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오직 '명심이 민심' '국회의장 추미애'.. 강제 교통정리, 국회도 '이재명 일극체제'?
박찬대 원내대표, 정성호·조정식 의원에게 국회의장 경선 사퇴 요구 추미애 "이재명 대권 도움"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 우원식 "황당하다"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런게 아냐" 민주 당원 2만명 "추미애, 국회의장 추대해야" 민주 지지층 70.6% '추미애' 박지원 우상호 등 "자괴감" "이해 안돼" 지도부 "당원과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 "본인들이 결정한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이른바 '명심'이 직접 개입하며 교통정리에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강성당원을 중심으로 '국회의장=추미애'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했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지난 12일 동시에 사퇴하는 과정에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에 당 내부에서도 입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 야당 대표의 뜻이 작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명계로 재편된 민주당이 175석의 절대 다수 의석과 강성 국회의장을 앞세워 의회 권력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며 의회 독주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야권 192석을 주도하는171석의 단독과반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로 구축되었다. 더 나아가 오직 '명심이 민심'밖에 안보이는 추미애 국회의장으로 강제 단일화 추대됨에 따라, '여소거야' 국회마저도 의회권력을 장악한 '이재명 일극체제'로 독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정당 권력과 의회 권력을 모두 틀어 쥔 '여의도 대통령' 이재명의 일극체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 정성호·조정식 의원에게 국회의장 경선 사퇴 요구
추미애 "이재명 대권 도움"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
우원식 "황당하다"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런게 아냐"
민주당은 오는 16일 오전 당선자 총회를 열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조정식·우원식·정성호·추미애 등 4명이 나섰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은 지난 12일 사퇴를 선언하며 6선의 추미애 당선자와 5선의 우원식 의원 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교통정리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장 선거 과열 경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두 의원을 설득해 사퇴하게 했는데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물밑 교통 정리라는 것이다.
추 당선자는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조 의원과 단일화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저와 가까운 분들과 조 후보를 도왔던 분들이 대강 얘기가 다 됐다"며 순조롭게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와 전부터 여러 차례 만났다"며 "이 대표는 '이번만큼 국민 관심 높은 국회의장 선거가 있었나. 순리대로 하자. 과열되다 보니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 당선자는 "국회가 할 일을 하면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재명 대표와 추미애 당선자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1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추 당선자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한다면 당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정책을 생산할 수 있다"며 "당과 의회 사이 유기적 역할 분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며 "개혁 국회로 힘을 모으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고, 또 이재명 대표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두 의원의 사퇴에 대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가 추미애 당선인하고 조정식 의원의 단일화를 물밑에서 움직였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런 역할은 아니다. 설마"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가 연락했느냐'는 질문에는 "안 했다"고 답했다.
그는 정 의원의 사퇴가 이 대표의 의중이 추 당선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대해선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본인의 사퇴는 그거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야말로 진짜 친명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경선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이 대표가 앞으로 지향하는 미래가치, 소위 기본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이 이 대표인데 제가 수석부위원장"이라며 "저야말로 이 대표와의 거리를 따져보면 굉장히 가깝다"고 강조했다.
민주 당원 2만명 "추미애, 국회의장 추대해야" 민주 지지층 70.6% '추미애'
현재 민주당 지지층과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당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장=추미애'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2만여명의 민주당 당원들은 14일 추미애 당선자 국회의장 추대를 촉구하는 서명을 당에 전달했다.
추 당선자를 지지하는 2만1054명의 당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장 지지도를 묻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당선인은 민주당원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것이 민심이자 당심"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원들은 이번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주당의 승리,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헌신했다"며 "이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과 당신인들이 화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는 개혁 과제에 망설이지 않는 원칙과 소신을 지닌 국회의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권력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청렴하고 검증된 국회의장이 필요하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서도 민주당 지지자 중 70.6%가 추 당선자를 국회의장으로 선호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전화면접조사 결과에서도 추미애 당선자가 29.8%로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을 받았다.
이에 당내 친명계들도 추 당선자에게 줄을 서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총선 상황실장을 지낸 김민석 의원,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 등은 공개적으로 추 당선자 지지를 선언했다.
강성 친명 조직으로 당 최대 의원 모임으로 격상한 더민주혁신회의와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도 추 당선자 지지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박지원 "바람직하지 못해" 우상호 "권력 서열 2위를 당 대표가 결정?"
박수현 "국회의장까지 당심 명심이 개입.. 역대 처음"
추미애 당선자에 대한 당원들의 선호도와 관계 없이 박 원내대표가 물밑에서 교통 정리를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4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이 일방적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 물론 정당에서는 서로 소통을 해서 타협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당심이, 명심이 또 이런 정리를 하는 것은 국민들한테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원식 의원이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어떤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를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당선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실 며칠 전 박찬대 원내대표와 만나 길게 이야기를 좀 나눠봤다"며 "박찬대 원대 논리는 '나도 친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국회의장까지 친명 일색이면 되겠냐'라는 논리를 댔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장까지 친명으로 돼서야 되겠냐며 교통정리한 것은 진심인 것 같았다"면서 "국회의장까지 당심,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건 역대 처음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지만 이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 문제"라며 "'국회의장까지도 친명 일색이면 되겠냐'는 논리로 정리했다는 건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썩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당원과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 "본인들이 결정한 것"
반면 친명계 지도부는 조·정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당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4일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이 이렇게 (추 후보를) 원한다면 민심이 천심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의 마음도 수용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YTN 라디오 배승희의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교통정리보다는 자연스럽게…(단일화가 됐다)"며 "과열된 경선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 정리를 해서 서로 누가 더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하면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고 하는 것이 당내 의견"이라고 했다.
한민수 당 대변인도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교통정리라는 표현을 언론에서 쓰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국회의원 출마할 때도 본인이 최종 결정을 하듯이 국회의장이라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의전서열 2위고 입법부의 수장인데 그런 중책을 맡겠다고 나올 때는 본인들의 생각이 있으신 거고, 어제 한 분은 단일화를 했고 한 분은 후보 사퇴를 하셨는데 그런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본인 결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국힘 "이재명 일극체제" "국회 폭주 예고"
한편, 국민의힘은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175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친명 체재로 전환되면서 '이재명 사당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장까지 '명심'을 앞세운 인사가 자리를 차지할 경우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이재명은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 말 한마디에 차렷, 열중쉬어, 복명복창까지 하는 수준의 민주당 행태는 대한민국의 재앙"이라면서 "원내대표도, 국회의장 후보도 이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웃지 못 할 광경"이라고 꼬집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의장을 통해 국회 운영에 대한 폭주를 (하겠다고) 어느 정도 각이 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친명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의장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것을 두고 "아무리 총선에서 압승했다 해도 저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며 "입법부 수장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명심만 좇으면서 서로 양보하고 판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지호 전 의원은 채널A 유튜브에서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 이 대표의 의중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장이 '여의도 대통령'의 하수인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특검 만능주의에 빠져서 계속해서 특검법을 밀어붙일 텐데, 그때 추미애의 당파성과 저돌성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