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네이버 알짜 사업 '라인' 일본에 뺏기나?...'제2 독도사태'
일본인 9600만명 사용 국민메신저.. 네이버-소프트뱅크 지분 50%씩 보유 개인정보 유출되자 日 정부 "소프트뱅크 지분 늘려라" 정치권, 日정부 비판 "적대국가에게나 할 일".. 野 "윤 정부 굴종외교 탓" IT시민연대 "제2의 독도 사태…범국가적 TF 구성해야" 정부·대통령실, 일본 정부에 항의 표시 없이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 중"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이유로 라인야후에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두 차례 연속으로 내리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네이버의 알짜 사업을 일본 기업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국내 정치권은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 "적대국가에게나 할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외교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시민단체는 "제2의 독도사태"라 규정하고 범정부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동영상앱 틱톡을 퇴출시키려는 행보와 유사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일본 정부를 향해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 없이 네이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인 9600만명 사용 국민메신저.. 네이버-소프트뱅크 지분 50%씩 보유
개인정보 유출되자 日 정부 "소프트뱅크 지분 늘려라"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출시했다. 같은 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이 먹통이 되자 재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를 준비해 공개한 것이다.
이후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 지위에 올랐다. 출시 5년 만에 누적 이용자 1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일본인 96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토대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와 블록체인, 이커머스 등 ICT 사업 역시 전개하고 있다. 국내로 보자면 카카오톡과 유사한 상황이다.
2019년 네이버 라인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야후재팬과 합병했고 라인야후로 새출발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중간지주사 A홀딩스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공동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총무성은 최근 두 차례의 행정 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야후에서 이용자 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된 것이 발단이 됐다. 즉, 외국 기업인 네이버를 통해 자국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국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동영상 앱 틱톡을 퇴출시키려는 시도와 유사한 것으로 사실상 네이버의 알짜 사업이 일본 기업에게 고스란히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네이버는 일본의 행정지도가 이례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대표는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씀드리겠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日정부 비판 "적대국가에게나 할 일".. 野 "윤 정부 굴종외교 탓"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정치권은 일제히 일본 정부의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3일 세종연구소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한일 전략포럼' 토론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해킹 사건의)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 조치나 벌금(부과)이 아닌 지분 매각까지 요구하는 것은 조금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없는데 (일본 조치는)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만한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는 얘기"라며 "일본 정부의 대응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면서 최근에 대반전 계기를 만든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도 토론에서 "최근 네이버 사태는 한일이 협력적인 공동의 제도와 가치를 갖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사안의 성격에 맞지 않는 처방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사이버 공격으로 보안 문제의 취약성이 드러났으면 그 수준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면 되지,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한일관계가 쉽게 발화할 수 있는 취약한 상황인데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 외교 결과라고 지적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일 "일본 정부가 라인 강탈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손을 놓고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인가, 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굴욕외교 때문에 우리 정부가 대신 뺨을 맞아야 하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종용하기 위해 이젠 우리 정부까지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대국에나 할 행태"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도 지난달 26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우리나라 기업을 삼키려는데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국제 외교전문가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7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일본내 혐한, 반한, 이런 움직임이 일부 강하게 남아 있는데 그런 걸 제대로 안 읽고 우리가 일본에 잘해주면 일본도 잘해줄 거라는 이런 어설픈 생각 가지고 일본을 대했던 결과가 이렇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IT시민연대 "제2의 독도 사태…범국가적 TF 구성해야"
IT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범국가적인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통한 대응을 촉구했다.
7일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성명서를 통해 "일본 정부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모처럼 형성된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태가 라인을 완전히 탈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라인과 네이버 때리기가 혹시 소프트뱅크라는 일본기업의 라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네이버에 대해서는 "만일 지금 라인을 뺏긴다면 네이버는 지금까지 쌓아온 해외 진출 역량과 기반을 송두리 채 뽑힐 수밖에 없으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라며 "AI(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만일 네이버 내부에 있다면 이것은 정말 개탄할 만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준비위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라인 네이버 압력 사태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국회는 물론 정부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범국가적 TF를 구성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대 디지털 경제에서 한 국가의 주권과 영토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디지털 공간과 주권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준비위는 "지금 외교부와 과기부가 네이버의 입만을 바라보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현실은 개탄스러운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라인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독도 사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국회와 정부, 민간의 전문가들을 포함한 국가적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TF를 통해서 일본 정부의 이러한 부당한 압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대통령실, 일본 정부에 항의 표시 없이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 중"
日정부 "라인 행정지도는 보안 강화 요구한 것"
하지만,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이후 현재까지도 정부나 대통령실은 일본 정부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항의 표시는 없는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정부는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네이버 측의 요청 사항을 전적으로 존중해 이 문제에 임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자국에서 한국 기업을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전후 맥락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하는 얘기"라고도 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일본 총무성이 라인 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네이버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일본 정부의 차별적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며 "지분 매각이 네이버의 의사가 아닌 일본 정부의 압박에 따라 된다면 정부가 외교라인을 통해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보다는 적극적인 대처를 언급했으나 여전히 이번 사안은 네이버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취지다. 특히, 지분 매각을 무조건 막는다기보다 네이버의 의사결정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분을 매각할지 하지 않을지는 오롯이 네이버의 결정"이라며 "네이버가 원하는 바가 정해진다면 긴밀히 협의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 대응할 것이다. 이것은 한일관계를 고려해 소극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7일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기업 강탈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한국에서 차별적 조치라거나 한국 기업을 쫓아내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고 한국 정부는 필요에 따라 일본 측과 의사소통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한 일본 정부 대응'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야시 장관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에는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의 기업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처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일본과 한국 정부 간에는 평소에도 다양한 분야, 안건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본건에서도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에 정중하게 설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