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우(畏友) 우원식 의장에 거는 기대
우원식,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이란 자부심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정치는 약한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정치인
민주·개혁의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삶
윤석열 정부에 실정을 심판한 국민들의 기대를 안고 츨범할 22대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부의 독주를 적절하게 견제하는 한편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의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준다면 머지않아 그들도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또 다른 심판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22대 국회를 이끌 의장단 선출은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22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으로 5선의 우원식 의원이, 야당 몫의 부의장으로는 이학영 의원이 각각 선출되었다. 그런데 이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의 기대(민심)에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선택(당심)이 부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심지어는 ‘우원식의원에게 투표한 의원을 색출하자’는 등의 논란이 일부 당원, 지지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양새이다. 국회의장 출마를 고심했던 정성호의원, 조정식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추미애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될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로서는 우원식의원이 선출된 결과를 의외로 받아들이며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당선자 중 과반 이상이 우원식 의원을 선출한 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의정활동 등에 비추어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재명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와 국회의장단 선출안을 같은 선상에 놓고 ‘수박색출’ 등의 극단적 언사들이 나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것이다.
우원식의원은 박정희군사독재가 가장 극렬하게 기승을 부리던 긴급조치 9호 시절 연세대에서 학생운동에 가담했다가 강제징집되었고, 1981년 저녁 이후 복학한 다음에는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2년 8개월에 걸친 투옥 생활 이후 서울 구로동, 인천 부평지역 등에서 노동운동에 참여했다가 87년 6월항쟁 무렵에는 ‘민주쟁취 국민운동 본부’에서 역할했다. (필자는 이 시기부터 우원식의원과 교유하며 이후 40년 가까이 그를 지켜봐 왔다.) 우원식의원은 1988년 이해찬, 임채정, 장영달 등 재야 선배들과 함께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에 입당하여 재야민주화운동 출신의 젊은 일꾼으로 당료 생활을 하며 현실정치에 대한 식견을 넓혀나갔다. 이후 임채정의원 보좌관. 서울시의원 등을 거쳤고, 노원구청장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를 맛본 이후,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하여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환경노동위에서 4년간 역할하면서 노둥문제,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의 구체적 현안들에 대해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갖추어 나갔다.
우원식의원은 88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문재인, 이재명 등 민주 개혁진영의 지도자들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지키는 전선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이 언제나 가장 그 선두에 서 있었고, 2013년 19대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초대위원장을 맡는 등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의 삶의 문제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왔으며, 민족적 과제인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그 자신이 이산가족이기도 함)을 위해서도 헌신해 왔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는 당내경선 과정에서부터 당내 중진의원들 중에 가장 먼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역할한 바 있다. 우원식의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맞서 15일에 걸쳐 단식투쟁을 하며 국제사회에 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앞장섰고, 시민사회 등과 교류하며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문제 등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우원식의원이 이같이 한결같은 삶의 자세를 유지하며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은 의열단 투쟁으로 옥고를 치른 바 있는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이란 자부심이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치는 약한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자세로 ‘말로만이 아닌 몸’으로 앞장서서 실천해 왔기 때문에 동료의원들로부터 일정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고(故) 김근태의원을 존경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끈임없이 노력해 왔기 때문에 민주화운동 출신의 동료 선후배의원들과도 굳건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22대 국회가 될 수 있기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1대 국회에 대해 실망한 국민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런 가운데 22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우원식 의장은 지지부진한 개혁을 속도있게 추진해 달라는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전반적으로 달라진 국회의 상(像)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책무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할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비교적 역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우원식의원이지만 지금 국회의장으로서는 훨씬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약자의 가장 강한 무기로서 정치’를 실현하는 장(場)으로 국회를 운영해 갈 수 있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득권을 지닌 보수진영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민주·개혁·진보진영은 물적 토대가 허약하고 인적인 자원의 축적도 열악한 편이다.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반독재민주화투쟁 과정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희생을 당했고 그들 중 일부는 내부의 분열로 인해 안타깝게 스러져가기도 했다. 당내에서의 민주주의와 집중의 문제는 정당정치에서 항상 제기되는 문제이며 무엇이 정답이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과도한 민주주의로 집중을 이루지 못하고 배가 산으로 가는 위험성도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한 집중으로 민주주의가 발현되지 못하는 정당이 아무런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곧 출발할 22대 국회에서 역할을 맡게 된 우원식의장 등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국민과 더불어 주목하고자 한다.
이 명 식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전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감사위원(상임이사)
전 새정치국민회의 기획조정국장, 부대변인
전 폴리뉴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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