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당대표 위험한 자리…내가 한동훈이면 출마 안해""개헌·임기단축 논의해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 "개헌, 대통령 임기단축, 열어놓고 논의해야" "당대표 출마, 한동훈 본인에게 이득 안돼" "대통령실과 당정관계 조율 자신있으면 당대표 출마…한달전 마음은 60%였지만 지금은 55%" "여당대표, 당정 조율-당 통합해야...한동훈, 대통령과 밥도 안먹어, 벌써 친윤-친한 갈등" "한동훈, 선대위원장으론 충분히 잘해…준비기간 워낙 짧아 이길 수 없었던 총선" "이재명 연금개혁안 제안 수용 의사…소득대체율 44%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해야"

2024-05-27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 당선인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이와 함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한동훈이라면 출마하지 않겠다. 본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당대표 출마 마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재집권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 속에서 출마 여부를 보고 있다"며 "한달 전 (가능성이) 60%의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55%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대표, 당정관계 조율-당 통합 역할...한동훈, 대통령과 밥도 안먹으면서..."

한달 전까지만 해도 당대표 출마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이 갔지만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절반이 넘는 가능성이라는 점도 부각시켜 어느정도 여지를 남겨둔 모습이다.

나 당선인은 차기 당대표의 역할과 덕목에 대해 여당 대표의 역할이 '당정관계 조율'과 '당의 통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 당선인은 "야당 대표는 자기 소신대로 하면 되는데 여당 대표는 대통령실,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 가느냐가 역할의 절반 이상이다"며 "당정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서면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당선인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에 "내가 한 전 위원장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 본인에게 별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대표였던 분들이 대권 도전을 많이 했었지만 대권에 오르지 못했다. 본인에게 굉장히 아주 위험성 높은 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이어 “리스크가 너무 큰 반면 특별히 얻을 건 없는 자리”라며 "현재 시점에서 용산(대통령실) 하고는 밥도 안 드시는 것을 보니까 쉽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또 나 당선인은 "야당이 정말 녹록지 않다. 당대표는 협상력과 투쟁력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야당과 잘 싸우기도 하고 잘 협상도 하는 협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내가 원내대표 하면서 많은 분들이 '투쟁하는 나경원'으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때도 협상할 것은 협상하면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등을 돌린 보수 지지자들까지도 모두 함께 하려면 어떻게 당을 통합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벌써 친윤과 친한 갈등이니 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라, 당을 통합적으로 갈 수 있는 당내 통합력이 필요하다"고 '한동훈계'를 비판하면서 '당 통합력'을 강조했다.

"전당대회 당심 100% 규정은 억지…민심 반영으로 원상회복을" 

전당대회와 관련해 여러 유력주자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나경원 당선인은 한동훈 전 위원장 이외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또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등 여러 당권 유력주자들에 대한 평가와 당권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모두 훌륭한 분이고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라이벌은 당내 누구라도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에둘러 답했다.

한편 나경원 당선인은 전당대회 투표 규정에 대해 '100% 당심'이 아닌 민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당선인은 "당원 100% 투표 규정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후보를 억지로 당선시키려고 만든 룰"이라며 "원상회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당연히 국민 여론 조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백서, 누구 책임 묻기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총선백서를 놓고 특정 인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당선인은 패배 원인에 대한 근본 성찰을 주문했다.

나 당선인은 "총선 끝나고 모두 '내탓이오'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냐, 한동훈 전 위원장의 책임이 크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인데 누구의 책임이 큰지에 대해서는 벌써 공유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전 위원장이 당 경험이 없으니 부족하겠지만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좋다고 하니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을 잘 설득해서 민심과 먼 부분을 가깝게 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당에 오자마자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관계가 삐그덕거리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보다 총선백서를 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패배하게 됐느냐는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나경원 당선인은 "한동훈 전 위원장은 와서 열심히 했지만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으로서가 나았다"며 "정당 경험이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임론에서 그런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다소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밖에 나 당선인은 "선거를 끝내고 나서 낙선자들을 만나봤는데 선거 준비기간이 길어야 석달 정도였고 마지막 공천받은 사람들은 30일에서 45일 정도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이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책임론보다는 친윤계 책임론에 더 무게를 실었다.

"개헌 논의 마다하지 않아야...대통령 임기단축, 대통령 결단 필요"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개헌, 선거제 개편, 대통령 임기단축'에 대해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적극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나 당선인은 "차기 국회(22대국회)에서 선거제 개편뿐 아니라 개헌 논의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며 "22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소임은 사회의 룰을 새로 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론'에 '야권이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1년 임기 단축도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개헌 논의 때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당선인은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상당히 도입되는 게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대권 도전에 대해 "지금이야 대권에 대한 생각은 그다지 없다"면서도 "언제나 생각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직 대통령 3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차기 당권, 대권주자가 개헌과 대통령 임기단축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편,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나 당선인의 당권출마 저지를 위해 '용산 개입'으로 초선 연판장 사건 이후 윤 대통령과 앙금이 풀렸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제가 부처님 반토막도 아니니까 100% 어떻다 말씀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의보다 소의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에 큰 틀에선 연판장을 주도했던 분들과도 마음을 교감하는 것처럼 대통령과 관계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단추 끼우는 것이 중요, 민주당 연금개혁안 받아줘야"

나경원 당선인은 최근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연금개혁에 대해 국민의힘 당론과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나 당선인은 "처음에는 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지만 그정도로 여러 차례 제안했다면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가 연금개혁과 관련해 3번 발언했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주장하지 않았던 소득대체율 45%를 우리 안이라고 했기 때문에 강하게 비판했고 3번째 기자회견은 모수개혁을 지금하지만 구조개혁을 다음에 하겠다는 내용"이라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올해 안에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모두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원 구성이 녹록잖고 대립이 많이 예상되는 부분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국민연금이 800억 원 정도씩 손실나는데 구조개혁을 올해 안에 한다는 조건으로 보험료율이라도 합의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나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는 구조개혁을 전제로 한다고 했지만 이를 믿기 어려우니까 이것만 갖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리 당 입장"이라며 "이도저도 안 될 것을 대비해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전했다.