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文회고록 '김정숙 인도방문' 일파만파.. 與 "특검대상" 친문 "김건희 방탄" 친명 "하필 지금"

文, 회고록서 김 여사 인도 단독 방문 "국가 정상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 국힘 "4억 혈세 탕진" "김정숙 여사부터 특검해야" 맹공 민주 "김건희 방탄" "인도가 초청장 보낸 것 명백" 친명계 "하필이면 지금.. 여당에 빌미 줘".. 친문·친명 갈등 심화되나? 盧 15주기 추도식에 세결집 나선 '친문계'도 당혹

2024-05-22     김승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강변하면서 정치권이 열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강변하면서 정치권이 열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에 움츠려 있던 국민의힘은 '김정숙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민주당은 논란을 키워 '김건희 방탄'에 앞장서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민주당 내 친명계와 친문계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친명계를 중심으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생겨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걸림돌이 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세 결집에 나서려던 친노친문계도 '문재인 회고록'에서 불거진 김정숙 여사 논란이 확산되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文, 회고록서 김 여사 인도 단독 방문 "국가 정상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

최근 문 전 대통령은 대담 형식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지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에 대해 "국가 정상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 나중에 개장할 때 재차 초청했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다시 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고사했더니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나 대신으로 개장행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국에 순방 가면 그 나라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적이나 문화재를 볼 때가 있는데 그걸 관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외교 일정 속에서 그 나라가 홍보하고 싶은 유적이나 문화재를 기껏해야 30분 남짓, 길어야 한 시간 그들의 안내에 따라 브리핑받고 돌아오는 것이어서 관광이 아니라 치러야 할 외교 업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언급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당시에도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안이다.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 일정을 소화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에 외유라는 비판이 나왔고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당시 외교부 문서에는 인도 측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초청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도 장관 역시 국감 일정으로 인도 방문이 어렵게 되자 같은 해 10월 외교부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여부를 타진했고 이후 인도 측에서 모디 총리 명의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검찰 고발도 이뤄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2월 김정숙 여사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아직까지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으나 언제든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힘 "4억 혈세 탕진" "김정숙 여사부터 특검해야" 맹공

회고록의 내용이 공개되자 여야는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김정숙 여사부터 특검해야 한다"며 맹공에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4억 원의 혈세 탕진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버킷리스트 챌린지가 어떻게 배우자의 단독 외교냐"라며 "해괴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사무총장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 변명했다"며 "하지만 당시 국정감사에선 김정숙 여사가 먼저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인도에 전했고, 초청장이 보내진 정황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성 사무총장은 "이러한 정황은 단독 외교가 아닌 김 여사의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한 단독 외유의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약 4억원의 국민 혈세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집행된 것이야말로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상대 당에 대해선 없던 의혹도 만들어 침소봉대하면서 자당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니 내로남불 몰염치란 꼬리표를 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김 여사의 혈세 관광에 대한 국민적 의혹 불씨를 살리고 잠시 잊었던 문재인 정권의 뻔뻔함을 환기해 주고 있다. 아무리 우겨도 거짓이 진실이 될 순 없다"고 질타했다.

'김정숙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현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사태 본질이 "문 전 대통령 직권 남용"이라며 "대통령이든 대통령실이든 오더가 있지 않았다면, 외교부 직원들이 알아서 김 여사를 인도에 초청해 달라고 할 리는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주범은 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 수사가 먼저 시작돼야 하고, 공범으로서 김 여사 수사가 같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다시 감사를 하거나, 아니면 수사나 특검을 하거나 공수처로 넘기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도 "김정숙 여사는 업무상 횡령·배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가 첫 단독 외교로 둔갑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특검을 한다면 김정숙 여사가 먼저"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특검과 관련된 물음에 "우선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이제 거기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거기에 따라 조치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다음 수준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당선인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을 '여사 외교'로 둔갑시켰다"며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전용기 투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진실이 신속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김건희 방탄" "인도가 초청장 보낸 것 명백"

이 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방탄"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국민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한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전방위적 방탄의 일환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김정숙 여사를 거론한다고 김건희 여사의 각종 혐의가 지워지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이 조금도 덜어지지 않는다"며 "김정숙 여사를 트집 잡으면 '김건희 여사나 똑바로 처신하라고 해라'는 국민의 원성을 듣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마다 김정숙 여사를 소환해서 물타기하고 프레임 전환하려고 하는 카드로 계속 써왔는데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겠나. 이미 다 쓴 카드"라고 꼬집었다.

5선 고지에 오른 박지원 당선인도 CBS 라디오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하려면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특검을 다 해야 한다"며 "모두 김건희 여사 특검을 안 하기 위한 방탄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은 "모든 게 지금 그러지 않나. 방탄 김건희"라며 "공천도 '방탄 김건희 공천'을 해서 (총선에서) 망했고 민정수석도 '방탄 민정수석'을,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기 위해서 해서 검찰 인사하고 또 지금 이 특검만 하더라도 무슨 3김 특검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여권 내 김정숙 여사 특검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고 황당한 주장"이라며 "셀프초청이라는 것도 사실관계 자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요청을 한 게 아니고, 인도 정부로부터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건영 의원은 "평산마을 비서실은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김정숙 여사 앞으로 온 인도 모디 총리의 초청장이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했다고 한다"며 "이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 관련 여당의 근거 없는 공세가 계속되고 있어 다시 한번 기록물 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초청장은 우리 외교라인을 통해 전달되고 보고되었을 테니 현 정부의 외교부도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며 존재 여부 그 자체는 얼마든지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영부인이 순방에서 쇼핑하다 논란이 된다고 전임 정부의 영부인의 공식 외교 활동까지 폄훼해서 얻는 국익이 무엇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에 참전해 거짓말까지 늘어놓을 만큼 대한민국 외교부가 할 일 없이 한가한가"라고 물었다.

친명계 "하필이면 지금.. 여당에 빌미 줘".. 친문·친명 갈등 심화되나?

이처럼 여야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 친명계 일부에서는 불만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을 몰아붙이려는 때에 여당에게 반격할 빌미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하필이면 김건희 특검법이 탄력받는 시점에 회고록이 출간돼 다 지나간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며 "의원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21일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현재 민주당은 총선을 전후로 친명계와 친문계간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임종석 전 실장 등 친문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데다 갈수록 친문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2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후보 지원 유세를 벌였으나 오히려 지난 21대 총선보다 2석 줄어든 결과가 나오자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커뮤니티에선 문 전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됐다.

또, 지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명심 추미애를 누르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당내 친문계들의 반란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친문게,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세결집 앞두고 '회고록' 파문에 당혹

친문계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김정숙 여사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은 친문계가 결집하는 대표적인 연례행사인 데다 '친노친문 적자'로 차기 대권주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일시 귀국하고 '친문' 핵심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총선으로 정치적 부활을 한 만큼 '친문계'가 15주기 盧추도식에서 '세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하루 앞으로 다가온 盧추도식을 앞두고 '文회고록 김정숙여사 파문'이 더욱 커지면서 친문 세력화에 불똥이 튀고 있다. 

반면, 여당이 김정숙 여사에 대한 공세를 높일수록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김건희 특검' 여론을 강화시킬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고록 대담자였던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시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 공원 조성 계획을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 달라고 초청했다"며 "문 대통령이 다른 일정으로 인도 방문이 어려워지자 인도 측에서 김정숙 여사 초청을 제안해 왔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초청장도 왔다. 심지어 당시 인도 측에서는 김 여사가 방문하면 정상급 의전을 준비해 초청하겠다고까지 했다"며 "우호협력국 인도 측의 국가적 의미가 담긴 초청과 제안을 두고 지금에 와서 개인 여행이니 버킷리스트라고 운운하는 것은 자칫 인도 국민과 인도 총리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 전 차관은 "만약 이 부분을 자꾸 문제 삼는다면, 지난해 7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하고 7월 15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는데, 그 사이에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한 것으로 보도가 나기도 했다"며 "그러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제 정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터에 갔는데 현직 영부인이 명품 쇼핑을 한 것 갖고 계속 문제 삼아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