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민의힘 총선백서, 친윤-친한 '한동훈 책임론' 갈등 전면화

백서특위 이끄는 조정훈 위원장 "한동훈 책임은 팩트…공격할 의도는 없어" 친한계서는 전당대회 출마하려는 한동훈에 악영향 끼치려는 시도라는 시각 일각에서는 한동훈 덕분에 22대 총선에서 6석 늘었다는 옹호론 펼치기도

2024-05-18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대전 노은역광장에서 대전 지역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달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에 대해 기술할 총선백서가 친윤과 친한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직접 총선 백서에 '이조 심판론'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총선백서에 공식적으로 기록될 '총선 참패책임론'은 차기 당권, 대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총선 참패 책임을 특정인에게 묻게 될 경우 다가올 전당대회에도 큰 영향이 생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총선 참패의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물을 경우 전당대회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참패 책임이 백서에 실릴 경우 한 전 위원장의 정치 행보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관련 평가회의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국민의힘 내부 이슈인 '한동훈 책임론'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동훈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친한계에서는 이제 와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총선 당시에는 이조 심판론이 소구력이 있으니까 한 번만 더 지원유세를 와달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참패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결과론적인 비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정훈 총선백서TF 위원장과 이철규 의원(왼쪽)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정훈 총선백서특위원장 "대통령·한동훈 모두 총선 참패 책임"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찌감치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백서 팀이 한동훈 책임론을 정해놓고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위원장은 "총선백서를 어느 방향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면 설문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보자 전원, 보좌진, 당직자들이 모두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론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겠느냐"며 "총선백서는 절대로 특정인을 공격해서는 안 되며 공격할 의도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책임은 좀 다른 것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이미 본인 책임이 있다고 인정을 했고 그래서 사퇴한 것 아니냐. 한동훈 책임론을 어떻게 부정하느냐"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위원장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것은 팩트다. 책임은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에게 있고 권한이 크면 클수록 책임이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이다. 책임은 있되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조 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고 장동혁 전 사무총장과도 면담 일정이 잡혔다. 마무리하고 한번 만나려고 한다. 또 한동훈 전 위원장도 5월말이나 6월초 정도에 면담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동훈 책임론을 적시하고 조정훈 위원장이 직접 당대표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묻는 질문에 "내가 벌써 당대표급으로 올라갔느냐. 그리고 내가 친윤이냐. 친윤이라면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식사도 하고 술도 하고 전화로 수시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나는 태어나서 대통령과 차 한 잔 마셔본 적이 없다"며 "나는 친윤도 아니고 비윤도 아니다. 내 인생에 윤이라는 사람이 들어와 본 적이 없는 무윤"이라고 항변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조 위원장은 "당을 위해 희생할 의지가 있다면 당대표 출마해서 당의 개혁에 대해 토론하는 장을 만들자. 지금으로선 한동훈 전 위원장이 확실한 흥행 카드 아니냐"며 "많이 소진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재충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있지만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나오면 된다. 누구 나와라, 나오지 마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총선백서 특별위원회의에 참석해 조정훈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백서특위, 개인책임 추궁 놓고 이견

한편 총선백서특위에서는 개인 책임 추궁데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열린 백서특위 전체회의에서 "주어를 당으로 해서 '당이 이렇게 했는데 여기엔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야 당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정훈 위원장은 "총선백서를 당을 주어로 만들고 인물을 주어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패배 원인에 대해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개인 책임에 대해 물을 것은 묻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조 위원장의 의지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련 평가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 위원장은 "이번 백서는 특정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질을 당이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살펴보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정훈 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묻는 것은 '원칙적'인 것이라고 보는 뉘앙스를 풍긴다.

16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장동혁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한계 의원, 친윤계 백서특위 인사들과 갈등…한동훈 책임론에 선긋기

그러나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이 "총선백서는 누구를 공격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총선백서 작성과 관련해 여러 과도한 공격이 이뤄지고 이런 중요한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면서 이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을 갖게 됐다"는 말을 하면서 상황이 격해졌다. 

이날 회의는 백서특위가 공천관리위원을 면담해 지역구 공천 룰 변경 이유와 비례대표 공천 과정 전반을 자세히 담기 위해 마련됐는데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과 이철규, 이종성 의원 등 공관위원 10명 가운데 3명만 참석한 것이 문제였다.

이에 대해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은 자신의 SNS을 통해 "총선백서특위에서 공관위원 면담이 있었는데 당일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있어 부득이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공관위 단체대화방을 통해 전했다. 면담음 대상자들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기본인데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할 날짜를 못박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깝다"고 맞받아쳤다.

또 장 의원은 "면담일정을 조정해 29밀 면담을 할 예정이다. 총선백서 태스크포스와 면담을 피할 의도도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난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를 통해서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잘못된 선거전략으로 지목된 이조심판론에 대해 많은 후보들이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지원 유세 한 번만 더 와달라고 사정했다"며 "당시에는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해 한 번만 더 와달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 그것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동훈 책임론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

신지호 전 의원도 지난 17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백서 발간의 의도에서 정당성을 이미 상실했다. 백서 작업은 이쯤에서 중단해야 한다"며 "이철규 의원이 조정훈 의원을 백서TF 팀장으로 천거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한동훈 재등판을 막기 위한 백서 발간 아니냐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백서 책임자인 조정훈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데 출마 의사가 있는 사람이 백서 발간 책임자까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정치 도의에 맞지 않고 누가 봐도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다. 백서는 이미 당내 구성원들로부터, 당 지지자들로부터 정당성과 소구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접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 이재영 간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 앞에서 총선 패배 원인과 당 수습 방안 등에 대한 끝장 밤샘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목회도 한동훈 책임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국민의힘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도 한동훈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첫목회는 지난 15일 밤샘토론 결과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의 책임론과 관련해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한 전 위원장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어떤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전혀 없었다. 사건을 중심으로 논의하려고 한다"며 "한 인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개별 사건ㅇ들의 총체인 것인데 그것을 지금 논의하기는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고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비대위원장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승패에 대한 책임을 없앨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한 사람의 인격, 그리고 그 사람과 대통령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원인을 찾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박상수 당협위원장은 이후 SNS을 통해 조정훈 위원장을 저격하며 한동훈 책임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상수 위원장은 '조정훈 의원의 친윤계 당대표 출마설' 보도를 첨부하면서 "이것은 잘못된 얘기다. 이 말대로라면 총선백서 위원장으로서 전당대회 전에 발간될 총선백서에 유력한 당권 경쟁자인 한동훈 책임론을 싣고 총선백서 작성을 명분으로 전국 조직위원장을 만나 한동훈 책임을 추궁한 뒤 한동훈과 당권 경쟁을 할테니 한 번 붙어보자는 것"이라며 "선수를 하려면 심판을 그만두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총선백서특위 회의에서 한동훈 책임론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을 낸 인사도 있었다. 바로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이다.

정영환 전 공관위원장은 "현명한 주권자 국민들이 22대 총선에서 21대 때보다 국민의힘에 6석을 더 줬다. 엄중한 심판을 하면서도 희망의 그루터기를 줬다"며 "한 전 위원장이 오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엄청나게 기여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을 통해 선거를 망쳐놓고 무슨 낯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 뻔뻔하게 자화자찬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날을 세우는 등 총선백서는 한동안 한동훈 책임론 이슈로 뜨거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