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부, '해외직구·고령자 운전 제한·공매도' 3연속 헛발질.. 여당 내부서도 '부글부글'
정부 '해외직구 금지'에 여권 내부서도 "무식한 정책".. 사흘 만에 "국민께 죄송" 경찰 "고령자,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하루 지나 "특정 연령층 대상 아냐"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대통령실 "개인적 의견.. 검토 안해" 추경호 "당정 협의 거치지 않으면 정부 비판할 것".. 정책협의회 신설 당정소통 강화 이재명 "만5세 입학, 69시간제, 킬러문항 폐지.. 문제 키우는 尹정권 국민 고통 가중"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를 철회하는 경우가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고 있다. 해외직구 제한과 고령자 운전 제한의 경우에는 정책 발표 후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자 부랴부랴 해명을 하며 사실상 정책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불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이 서둘러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정책 혼선이 잇따르자 여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비판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해외직구 금지'에 여권 내부서도 "무식한 정책".. 사흘 만에 "국민께 죄송"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 16일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해외직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권 내부에서도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나경원 당선인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실무 책임자였던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국민께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고, 20일에는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까지 공식 사과했다.
성 실장은 "정부의 대응 대책에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아야 해외직구가 가능토록 하는 방침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구매에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 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정책 발표 설명과정에서 실제 계획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며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법 개정 전에는 유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경찰 "고령자,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하루 지나 "특정 연령층 대상 아냐"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정책 혼선에 대해 머리를 숙였으나 이번에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내놓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이 문제를 일으켰다.
국토교통부·경찰청이 지난 20일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발표한 대책에는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며 조건부 면허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인데 대중교통이 충분치 않은 지역이나 생계형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은 없어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심지어 지난해 가장 많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 운전자 연령은 65세 이상이 아닌 50대라는 점도 부각됐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21일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오늘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21일 참고자료를 내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대통령실 "개인적 의견.. 검토 안해"
이번에는 개미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인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금감원과 대통령실이 충돌했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면서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상태이며,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현재는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돼 있지만,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는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도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투자 업계는 '6월 공매도 재개'로 받아들였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22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재개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금융감독원의 6월 일부 재개 가능성 발언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월 말 전 까지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관련해 보고를 하기로 됐는데 아직 받은 바 없다"며 "결정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이 원장이 개인적인 의견을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당정 협의 거치지 않으면 정부 비판할 것".. 정책협의회 신설 당정소통 강화
이처럼 정부의 정책 혼선이 잇따르자 결국 여당 지도부도 폭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정책 도입 과정에서 당정 간 소통 부재, 여론 수렴과 소통 부족, 미숙한 언론 대응 등에 따른 정부의 실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7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가 역풍에 정책을 철회했다. 이어 주 69시간 근무제, 수능 킬러 문항 폐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정부가 당정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당이 수습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최근 의대 증원도 '2천명'이라는 숫자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정책 조율 기능 강화를 위해 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정대는 22일 모처에서 첫 정책협의회를 비공개로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했다.
정책협의회는 국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고위 당정대 협의회와 달리 정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정대는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기존 고위 협의회도 매주 일요일 여는 것으로 정례화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주 일요일 개최되는 고위 당정 협의회에선 당정 간 정책 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진다면, 오늘 열린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는 정책적 측면에서 한층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당정 간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생 안정과 국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중심으로 당과 한층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만5세 입학, 69시간제, 킬러문항 폐지.. 문제 키우는 尹정권 국민 고통 가중"
정부의 헛발질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국가의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책 집행을 보면 '덜컥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너무 많다"며 "언제까지 이런 무능한 덜컥 국정운영으로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려고 하나"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이 대표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주 69시간 근로제, 수능 킬러문항 폐지 등 윤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을 나열하며 사회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R&D(연구개발) 예산을 졸속 삭감해서 대통령 자신도 당황해서 R&D 예산 늘리겠다, 심지어 예타를 폐지하겠다, 이러고 있지 않나. 참으로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졸속 정책이 아니라 덜컥 정책을 펴서 국민에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수백만 수천만의 삶이 걸린 일을 그렇게 깊은 고려없이 함부로 던졌다가 안되면 철회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 국정은 장난이나 실험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삶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남탓과 발뺌도 심각한 문제"라며 "대통령 보고가 안됐다고 하면서 담당부처에 책임을 전가 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