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우원식 대파란 '이재명 일극체제' 급제동.. 이재명 리더십·대권가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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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후보로 예상을 뒤엎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후보로 예상을 뒤엎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당선자가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데다 친명계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사퇴하면서 '명심'까지 등에 업었으나 당선자들의 선택은 '합리적 온건파 우원식'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생긴 만큼 당 대표 연임은 물론 대권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원식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중도층 마음을 얻게 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169표 중 우원식 89표, 추미애 80표 그쳐.. 명심 쫓던 추, 예상 밖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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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중립은 몰가치 아니다" "21대 국회와 완전히 다른 국회 될 것"

이날 민주당은 당선자 총회를 열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총투표수 169표 중 우 의원이 89표, 추 당선인이 80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는 우 의원이 97표를 얻었고, 추 당선인은 72표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치권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유력 후보였던 친명계 5선 정성호 의원은 경선 도중 사퇴했고, 6선 조정식 의원도 추 당선자 지지를 표명하고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명심'이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민주당 당원 2만여명은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는 서명을 당에 전달했으며, 민주당 지지층의 70%가 추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추 당선인에게 몰표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통상 국회의장 후보는 원내 1당에서 선수가 가장 높은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으나 5선인 우 의원이 6선 추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점도 이변이다.

우 의원은 당선을 수락하면서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이전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를 통해 보여주셨던 리더십과 사회 방향 등에 국민들이 동의했고 당선인이 함께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의장으로서 국민에 도움 되는지, 옳은지를 기준에 두고 22대 국회 전반기를 잘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와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며 "민심에 어긋나거나 퇴보, 지체가 생긴다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변'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처음부터 '명심'이 추 당선자에게 있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당선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친명이 어디로 쏠렸다는 것은 언론의 과한 추측"이라며 "저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이 대표의 미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기본사회부위원장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누굴 향해 마음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국회의장-이재명 대표 연임' 국회 장악 시나리오 무산

이재명 대표 리더십 타격.. 연임 도전도 쉽지 않을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24.5.16 [사진=연합뉴스]

이날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앞서 찐명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의원이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해 사실상 만장일치로 추대된데 이어 국회의장까지 강성의 친명 인사가 차지할 경우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연임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내 '친명색'이 짙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조정식·정성호 의원에게 사퇴를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이 대표가 국회의장 선출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우 의원이 승리하는 이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당 돌아가는 꼬라지가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나, 전부 한 사람을,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 같다"고 비판했다.

어느 이유에서건 이 대표 중심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긴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당초 명심과 당심이 모두 추 당선인을 향하며 '국회의장 추미애-당대표 이재명' 체제를 전제한 22대 국회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한 후 강성 성향의 추 당선인에게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본인은 협치에 나서면서 대권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당선자 중 친명계는 80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경선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자들의 판단이므로 (이번 결과를) 당심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어떤 후보라도 아주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의장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도 결국 친명.. '검찰 국회 압수수색 강경대응' '대통령 거부권 견제'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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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강성당원들 "수박 나가라" "조국당 가겠다" 항의

반면, 우 의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그 역시 친명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결국 명심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 의원은 15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형님이 국회의장에 적격'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우 의원은 최우선 과제로 검찰의 국회 압수수색에 대한 강경 대응을 꼽았다. 나아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견제할 것이라 천명했다.

우 의원은 당선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25번 있었는데 그중 95%가 민주당 관련 압수수색이었다"며 "압수수색할 때는 의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엄격하게 살피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거부권은 대통령 권한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며 "삼권 분립을 지속하려면 대통령 거부권을 아주 제한적으로,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처음부터 '명심'이 추 당선자가 아닌 우 의원에게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추 당선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의 정치인"이라며 "중도층에게 굉장히 반감을 일으키는 성격으로, 통제가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탈중립' '검찰독재 청산'을 외쳤던 추 당선인에 비해 우 의원이 온건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우원식 의장'의 첫 시험대는 여야 간 샅바싸움이 치열한 22대 국회 원(院)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 원내 지도부는 국회 상임위원장 협상에서 법사위와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의 위원장만큼은 절대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1당이 의장을 가져가면 2당은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갖는 관행과 집권여당 원내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아 온 관례를 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과 쟁점법안들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정국의 최대 뇌관인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법'을 비롯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 등 9개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할 경우 법안 처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여야 간의 협상을 존중하지만 국민의 이익과 권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의장의 권한을 최대한 살려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국회가 되도록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추 당선인을 지지했던 권리당원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장 경선 결과 발표 후 당원들의 항의성 글이 게재되고 있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당했다" "표를 줬더니 뒷통수를 쳤다" "개혁은 물 건너 갔다" "민주당을 탈당하겠다" "수박들이 아직도 80명이 넘는다" 등의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與 "이재명 방탄은 안 돼" 윤상현 "중도층 향한 민주당의 변화.. 두렵다"

국민의힘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우려 섞인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고 "축하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며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보인 '명심 팔이' 경쟁에서 국익과 민생에 대한 걱정보다, 국회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커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후보들은 '명심이 곧 민심', '형님이 국회의장 적격이라 말해' 등 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듯한 발언으로 이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며 "여야 협치는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 없는 국회,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한 방탄 국회로 또다시 전락시킨다면 결국 엄청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에게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무로 여야 협치의 국회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 국민은 없었고 오로지 이 대표만 있다"며 "'명심은 민심'이라며 해괴망측한 국민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국민은 없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막아줄 방탄막과 대권 고속도로를 깔아줄 호위무사가 필요할 뿐"이라며 "'국민의 국회'가 아닌 '이재명의 국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성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누가 되든 그 '명심'이 없었으면 됐겠느냐. 걱정이 크다"면서도 "이미 의장(후보)이 됐으니, 중립에 서서 여야 협치를 중재하고 국가가 잘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상현 의원은 "온건한 우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추미애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뽑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그게 당심이라고 했다"며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미애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원식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의 기준은 대선 승리에 누가 더 도움되는지 하나"라며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기준은 대선 승리뿐이다. 중도층을 향한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패배한 우리(국민의힘)보다 승리한 민주당이 더 먼저 변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보다 우리 국민의힘이 더 빨리 더 크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