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 與 원내대표 선출에 "의심 살 일 하지 마라".. 이철규 불출마설 돌자 다자대결 양상

이철규 대세론에 친윤계도 반발.. 대통령실 "당에 개입 않을 것" 송석준·이종배 출마 선언.. 추경호·성일종도 출마 검토 이철규 "의지 이미 확고".. 출마 선언? 조정훈 "친윤이라서 안돼는 비민주적"

2024-05-03     김승훈 기자
송석준 이철규 이종배 의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원내대표 단독 출마가 거론되어 온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숨죽여 오던 당내 중진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다자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단독출마 혹은 추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3선 이상 중진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이 의원의 총선패배 책임론이 거론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의심 살 일은 하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3선 송석준 의원이 2일 출마 선언을 하며 스타트를 끊었고, 3일에는 '충북 4선' 이종배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3선의 추경호 의원과 성일종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대세론에 친윤계도 반발.. 대통령실 "당에 개입 않을 것"

국민의힘은 오는 9일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초 3일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미뤄졌다.

지도부는 초선 당선인들의 요청을 이유로 들었지만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마땅히 나서는 후보군이 없어 연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원내대표 후보군인 3선 이상 중진들 입장에서는 이미 공천 과정에서 세를 넓혀 놓은 이 의원과의 맞대결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두고 친윤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선 이상 중진 선배 의원들께서 어려운 길이라며 서로 사양 마시고 적극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이 의원께서 불출마 선언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이 의원을 겨냥해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하겠느냐. 패장이 나와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2일 KBS라디오에서 "그동안 당으로부터 당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당선이 됐던 분들이라면,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스스로 헌신하려는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주셔야 한다"면서 "자꾸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용기를 내주시길 바란다"며 중진들의 희생을 촉구했다.

이처럼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자 이철규 대세론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의심 살 일은 하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리가 '이리 가자, 저리 가자'고 하는 것은 안 맞고 대통령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며 이같이 전했다.

즉, 대통령실이 이철규 의원을 물밑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불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송석준·이종배 출마 선언.. 추경호·성일종도 출마 검토

이처럼 이철규 대세론이 힘을 잃자 눈치를 보던 중진들도 속속 나서기 시작했다.

4·10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송석준 의원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는 건 고난의 길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험하고 고된 길이라 할지라도 제가 가야 할 길이라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부족한 면이 있고 충분히 결집의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제가 먼저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내 결집을 촉구하는, 당내 뜻 있는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의원도 3일 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에서 4선에 성공한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 야당에 맞서 결국엔 이기는, 현명한 협상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의원님들과 함께 반드시 승리해, 사즉생의 자세로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신뢰받는 보수를, 실력있는 집권 여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송석준·이종배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박대출(4선)·추경호·성일종(3선) 의원 등 다른 중진 의원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일요일까지가 등록일이니 그때까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결심을 굳히면 별도의 출마 선언 없이 오는 5일 후보 등록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북(TK) 출신인 추 의원이 출마하면 유일한 영남권 후보다.

성 의원도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성 의원이 출마를 결정한다면 이 의원과 함께 충청권 후보 2명이 나란히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게 된다.

이철규 "의지 이미 확고".. 출마 선언? 조정훈 "친윤이라서 안돼는 비민주적"

변수는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불출마 요구 등 당내 반발 기류에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지만 명확한 거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는 악역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그렇지만 불출마해달라 하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 말아달라, 불출마해달라는 얘기를 한 사람은 우리 집 아내 외에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마를 고심 중이냐'는 질문에 "나는 고심하지 않는다. 이미 결단을 하고 어떤 결심이든 결심이 서 있는 사람인데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의지는 이미 진작에 확고히 서 있다. 다만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의원이 친윤이라는 이유로 출마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3일 "'저 사람은 친윤이니까 안 돼, 비윤이니까 안 돼' 이런 논리는 민주정치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누군가를 유영하며 배회하듯 찍어눌러서 불출마로 기울게 만드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비토정치보다는 각 개인의 비전을 경쟁하는 비전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냥 모두 다 자유롭게 나와서 비밀투표로 해서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사람이 원내대표가 되면 되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출마의 자유를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출마 선언을 한 송석준 의원도 "(이 의원이 총선 패배에 책임있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는 건 안다"면서도 "이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마다 악역을 자처하고 당 구심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래서 안 된다라고 하는 자체가 너무 안타까운 갈라치기식, 몰이식의 문제있는 시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