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황우여 ‘보수정체성 강화’ 발언에 “민심과 동떨어져” 당내외 비판
유승민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국민들 ‘삶 해결 못 해’라고 생각” 박창환 “尹, 박근혜 때보다 이념전쟁 더 많이 해...국민 눈높이에 안 맞았던 것” 박성민 “과거엔 다수 지지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보수 정체성 강화’를 강조하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 “원론적 얘기일 뿐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위원장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4·10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보수 정체성 상실을 꼽을 수 있다”며 “보수가 결집하고 이 결집된 힘으로 중도·진보층으로 나아가야 했는데 보수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3일 비대위원장 취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보수 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선 안 된다.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4.10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른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 본류 정당이니까 원칙적인,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왜곡된 시선으로, 너무 이념적인 잣대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니까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황 위원장이 총선 참패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보수가 결집을 안 해서 졌느냐. 중도층·수도권·청년층 마음을 못 잡아서 진 것”이라며 “당이 수렁에 빠졌고 총선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비대위원장으로 오신 분이 버려야 할 낡은 보수의 말씀을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황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보수의 정체성이 아마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일 거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그것 실컷 들었다. 그런데 그게 국민의 삶에, 국민의 고통에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를 못 하고 기득권, 부자, 재벌 같은 가진 자들끼리 그냥 잘 나가더라’고 본다”며 “국민의힘이 철학, 정책, 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치열하게 논쟁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우적인 유튜버들, 극우적인 보수 인사들이 말하는 보수의 가치에 당이 매달려 있으면 앞으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해 보나 마나 필패”라고 덧붙였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원론적인 대응으로 지난 총선에서 이만큼 대패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하며 “이번 총선은 정책이든 이미지든 심판론을 뒤집기는 굉장히 어려운 선거였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또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이념 전쟁 더 많이 하지 않았나. 누가 홍범도를 건드렸고 누가 오염수 방류를 승인했고 누가 일본하고 저렇게 가까이 지냈나”라며 “(보수 정체성 문제는) 총선 패배의 본질이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설득도 없어서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보수가 분열돼서 진 게 아니라 중도표를 못 얻어서 진 것”이라며 “박세일 전 의원이 공동체 자유주의를 내세우고 유승민 전 대표도 따뜻한 보수를 내세웠지만 그렇게 안 하고 이념적인 보수, 반공보수, 시장보수를 내세웠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보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주장이 과거에는 다수의 지지를 받는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위기의 본질은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거다. 보수 정체성 강화하는 정책이나 기조로는 다수파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