사장 자리에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내정됐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강 당선인은 "김 전 편집장은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때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이란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중 가장 가슴에 와닿고 든든했던 부분이 35번의 '자유'이고,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고 윤비어천가를 불렀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신임 부사장은 1992년 1월 문화일보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세계일보 카피라이터, 바른언론신문 취재부 차장, 인터넷북리뷰 '부끄' 편집장을 거쳐 지난 2000년 월간조선에 입사했다.
김 신임 부사장은 월간조선 재직 시절 'HWPL 이만희 대표 인터뷰-내가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2016년 5월호)라는 기사를 작성해 신천지 홍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은 신천지의 외곽 위장단체로 알려졌다. 당시 기사는 2020년 MBC 'PD수첩-코로나19와 신천지' 편에서 인용된 이후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특히 김 신임 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EBS지부는 "이 시기에 필요한 EBS 부사장은 김성동 같은 이념 편향적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육에 대한 철학과 경영 위기를 타개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라며 "EBS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EBS의 가치를 훼손하고자 김성동과 같은 인사를 내려보내려는 시도에 모든 구성원은 좌시하지 않고, 한데 뭉쳐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