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4년중임제·5.18헌법·거부권제한 등 野 '개헌론' '꿈틀'.. 192석 범야권 “이번에는 개헌”
박찬대 "대통령 4년 중임제 논의돼야" 추미애 "대통령 신상 관한 것은 거부권 제한" 조국혁신·개혁신당도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제안 박지원·천하람 "尹, 4년 중임제 받고 제7공화국 탄생시켜야" 與, 개헌 신중.. 野 '대통령 거부권 제한'에는 "독재적 발상"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개헌에 필요한 200석에서 불과 8석 모자란 192석을 차지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범야권에서 개헌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37년째로 역대 국회마다 개헌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현직 김진표 의장도 선거제 개헌은 물론 대통령 4년 중임제, 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개헌에 힘을 쏟았지만 곧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런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범야권 주도로 개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와 대통령거부권 제한, 5·18 헌법 수록 등을 위한 개헌을 제안하고 있다. 또,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인 추미애 당선자도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개헌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 4년 중임제 및 대통령거부권 제한·5·18 헌법 수록 등 제안
현재 야권에서 가장 고른 공감대가 형성된 개헌안은 4년 중임제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달 3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 5년 단임제"라며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5년 단임제하에서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몰아치니 오히려 출산 세대에게 거부 반응이 생긴다"며 "국가의 의무를 헌법적으로 보장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게 정치적, 법률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중임제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헌법 수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뿐, 가족이나 측근을 수호하기 위해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하면서 여야의 이견이 없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거나, 헌법에 실려있는 검사의 직무 관련 규정을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 전현직 도전자들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 제한과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위한 개헌론을 꺼낸 바 있다.
조정식 의원은 경선 후보 사퇴 전인 지난달 29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고, 필요하다면 탄핵소추에 필요한 의석도 200석에서 180석으로 낮추는 개헌을 시도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달 22일엔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경선 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대통령 중임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전, 검찰 권력의 정치 탄압 (저지), 의회의 실질적 권한 강화를 위한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당선자는 8일 KBC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을 설득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가 이해충돌 사안 또는 대통령 신상에 관한 것에 대한 거부권을 제한하자는 정도의 원포인트 개헌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조국혁신·개혁신당도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제안
박지원·천하람 "尹, 4년 중임제 받고 제7공화국 탄생시켜야"
국회의 개헌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7년 개헌으로 6공화국이 시작된 후 매 국회 때마다 개헌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국회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제안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헌법 전문에 5·18 전문 정신을 넣는 개헌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시하고 있다. 즉 명분은 '개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탄핵'의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탄핵은 여러 측면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미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국정공백이 불가피하다. 또,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역풍을 맞을 공산도 크다.
박지원 당선자는 지난 9일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정국인터뷰에서 22대 국회를 개헌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자는 헌정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금은 실패한 대통령이 됐지만 그가 역사에 남으려면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임기 1년을 단축해 제7공화국을 탄생시켜야 한다"며 "(현 정부가) 2년 됐으니 내년에 (개헌을 하면) 2026년에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를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해 2025년 12월에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윤 대통령이 정국 돌파를 위해서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19일 유튜브 '지지율 대책회의'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윤 대통령 본인이 여기서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임기 단축 개헌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도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임기 4년 중임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는 것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탄핵은 헌법에 있는 절차로 우리가 언급 못 할 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쉽게 입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오히려 저는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신당의 총선 공약 중의 하나가 이제는 7공화국으로 가야 한다"며 "그래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를 포함하는 헌법 개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만큼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22대 국회는 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으로 범야권이 192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탄핵·개헌 저지선은 지켰지만 여당 의원 8명만 이탈해도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탄핵 저지선이 붕괴된다.
與, 개헌 신중.. 野 '대통령 거부권 제한'에는 "독재적 발상"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에 신중한 모습이다. 김기현 전 대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개헌에 관한 뚜렷한 방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야당에서 제기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에 대해서는 "반헌법적인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광재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거대 야당의 정치 공세가 점입가경"이라며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느니 위헌적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부터 온갖 사안을 다 끌고 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국익과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민주당에 신뢰를 보낼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의 개헌 주장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192석의 범야권 의석을 가지고도 권력을 더 남용하고 싶어서 개헌론까지 들고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헌법 정신을 의회 다수의 힘으로 말살하겠다는 의회 독재적 발상"이라며 "개헌은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지, 정쟁을 위해 개헌하자고 하는 발상은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야당이 탄핵 빌드업을 위해 특검 정국으로 가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권한인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공부를 잘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